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거듭되는 이상 기후와 함께 봄철이면 반복되는 황사와 미세먼지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환경성과지수(EPI) 연구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기의 질적 수준은 100점 만점에 45.51점으로 180개국 중 173위이고, SOx, NOx와 같은 유독 환경유해물질의 수치 역시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주로 화력발전과 수송용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의 유해가스에 기인한다. 이에 더하여 지난 해 발생한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세계자동차 시장의 관심을 급속히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추이에 주목하여 필자는 우리나라 산업·환경의 관점에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수송용 자동차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친환경 자동차로는 전기자동차(EV, Electric Vehicle)와 수소자동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가 있다. 이 두 종류의 친환경 자동차는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를, 수소자동차는 연료전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과 우리나라의 산업적, 환경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가 과연 어떤 수송시스템에 주력하여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리더인 테슬러(Tesla)의 CEO 엘론 머스크는 2014년 6월 ‘Open Source’ 정신을 언급하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모두 공개했다. 그 후 연이어 발표된 ‘모델Ⅲ’은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를 한걸음 앞당겼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동안의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지적되어 온 가장 큰 문제점은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오랜 충전시간’ 등 이었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전기차는 한 번의 완충으로 서울~부산을 완주하기 힘들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서는 더 큰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자동차의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또한 기존의 주유소 외에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한 충전소 인프라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전기충전소의 구축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넘어서 정부와 자본의 투자의지가 복합적으로 결부되어야만 상용화 할 수 있다. 또한 오랜 충전시간 역시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전기차의 배터리는 급속 충전에 15~20분, 완속 충전에는 6시간이 소요된다. 2~3분 내에 연료를 채울 수 있는 내연기관에 비해서 결정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자동차의 중량을 줄일 수 있는 신소재를 사용하여 연비를 늘리는 연구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를 충전식이 아닌, 배터리 교환하는 방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주유소와 같은 충전시설에서 규격화된 완충 배터리를 보유하고,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와 교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수소자동차는 85%의 높은 연료효율(가솔린 27%, 디젤 35%)과 가정용 미니 발전소 그리드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연구개발 되고 있는 수소자동차는 비싼 가격과 안정성 확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우리의 현대자동차에서 양산하고 있는 가장 저렴한 수소차의 가격은 8000만원 수준이다. 기술력 발전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연료전지의 가격은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연료전지의 촉매물질로 쓰이는 백금의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금의 대체물질 개발은 수소차가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수소자동차의 생산뿐만 아니라, 저장 및 수송이 까다로운 수소가스의 특성 상 하나의 수소 충전소 건설에 20~30억원이 소요된다는 점도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더불어 수소차는 폭발성 기체인 수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확실한 안전기술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강도의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수소저장탱크의 개발, 최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처럼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연료전지 촉매 등이 상업화 될 수 있다면 수소자동차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는 서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은 점점 사양길을 걷게 될 것이고, 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는 친환경 자동차 상용화의 길목에서 전기차, 수소차 중 어디에 집중하여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HEV(Hybrid Electric Vehicle),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를 넘어 궁극적인 친환경 운송 수단인 EV, FCEV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정책적, 산업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보조금 활성화, 인프라 구축 등의 아낌없는 지원이 안정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 노력은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에서 IoT 기술과 연계된 스마트 그리드를 형성함으로써 우리의 미래 생활 전반에 편리함을 줄 수 있는 순기능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가 이미 친환경 자동차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고, 기술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주요국 자동차 업계들의 치열한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계, 산업계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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