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김미정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필자는 비교적 혼잡하지 않는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여 학교로 출근한다. 유심히 관찰하는 현상인데 책을 읽는 승객은 세 개 객실에 한명 정도다. 일본의 지하철과 매우 대조적이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크버그, 리카싱 등 세계적 갑부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독서광들이다. 토마스 콜레이의 ‘부자들의 습관’에 따르면 88% 부자들이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오직 2%만 그렇다고 한다. 이렇듯 부와 독서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문자 배열에 지나지 않는 인터넷의 정보와는 달리 지식의 결정체인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따라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실 이미 알려진 그대로다.

책은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비대칭’은 나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상대방이 자신의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 정보가 적은 나는 매우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이론이다. 이러한 정보의 격차는 기회의 격차를 가져오게 되고, 기회의 격차는 부의 격차를 가져 오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서와 학습을 통하여 정보의 대칭성을 유지하는 방법뿐이다. 특히 중소기업 CEO들은 최신의, 최고급 지식과 정보가 항상 머리 속에 있어야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은 기업은 큰 기업을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 압축된 지식을 담은 책을 통해 큰 기업과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독서는 어떤 매개체보다 가장 강력한 솔루션을 제시 해 준다. 필자가 아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고민거리가 잘 안 풀리면 아무 생각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고 한다. 다양하게 폭 넓게 읽다 보면 마치 유레카 법칙처럼 어떤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늘날 아무리 모바일 시대이고 스낵 컬처가 대세라 할지라고 책은 가장 강력한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한글로 루브르박물관을 검색하면 약 50만 가지 정보가 뜨는데 선택의 혼란만 초래한다. 이는 검색을 통해서는 단편적이고 분산적 정보만 얻을 뿐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편집을 거쳐 정제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독서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책은 창의적인 발상도 가능케 해 준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엄청난 양의 정보수집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분류해서 압축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압축된 정보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서 생산적인 지식이 된다. 이 과정은 우리가 책을 읽어야만 달성 가능하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검색하고, 페이스북에 질문하고, 얄팍한 지적 유희에 놀아난다면 수많은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터득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보와 데이터 홍수 속에서 스마트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쇄매체로 된 책을 읽어야 하는 역설적인 접근방법 뿐이다.

이 뿐인가, 독서는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판이다. 지금 혁신의 파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밀려와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을 송두리째 뒤집는다. 필자도 매주 참여하는 ‘애비슈라’독서 포럼 회원인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는 “정보통신분야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경쟁업체보다 미래 전망을 빨리 해야 합니다. 최소한 30년 후 세계를 내다보고 그 세계를 현실로 느낄 줄 알아야 5년 후의 일을 비즈니스로 풀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힘은 족집게 과외처럼 듣는 강연을 통해서는 불가능하고 오직 책을 읽을 때 생깁니다. 1주일에 한권 이상 독서를 하는 이유입니다”힘주어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독서에도 원칙이 있다. 올 초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읽으면 삶을 바꾸는 독서술’저자인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은 “인터넷 속 지식은 시식코너 음식 같아 뇌 건강 위해 책 읽어라”라고 질타하고 ‘기억에 남는 독서 법’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읽은 것을 계속 복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것이다. 책을 읽은 뒤 1주일 이내에 3∼4회 아웃풋하면 완전히 소화되어 내공으로 쌓인다. 즉 읽은 내용을 남에게 얘기하고 책에 나오는 명언이나 자신의 감상을 SNS에 올리고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 10년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

둘째는 막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것이다. 지하철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면 한 달에 서너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다. 가바사와는 “이렇게 막간을 이용해 독서를 하면 제한된 시간에 긴박감을 가지고 읽게 돼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속독보다 정독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되새김질하면서 읽어야 한다. 내용을 남에게 설명하고 주제 토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가바사와는 충고한다.

진심으로 나를 바꾸고 싶고,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한 얇은 지식보다는 내게 필요한 책을 골라 그 책을 쓴 작가와 대화하며 읽는 독서가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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