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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트럼프와 신고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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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준 산업경제팀장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가 주창해온 ‘신고립주의’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가 대부분이다.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나친 국제정치 관여나 대외적인 간섭정책에 제한을 추구하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일컫는다. 하지만 짧은 문장 안에 수많은 함의를 담기엔 역부족이다. 트럼프의 주요 발언을 감안할 때, 그는 19세기 미국의 고립과 미국 우선 정서에서 상당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신고립주의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외교사를 잠깐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독립이후 세계적 패권을 거머쥔 2차 대전 이전까지 미국 외교사에서 의미를 둘 만한 정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823년 12월 3일, 먼로(1758~1831)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 열강의 식민대상이 될 수 없다. 유럽국가에 의한 아메리카 대륙 간섭은 비우호적이다. 미국은 유럽열강의 국내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먼로 독트린’을 선언한다. 그런데 ‘비식민’과 ‘불간섭’ 원칙의 먼로 독트린은 당시 미국의 국력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이고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세계의 중심은 엄연히 유럽이었다.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1773~1859)가 주도한 ‘빈 체제’는 포스트 나폴레옹 이후 세력균형과 현상유지를 위한 새로운 질서, 즉 유럽협조체제에 천착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는 그들의 고려대상에서 한참 밀려나 있었다. 엉뚱해 보이는 먼로 독트린은 매우 소극적인데다 일방적인 선언 수준에 불과하며, 심지어 영국의 작품이란 폄하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 이데올로기, 즉 고립주의의 이론적 토대로 작용한다.
19세기 국제정치의 전반을 메테르니히가 호령했다면, 후반은 단연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1815~1898)의 시대다. 그 역시 유럽 중심의 세계관, 비유럽에 대한 철저한 경시에 입각해 비스마르크 동맹체제를 구성했다. 적어도 19세기 후반까지 미국은 세계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어도 할 힘이 없었다.
그런 맥락에서 1898년 발발한 미국-스페인 전쟁은 하나의 터닝포인트다. 전쟁을 손쉽게 이긴 미국은 필리핀을 병합하며 본격적인 제국주의 세력에 동참하게 된다.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고립할 수밖에 없어서 고립하던, 미국은 국력이 커지자 국제문제에 본격 개입하기 시작한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외면하고 개입주의, 간섭주의(Interventionism)로 완전히 전환한 것은 1, 2차 세계대전이 결정적이다. 1947년 3월 트루먼(1884~1972)대통령은 ‘이제 세계는 자유와 공산 양대 진영으로 분리되었다’고 선언한 ‘트루먼 독트린’을 통해 미국의 개입주의 시대 개막을 알렸다. 마샬 플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창설, 유엔군의 한국전 참전, 1960년 미일 안보조약 체결 등은 개입주의의 대표적인 파생물이었다.
그러나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고민해야 했던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개입주의를 수렁에 빠뜨렸다. 닉슨(1913~1994) 대통령은 1969년 ‘아시아는 아시아인 손으로(지키라)’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지만, 정작 1973년 1월이 돼서야 베트남전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전까지 ‘신고립주의’라 불리는 현실주의,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선택한다.
그리고 2016년 11월, 이단아로 평가받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레이건 시대의 향수를 자극해 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경찰국가에서 보통국가로 회귀하든, 실제 신고립주의를 채택하든 어쩌면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국익 최우선 전략이다.
역사적으로 고립주의나 개입주의, 신고립주의는 미국의 당시 국력 수준과 국제상황에 따른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그가 주창한 ‘아메리칸 퍼스트’는 현재 미국이 처한 복잡한 상황이 노정된 하나의 수사에 가깝다. 당선 직후 말 바꾸기를 감안하면, 신고립주의를 채택할지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많은 국제정치전문가들은 신고립주의가 미국의 번영보다는 쇠퇴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출신으로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국가는 회사와 다를지라도, 그가 더욱 강하고 노골적으로 모든 정책의 명분을 ‘국익’에 맞출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이유다. 결국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칠 가능성은 크지만 크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위기일지 기회일지도 아직은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국익을 전면에 내세운 실리적인 정책을 취할 때, 기민한 대응력을 발휘해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느냐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제와 안보를 포함해 우리의 국익을 철저히 보호하고 확장시킬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도 ‘트럼프노믹스’에 대비해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작성 : 2016년 11월 23일(수) 16:00
게시 : 2016년 11월 24일(목) 09:42


송세준 기자 21ssj@electimes.com        송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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