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실’ 의 ‘유한 정신’ 계승하며
한발 앞선 능동적・창의적 인재육성

유한공고 로봇전기자동화과 학생들이 로봇 조립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유한공고 로봇전기자동화과 학생들이 로봇 조립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직, 이것이 유한의 영원한 전통이 돼야 하고, 내가 모은 재산은 모두 여러 사람을 위하는 일에 쓰여야 합니다.”

유한양행의 설립자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고(故) 유일한 박사가 평생 강조해온 말이다. 유 박사는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며, 이름을 한민족이라는 뜻의 ‘일한(一韓)’으로 개명할 정도로 애국심이 뛰어났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경영의 표상으로 상징된다. 이는 그가 세운 유한양행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한 정신’을 계승하며, 몸소 실천하려는 유일한의 후예들이 있다. 바로 유한공업고등학교(교장 이광명) 재학생과 교사, 그리고 동문들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유한공고는 1952년 고려공과기술학교로 개교, 1964년 현재의 교명으로 바꿨다. 이후 ‘정직’과 ‘성실’, ‘능동’과 ‘참신’이라는 유한 철학을 바탕으로 60년 넘게 1만5000여명의 기술 인력을 배출해왔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한공고는 설립자인 유 박사의 철학을 후대에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이광명 교장은 “혼란스러웠던 1950년대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자 한 유 박사의 선구적 교육철학은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과 일치한다”며 “유 박사가 평소 입버릇처럼 강조한 애국심, 무소유, 실천정신 등을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1980년 유한공고 평교사로 시작해 교장에 올랐다. 본인 역시 유한 중·고교 출신으로 유 박사의 교육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 교장은 매년 특강을 통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유한인으로서의 시대적 소명’을 가르치고 있다.

◆맞춤형 산학연계 프로그램 운영…올해 서울시 특성화고 취업률 1위

유한공고는 2008년 자동화∙디자인 계열의 특성화고로 전환되면서 기존 전기과를 로봇전기자동화과로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현재 로봇전기자동화과, 자동화 모델링과, 자동화 시스템과, 건축인테리어 디자인과 총 4개의 학과를 운영 중이다. 기존 전기학과에서 자동화를 접목시켜 로봇전기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로봇과 자동화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최근의 산업흐름과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유한공고는 ‘선 취업 후 진학’을 목표로 재학생들이 양질의 취업을 달성할 수 있게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로봇전기자동화과는 올해 75.5%의 취업률을 달성하며 서울시 특성화고 중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재학생 대다수가 IT 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구로디지털단지 내 기업으로 취업하고 있을 정도로 IT 유망주로 자라나고 있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다양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유한공고는 학생들 개개인을 위해 단계별 맞춤식 취업지원 로드맵을 제공하고 있는데 신입생 선발과정에서부터 ‘될 성 부른 떡잎’ 찾기가 이뤄지고 잇다.

이후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직무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지원한다. 이러한 취업 프로그램 중에는 중소기업청에서 제공하는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이 교장의 설명이다. 학생들에게 최적의 기업을 매칭시켜, 지난해에만 78명이 중기청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유한공고는 초창기부터 사업에 참여,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대통령단체표창도 받았다.

더불어 1팀 1기업 프로젝트를 실시해 교실 밖 산업현장의 첨단기술을 경험하고 학습하도록 돕는다. 일하면서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일학습병행제도 또한 취업률 상승의 비결로 꼽힌다.

글로벌 인재 육성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재정적으로 튼튼한 학원재단은 다양한 국가에 우수한 인재를 보내, 교육시키는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올해는 9명의 학생이 캐나다로 3개월간 글로벌 학습 체험을 떠날 계획이다. 또 든든한 동문들의 지원으로 매년 글로벌 리더 장학생(13명)을 선발해 한 달간 어학연수를 보낸다.

최근 이 학교는 2018년 NCS 교육과정의 전면도입을 준비하면서 특성화된 교육 분야로 거듭나기 위해 전기공사 도제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휘경공고와 연대를 통해 내선공사 분야의 도제제도를 올 1학기 초부터 준비해왔다.

이 교장은 “전기공사는 취업 환경도 좋고, 미래 유망한 직종 중 하나”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1인 창업도 수월해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유한공고 49회 졸업생인 서동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원(오른쪽)과 김인규 서울도시철도공사 개화산 기술사업소 부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유한공고 49회 졸업생인 서동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원(오른쪽)과 김인규 서울도시철도공사 개화산 기술사업소 부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일·학습병행, 꿈을 키워나가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서동현 군(21)은 지난 2014년 12월, 졸업식을 앞두고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취업했다. 아직 신입사원의 풋내가 남아있는 서 군의 하루는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에서 시작된다.

그는 “현재 사무실이 개화산역 별관에 있는데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다”면서 “지하철 역사 내 전기시설물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전기공사 감독도 하고 있어 일상이 바쁘다”고 말했다. 그가 관리하는 지하철 역사는 5호선 방화역에서 오목교역까지 11곳이다.

서 군은 “도철에 입사한 것 자체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며 “유한공고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로봇과 전기·전자에 관심이 많았다. 유한공고에선 로봇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관련 분야 기능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장래희망이 로봇공학과 교수인데 고등학교 재학시절엔 공부를 못해서 꿈도 못 꿨죠. 다행히 좋은 지도 교사를 만나 3학년 때 도철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곳에서 그 꿈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아주 먼 얘기지만.”

그는 야간엔 인하공업전문대학교 전기정보과에 다니며 일·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이다. 도철 내에서 고급인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학업병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업단 내에서도 서 군은 ‘공부도 일도 열심히 하는 청년’으로 각인돼 있다.

그는 “지하철 지상부 전차선도 담당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며 “향후 도철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아 모두가 인정하는 핵심 인재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명 유한공업고등학교 교장
이광명 유한공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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