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파리협정 체결 이후 재생에너지 기술과 산업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저탄소 에너지원 중에서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가장 크고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태양광이다. 지난 5년 간 태양광 산업은 연평균 42%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고 저유가가 지속된 2015년에도 2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주도해오고 있다.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어디서나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건축자재처럼 다양한 크기(용량)로 다양한 위치에 설치가능하며 일사량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곳 어디서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최대 약점이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장기구매계약시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의 전력구매 가격이 육상 풍력에 근접하였으며 조만간 육상 풍력보다 발전원가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사량이 우수하고 입지와 금융 조건이 좋은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의 전력구매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4센트 이하로 떨어진 사례도 등장하였다.

세계 태양광 산업계는 2015년에 세계적으로 50.6 GW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것으로 평가한다. 2015년에 중국(15GW), 일본(11GW), 미국(7.3GW) 세 나라가 시장을 주도했고 한국도 태양광 보급량이 1GW를 넘기면서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남겼다. 10년 만에 세계 태양광 누적용량은 45배 성장해229GW에 달했는데 중국이 43.5GW로 누적용량에서도 독일(40GW)를 추월했고 그 다음은 일본(34.3GW), 미국(25.6GW) 순이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태양광 시장의 미래이다. 태양광 시장은 지금까지 낙관적 전망치를 뛰어넘는 성장을 기록했지만 전망은 늘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유럽태양광협회는 세계 태양광 시장 수요가 2020년에 97GW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한다. 5년 사이에 시장 규모가 약 두 배 정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낙관적인 전망치는 2020년 120GW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태양광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당분간 태양광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아시아가 될 것이다. 중국, 인도, 일본 등이 주요 시장이며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2020년까지 중국에서 최대 100GW, 인도에서 최대 66GW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도 세계 전력생산에서 태양광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태양광 산업은 여전히 성장기에 있으며 시장이 성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상당기간 태양광 산업 내에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이며 한 세대 후에는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현재 세계 태양광 제조업의 2/3를 넘게 장악하고 있지만 불과 십 수년 전에 중국 기업들의 강세를 예상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10년 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과 시장 변동 속에서도 다행히 국내 기업들이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큐셀을 필두로 OCI, LG전자, 신성솔라 등이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나 독일에서 열린 태양광 국제 전시회를 보면 태양광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먼저 시장의 다변화이다. 이미 포화된 유럽과 북미시장, 폐쇄적인 중국 시장 외에도 인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전력은 부족한데 태양광 잠재량은 큰 여러 지역에서 태양광 시장이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태양광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개도국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도 태양광이 보급될 수 있는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그리고, 태양광 시장에서 점차 태양광 전지와 주변 장치 제조 분야의 비중이 줄고 설비의 유지 관리와 분산형 시스템 통합 같은 새로운 사업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솔라와 SMA, 화웨이 같은 전통적인 태양광 관련 제조기업들이 설비 유지 관리와 수급 통합 시스템 및 플랫폼 비즈니스 분야에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태양광 시스템을 드론과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관리하고 진단하는 사업, 청소 로봇을 이용하여 대규모 설비의 발전효율을 유지하는 사업, 변동하는 분산형 전원 증가에 따라 수요와 공급을 통합하는 시스템 및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성장하는 태양광 시장, 아직도 기회는 열려 있다. 국내 기업들도 시야를 넓히고 미래를 살펴서 창의적인 도전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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