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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해 칼럼)‘김영란 법’의 명암(明暗) 바로잡아 밝은 사회로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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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이면 저녁약속은 하지 말아야지, 괜한 의심받을 필요 있겠나.’ ‘초상집이 따로 있겠나, 결혼식을 하건 행사를 해도 꽃을 사절하니 죽을 판 일 수 밖에...’ ‘가을운동회를 해도 학생하고 학부형은 운동장에서 도시락을 먹고 선생님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니...’ ‘다들 뭐없나? 하는 근성들이 없어지고 이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들 지겠지.’ ‘공무원 친구한테 수고 많다고 밥한끼 사주는 것까지 법으로 억누르는 불안한 사회가 되어서야.’ ‘이 참에 잘됐어, 부정 청탁 뿌리채 뽑아내야지.’ 김영란법 시행 14일(11일 현재)째를 맞은 찬반의 목소리들이다.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김영란 법을 내세워 복지부동이 기본인양 약속을 꺼리고, 서민들마저도 밥한끼 먹는 것 까지 두리번 거리고 ‘금’을 긋고 먹어야하는 등 사회전반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그런 한편에서는 ‘원칙’이 강조되며 삶의 저변에 만연돼 있던 각종의 부정 청탁과 같은 비리가 ‘김영란 법’에 의해 뿌리 채 뽑아지며 정의가 살아있는 바른 새싻으로 움터나길 기대하는 긍정적인 반향도 도드라지고 있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대로 명암이 극명하다.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정답은 없다. 김영란 법의 직접적인 심판원격인 국민권익위원회 조차도 혼선을 빚고 있어 위반사안이 발생해도 과잉 조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관하게 넘길 처지도 아니다. 법원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종 판결 임무를 띠고 있는 법원 역시 딱히 마땅한 판례가 없어 일단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근거로 김영란 법에 위반할 경우 경중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 전부다.
정부는 또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권익위에 모든 걸 위임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으니 한심할 뿐이다. 국민권익위가 김영란 법에 의해 위반자를 색출하고 법원이 판결을 해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정부입장에서는 법의 단초를 제공한 부패한 공직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적어도 어떻게하겠다는 자구책 정도는 나와야 부정과 청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겠나, 반문이라도 하고 싶다. 이러지 않고서는 자칫 김영란 법이 사회저변의 생활상을 확 바꾸려는 개혁의 의지에서 빗나가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법령이나 법규도 처음부터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김영란 법도 시행 초기여서 안갯속 같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김영란 법은 이미 2012년 권익위에서부터 제안돼 지난해 입법예고를 거쳐 헌법재판소의 합헌에 이르는 과정까지 숱한 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여느 법과는 달리 해석하고 평가해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 그릇된 게 많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김영란 법 본질이 뭔가. 김영란 법의 핵심은 공직자나 교직원, 언론인 등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1년에 3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 시행 2주째를 넘어서 돌아가는 모양을 봐선 마치 김영란 법이 부차적인 3,5.10(식사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이 본질이 되고 더치페이(각자 내기)법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오히려 부패의 고리를 자르려면 국회가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 변호사, 의사 ,금융인 등의 가족에 대한 취업·청탁을 차단하기 위해 제안했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살려내서라도 부정 부패의 실체를 들추는 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둬야 마땅하다. 이러지 않고서는 소위 금수저도, 은수저도 아닌 적용 대상자 400여만 명에 달하는 보통사람들만의 법의 대상이 되고 정작 국회의원이고 변호사이고 의사인 금수저들은 ‘면죄부’를 받는다면 김영란 법의 위력은 상실하게 마련이고 광범위한 반부패법이 될 이유도 못된다.
또 하나, 김영란 법 탄생이 부정 청탁 근절의 본질을 넘어서 삶의 자유로운 범주까지 터치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일상의 맨 밑바탕인 먹는 것 같고 선을 긋고 더치페이 문화로 가져가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이 그렇다고 우리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남녀 혼탕문화가 성행한다고 남녀칠세부동석으로 자리한 우리도 그렇게 하기가 쉽겠는 가 , 그건 아니라 본다. 우리 토양에 맞는 씨앗을 뿌리고 우리 정서에 맞는 음식문화를 계승, 승화시키면 그게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핵가족제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조차 ‘저밖에 모르는’ 사회적 변화가 극심한 지경에 그 애들한테 뭐를 가르쳐야 옳은지 의문스럽다.
어쨌건 김영란 법은 법 시행 이전부터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많은 제약요인 때문에 위헌소지가 있었지만 국민 대다수가 공정한 사회를 갈구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합헌에 이른 것이어서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고 고쳐나가면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당장 자라나는 유치원생, 초등학생들까지도 김영란 법부터 배워야 하는 꼴이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 알게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인정머리도 없고 삭막한 사회로 남을 뿐이다. 모쪼록 김영란 법으로 해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돼선 곤란하며 법에 모순이 있으면 바로잡아 우리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안정되길 바란다.
작성 : 2016년 10월 11일(화) 13:00
게시 : 2016년 10월 12일(수) 14:36


연규해 논설실장 yeung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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