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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해 칼럼)나(자신)와 가정, 직장, 국가의 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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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추석도 되고 해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원로격인 어른께 문안 차 들른 적이 있다. 그 어른이 차 한잔을 내놓으며 던진 첫 화두가 아직 지워지지 않아 글로 옮긴다.
“나(자신)와 가정, 직장, 나라(국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네.” “팔순이 가깝도록 살고 있지만 이 네가지는 필수이고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인생이 행복할 수가 없어.”하면서 조목조목 부연 설명을 하는 노객에게서는 아직껏 젊은 핏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주연(主演)으로 가정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직장을 가져야 하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나의 인생도 꽃이 피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는 얘기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공자(孔子) 말씀 같기도 하지만 노객이 이야기하는 요체는 짧지 않은 삶의 여정을 통해 토해낸 보통사람들이 겪어야하고 고뇌해야만 할 인생의 행간(行間)인 것이다.
네가지 행간 중 당연히 주연급은 나 자신이다. 내가 없음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며 억만금을 소유하고 고관대작의 명예를 얻은들 아무런 가치도 없음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 역시 무지의 지(知)를 강조하며 ‘자기 자신의 알지 못 함을 알라’고 했듯, 내 스스로가 행하고 있는 위치가 중요하다.
그만큼 나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남을 알게 되고 배려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사실 나에 앞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란 성인(聖人)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인 나를 알게 되고 자아를 깨우치게 되면 주변에 어려운 일이 생기고 직장이나 나라가 위태해지면 ‘나는 죽었소’ , ‘나 몰라라’ 하지 못한다. 물론 그래야만 자기 주장도하고 잘못됨이 있으면 바른 말도 할 줄 아는 ‘나’를 찾게 되는 것이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을 비하하고 만사를 무관심한 자세로 내려다보고 부정을 일삼는다면 결국 ‘내가 아니면 모두 남이다’는 식의 극단적인 인생의 행로를 갈수 있는 것이어서 ‘나’라는 존재가 위대하기만 하다.
두 번째 행간인 가정을 보자. 가정은 원시시대부터 부족과 사회를 구성하면서 친밀한 혈연 집단으로 형성된 생활의 통일체이다. 때문에 가정은 구성원인 가족간 사랑의 결합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나와의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근접한 고리로서의 울타리인 셈이다. 특히 인적 구성만 갖췄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적어도 의식주가 본바탕이 돼야하고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관도 있어야 시쳇말로 가정을 꾸렸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급속한 사회변화로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정은 핵가정으로 변모하고 엄격했던 가정교육이나 가족들 간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도 현대화되면서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도 부러워만 했던 한국의 효(孝)사상과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살아지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건강한 ‘나’를 만들고 밝은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출발점의 시초가 가정이란 행간이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는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안식처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 다음 행간은 직장이다. 나를 주연으로 가정을 꾸리면 직장(일자리)이 있어야 의식주도 해결하고 사람 구실을 한다. 요즘 같아서는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구직난이 심각하다고는 하나 어쨌든 무엇이 됐든, 어디가 됐든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직업이다. 직장이 있어 나 자신이 있고, 내 가정이 건재하고 소중한 생각을 하게 되므로 힘들던 업무도 가벼워지고 즐거워지는 법이다. 반면, 출근도 하기 전부터 회사복지가 어떻고, 월급을 얼마나 받는 등 욕구적인 생각에만 머무른다면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고 결국엔 도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 다반사여서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끝으로는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 보다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국가다. 영토가 주어지고 거기에 국민이 살며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가 안정됐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간사는 달라진다. 제아무리 자신이 완벽하고 가정이나 직장이 온전하더라도 국가가 안정되지 못하고 혼란과 부정으로 얼룩져 구실을 못한다면 그에 소속된 국민은 행복추구는 커녕 하루하루가 불안할 뿐이다. 이렇듯 국가의 행간은 존엄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좋은 국가인가. 반문이 되며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가인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을 비롯, 많은 국민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유도 심심풀이로 뱉어낸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국가냐, 불행한 국가냐의 분명한 정의는 각자의 생각에 붙인다.
필자가 만났던 노객께서 일컬었던 것처럼 나 자신과 가정, 직장, 국가의 네가지 행간은 사실 인생행로를 결정짓는 요소의 전부라면 전부다. 이 네가지 행간 중 하나하나의 중요성이 다르지만 그 중 어느 것 하나만이라도 삐걱대고 균형을 잃으면 인간사에 괴리가 생기고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은 삶의 교훈인 셈이다.
작성 : 2016년 09월 28일(수) 14:22
게시 : 2016년 10월 05일(수) 15:14


연규해 논설실장 yeung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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