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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전경련과 게이단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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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준 산업경제팀장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5·16 군사쿠데타 직후인 1961년 7월, ‘경제재건촉진회’로 출발했다. 시점이 말해주듯 쿠데타 세력은 부정 축재자들을 석방하면서 정부에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게 전경련이다.
경제 5단체 중 전경련은 유일한 순수 민간단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 지원을 받는 법정단체이고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지원사업,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조합과 교섭하는 사용자단체라 성격이 다소 다르다.
‘처벌을 받는 대신 정부에 협조하겠다’는 일종의 은밀한 밀약 아래 설립된 전경련은 시작부터 정치세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호의존,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 정경유착의 유혹을 스스로 뿌리치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50년 넘게 재계의 본산으로 불린 것은 대기업 중심의 이익단체이기 때문이다. 재벌 중심이다 보니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전경련은 막강한 역할과 위상을 정립해나갔다. 한정된 자원으로 집중성장을 추구하던 군사정권과 시너지를 내며 외자 도입이나 중화학공업 육성 등에 깊숙이 개입했다. 경제발전의 주역, 경제계 맏형으로 갈수록 위상은 높아갔고 이에 걸맞게 전경련 회장은 한때 ‘경제 대통령’, ‘재계 총리’로도 불렸다.

○…전경련이 모델로 삼은 것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 ‘게이단렌(經團連)’이다. 게이단렌은 1946년,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경제 재건을 기치로 설립됐다. 성장 스토리는 전경련과 비슷하다.
일본의 고속성장을 이끌면서 1955년부터 54년간 장기 집권한 일본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댔고 철저히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줬다.
우리의 전경련과 경총에 각각 해당하는 게이단렌과 니케이렌(日經連)은 2002년 5월 게이단렌으로 통합됐다.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을 거치며 일본 노동계의 세력이 약화되자 카운트파트너였던 니케이렌의 기능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통합으로 이어졌다.
게이단렌은 2007년 첫날 ‘희망의 나라, 일본’이라는 미래비전을 선포한다. ‘게이단렌 비전’은 국가적 어젠다를 개발, 희망으로 연결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낳은 결과물이었고 국민들의 지지도 얻었다. 게이단렌은 2009년부터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는 등 혁신을 지속하며 이제는 공익적 성격까지 갖춘 일본의 대표 경제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게이단렌이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면, 전경련은 그렇지 않았다. 급기야 1999년 대우그룹의 몰락에 발맞춰 전경련은 ‘재벌 총수들의 사교클럽’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IMF사태로 재벌이 국내외 투자가들의 개혁대상 1순위로 꼽히면서 전경련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확 달라졌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전경련은 설립 55년째인 올해, 역사상 가장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 정치적 이슈에 연루되며 따가운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조차 전경련 해체론은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뜬금없는 단식투쟁과 전격적인 ‘여의도 회군’도 고구마 줄기처럼 파면 나오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의혹들을 가로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자고 나면 쏟아지는 새로운 의심과 정황들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집권 4년차마다 등장했던 권력형 비리의 데자뷰처럼 느껴진다.
수서비리 사건(6공화국), 한보사태(문민정부), 윤태식·진승현 게이트(국민의정부), 바다이야기(참여정부), 저축은행 비리(이명박정부) 등 집권 4년차마다 등장했던 스캔들은 매번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고 레임덕을 가속화시켰다.
잊었을지 모르지만, 이 정부의 국정 어젠다 중 하나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숱한 의혹과 논란도 무언가 이상하고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것들이다. 집권 4년차 권력형 게이트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길 바란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과거 IMF 후유증으로 수세에 몰리자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큰 산이다. 아무리 폭풍우가 몰아치고 눈보라가 날려도 산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면 태산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조차 무너질 수 있다.
작성 : 2016년 10월 12일(수) 11:04
게시 : 2016년 10월 14일(금) 15:28


송세준 기자 21ssj@electimes.com        송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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