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력산업기술기준인 KEPIC(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의 현장적용성을 확인하고, 관련 기술과 정보 교류를 통해 최선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2016 케픽 위크(KEPIC-Week)’가 지난 8월 30일부터 2일까지 나흘간 제주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케픽 위크에는 제대식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김방훈 제주 정무부지사, 허엽 남동발전 사장, 배성환 한전 신성장기술본부장, 장세창 한국전기산업진흥회장,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장,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이유종 한국전기공사협회 부회장, 이홍우 본지 부사장 등 내빈들과 국내·외 전력산업 전문가 10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행사는 케픽 2020 중장기 비전인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라는 주제로 기술 분야별 논문발표(140여편)·특별세션·세미나를 비롯해 워크숍, 합동강연, 기념식 행사 및 유공자 포상 등이 진행됐다.

2일차에는 ▲2016 KEPIC의 현황과 전망(김종해 전기협회 KEPIC 처장) ▲한반도 통일과 전력산업(이정훈 동아일보 대기자) ▲측정표준기술의 산업화(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등을 주제로 합동강연 순서가 진행돼 이목을 끌었다.

또한 각 분야를 테마로 한 주제발표를 포함해 ▲화력 KEPIC 적용 워크숍 ▲원자력시설 HVAC & 공기정화 워크숍 ▲구조분야 워크숍 ▲3D 프린팅 기술의 원전적용 워크숍 ▲원자력국제표준화 워크숍 ▲원전해체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전기협회는 논문의 주제를 다양화해 학생·초보 엔지니어에서부터 전문가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젊은 엔지니어&학생 세션’도 함께 운영했다.

아울러 행사장 한 켠에 케픽을 전자책(e-book)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설치돼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념식 행사에서는 그간 KEPIC 연구와 발전에 기여해 온 이들에게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과 감사패, 공로패 등 포상을 수여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조환익 대한전기협회장을 대신해 박중길 전기협회 상근부회장 직무대행은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 전력산업을 대표하는 기술기준인 KEPIC을 통해 전력산업분야에 체계화 된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었고, 올 1월 e-북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면서 “이번 케픽 위크가 관련 전문가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소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대식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은 격려사에서 “케픽 위크는 발전설비 운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고, 전력설비의 안정성과 신뢰성 향상에도 이바지했다”며 “앞으로 케픽이 민간주도의 기술표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6 KEPIC의 현황과 전망(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 처장)

케픽은 초창기(1987~8년)한전을 중심으로 국내외 표준개발 현황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1995년 전기협회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발전분야를 비롯해, 송배전, 방사선, 환경, 친환경·신기술 분야를 추가개발하며 7단계(2016~20)까지 발전해왔다.

지금까지 케픽 개발실적을 살펴보면 품질보증, 전기·계측, 기계, 구조, 원자력, 화재, 환경 분야에서 2000년 287종을 시작으로 2005년 339종, 2015년 480종까지 해가 지날수록 표준수가 증가해왔다.

2016년 케픽 주요 추진업무로는 정부고시에 의한 케픽 인정체계를 개선하고, 국내 전력산업 관련 기술현안 해결을 위해 케픽 적용사례(code case)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 온라인 기반의 실시간 케픽 열람 시스템인 ‘케픽e-북(book)’ 시스템의 전면시행을 추진하고, KEPIC·ASME 합동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현재는 PC로만 e-북을 열람할 수 있지만 모바일 앱 개발이 마무리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케픽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케픽은 교육 프로그램(총 29개)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산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피뢰기 및 서지보호장치 등 3개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맞춤형 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신기후체제와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전력산업(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징후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오는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3.7도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평균기온이 2도가 오르면 급격한 기후변화가 찾아오고, 강도와 빈도 예측이 곤란해진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21개 국가가 모여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하고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위해 뜻을 모았다. 이는 곧 화석연료시대의 종말과 함께 신기후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신기후체제에서는 지속가능한,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 전력 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3.7%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신규 발전 설비 중에 재생가능에너지가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한 신규발전 설비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 중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기체의 87.2%가 에너지부문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0.7%로 OECD 국가들 중 최저다. 2035년까지 1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신기후체제에 대비한 저탄소 전력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고 위험, 사회갈등을 수반한다. 더욱이 사용후핵연료처분에 대한 문제도 아직까지 미해결로 남아있다.

신기후체제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에너지산업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전력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에너지 목표를 세우고 수요를 조절해야 하는 정책으로 바뀔 것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설비도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발전으로 바뀔 것이며, IoT로 인해 에너지 공급-수요가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플랫폼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시설 HVAC&공기정화 워크숍-공기정화계통 설계 및 관리(김홍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원전의 모든 계통 및 관리는 기본적으로 ALARA(알라라; As Low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을 준수한다. 공기정화기 역시 ALARA 원칙을 유지하면서 원자력시설 내 공기 중 방사선물질을 여과하고 유해물질을 없애는 것이다.

ALARA 원칙이란 가능하면 피폭을 적게 받도록 해야 하지만, 그 기준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원을 무한정 투입하는 것도, 방사선 피폭을 무조건 낮추는 것도 비효율적이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정화기는 원전 시설 내 공기 중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기 중 부유물질 제거를 통해 종사자 및 기기의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에는 원전 공기정화와 관련 유해기준에 대한 세부기준이 없다. 미국에서 원전을 도입하다보니 생긴 사각지대인데 아직까지 공기정화계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시 등으로 유해기준을 규정할 수 있도록 논의가 시급하다.

▲3D 프린팅 기술의 원전 적용 워크숍-3D 프린팅을 이용한 원전기기 단종품 제작 및 검증방안 (김종석 한수원 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미국, 독일은 원전 신규건설을 줄이는 추세다. 원전 부품을 제작하는 기업은 원자력발전 수요 감소, 까다로운 규제로 기기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있다. 또 신기술의 발전으로 부품의 단종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다.

때문에 부품 수명이 다하면 원제작사로부터 동일 또는 유사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원전부품은 고신뢰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사품을 사용할 때 장기간 평가와 성능시험이 필요하다. 아예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는 경우에는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에선 단종품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자력 백화점이라 해외서도 유사한 부품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명이 만료된 원전 기기교체의 경제성을 고려해 DB 구축과 더불어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이에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부품 제작설비 인프라 구축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부품 제작설비 인프라 구축 ▲원전기기 단종품 DB 구축 ▲기기 단종품 리버스 엔지니어링 DB 구축 ▲단종품 부품 제작 및 검증 기술기준 제정(단종품 3D프린팅 생산 및 검증절차 표준화) ▲단종품 제작 및 검증 품질인증 업체 선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