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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해 칼럼)'김영란 법' 본질을 왜곡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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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역발상이긴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공짜는 다들 좋아하는데 공짜는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렵고 이상하다. 공짜가 없다니까 우연이라도 공짜가 생기기라도 하면 기분 상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세상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긴 해도 대부분은 살다보니 더러는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행사장에서도 선물도 받아보고 공짜 밥도 얻어먹기도 한다. 그렇다고 날이면 날마다 받아먹고, 얻어먹지는 않고 가끔은 신세진 걸 돌려주는 것이 인간사이며 보통사람들의 살아가는 행간이다. 그래서 공짜가 없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살아가는 중간엔 경조사가 있기도 하고 추석이고 설 명절 때면 인사치레를 하게 되는데 대다수가 직장상사가 됐든 집안 어른이건 빈손으로는 가기가 그렇고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손에 쥐고 찾아뵙는 것이 상례다. 어쩌면 이런 관습이 효(孝)의 근원이고 사람의 됨됨이가 아니런가 싶다.
그런데 만사에 지나치거나 넘치게 되면 탈이 나고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보통사람을 뛰어 넘은 그들만의 층이나 특수관계로 고리가 연결된 몇몇 부류들은 이런 기본 행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심심치 않게 도에 지나치고 구린내 나는 뒷거래를 하다 보니 뉴스거리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풍조가 이 정도로 변하다보니 그런 꼴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나타나게 마련. 그중 한 사람이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해진 ‘김영란’ 이고 전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이다. ‘김영란 법’. 지난 2012년 8월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위원장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관계 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 법)’을 정부에 제안하게 되고 그 후 2013년 국회로 옮겨가 이리 저리 뜯어 고치다 당초 원제와는 다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개정돼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나 공무원들의 뒷거래를 막고 부패한 노릇을 차단하기 위한 김영란 법이 시행을 앞두고 세인들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어 대체 뭐가 문제인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 김영란 법은 애시 당초 공직자, 공무원 대상에서 확대돼 사립학교 교원, 언론 종사자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 하나와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는 면죄부를 준게 아니냐는 것이 두 번째다. 또 하나는 규정대로라면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이나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게 돼 생계와 밀접한 농축산업계나 요식업계를 비롯한 서민층이 나름대로의 고충을 호소하는 등 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시끄럽다.
김영란 법 본질은 부정청탁의 사슬을 끊고 청렴사회를 만든다는 것인데 진행과정은 과연 참신할까. 우선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법 대상에 함께 묶어 넣는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민간영역까지 과도하게 규제하는 모양이 되어 결과적으로는 공직자 기강을 바로 잡는 게 아니라 민간에게도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위헌 소지 소송을 내기도 했다.
국회의원 면죄부 관련해서는 강효상 의원(새누리당)이 무려 300만명이 적용 대상인 김영란 법에 국회의원 300명을 추가시켜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제출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면죄부를 준 것 같기도 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참신성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 이 대목은 사실상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 법’인데 법안 심의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 특채 금지 등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국회의원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있다는 미명하에 빼버렸다. 졸렬했던 19대 국회가 이런 중요한 이해충돌방지 항목을 제외시킨 것을 강 의원이 스스로 나서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원상대로 지켜나가겠다는데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나머지도 극히 중요한 문제다. 사실 밑바닥에 깔린 민생에 관한 먹고사는 문제인데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 위원장도 식사한끼 하고 축의금 좀 내고 농산물 선물하는 것까지 모두 다 잡아들이려고 법 제정을 하려한 것은 아니라 본다. 다만 해도 해도 너무 비정상적인 구태와 파렴치한 관계자들이 마땅치 못해 룰을 정하고 청렴사회를 구현해보겠다는 것이지, 애꿎은 보통사람들을 못살게 굴겠다는 게 아닌 것이란 본질에는 충분히 납득한다.
하지만 이 법이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뇌물과 청탁으로 얼룩진 스폰서 관행 등을 법으로서 사전에 차단하는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밥 한끼에 눈치를 보고 오고 갈 자리를 외면하게 되는 삶의 과정을 불안하게 하고 일반 서민까지도 벌주려고 하는 쪽으로 조금이라도 왜곡될까 두려워서다. 더러는 공짜 밥도 얻어먹고 기분 좋을 땐 조금은 과용해서 베풀 수도 있는 게 주권 있는 사회고 민주주의로 알고 살아 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김영란 법이 아니라 헌법 1조에 적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가 아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로 먼저 고쳐 적어야 옳다. 헌법상 국민의 평등 원칙을 준수하고 참신성 있는 김영란 법이 탄생, 시행되길 바라는 목소리들이 간곡하다.

작성 : 2016년 07월 12일(화) 11:48
게시 : 2016년 07월 13일(수) 10:28


연규해 논설실장 yeung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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