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문적.특화된 교육과정으로 지역 기술인재 육성

성실·협동·창조를 교훈으로 전남 영암군에 터를 잡은 구림공업고등학교(교장 김정필)는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기술인력 양성의 산실이다.

구림공업고등학교는 지난 1968년 구림실업고등학교로 개교한 이래 구림종합고등학교, 구림고등학교 등으로 학칙 변경을 거듭하다가 1990년부터 현재의 교명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제46회 졸업식을 통해 9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구림공고는 현재까지 6044명의 인재를 지역에 공급함으로써 지역 기술인재 양성의 요람으로서 그 지위를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엔 전국 최초로 ‘한옥건축과’를 신설하는 등 보다 전문적이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구림공고는 남다른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지도로 실무형 인재 육성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최근 3년간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2013년 75.34%의 취업률을 기록하며 전국 14위, 전남 2위의 성적을 거둔 구림공고는 2014년(74.08%)과 2015년(74.73%)에도 눈에 띄는 취업률을 유지하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들을 적시에 공급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자격증반, 공무원반, MC+ 교육반 등 우수 인재를 기르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산학연계 강화한 기업맞춤형 ‘MC+ 교육반’, 선취업후진학과정 등 지역-학교-업체-학생 잇는 선순환구조 마련

현재 구림공고는 기계과와 전기·전자과, 한옥건축과 등 3개 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과는 전기에 관한 기초 이론 및 실험·실습교육을 통해 전기기기 제작, 자동제어 설비, 전기배선 설비 및 유지·보수 등의 능력을 갖춘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특히 구림공고 전기과는 기업 맞춤형 교육체계를 활용한 ‘MC+ 교육반’을 운영, 학생들과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림공고의 MC+ 교육반은 교과 과정에 기업맞춤교육시스템을 적용,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분의 교육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는 학교와 기업, 학생 간 취업확약을 전제로 진행된다. 학교는 업체에서 요구하는 직무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정규교육과정(목요일 1~4교시)과 방과 후(월~금요일 각 3시간) 과정 형태로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 중 일정 기준을 통과한 이들에게는 교육감 인증서를 수여하는 등 학생들의 학습 동기 유발책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올해 MC+ 교육반에는 전기과 3학년 재학생 중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유)노바엔지니어링과 지아이엠텍 등 2개 기업과 연계해서 운영중인 올해 교육에서는 공장자동화설비 및 생산관리 운용과정을 개설해 OR CAD, 문서처리, 회로이론 및 도면해석, PLC, 산업안전, 직장영어교육 등의 교과를 운용하고 있다.

목포대와 대불산업단지 등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 선취업후진학과정도 구림공고만의 자랑이다.

구림공고는 지역사회 중견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목표대학교와 대불산업단지를 연계한 ‘선취업후진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목포대-대불산학융합본부와 구직&면접역량강화 코칭 프로그램(3일간 15시간)을 운용,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배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지역 업체들과의 인력 양성 및 취업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산학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집중하고 있다.

구림공고는 지역 35개 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지역과 학교, 업체와 학생을 잇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역 업체와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중심의 전문교육을 강화하고, 이렇게 키운 인재를 지역업체가 채용하는 체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

올해에는 전기공사협회 전남도회와 맺은 업무협약 등을 통해 지역의 건실한 시공업체로의 취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공사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귀띔했다. 지역 시공업체와 현장실습 교육 및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들도 전개하고 있다.

▲‘사랑합니다’ 인사법으로 학생들 정서 함양 노력…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학교 문화 만들기 ‘앞장’

전문성 있는 직업교육과 더불어 구림공고는 학생들의 정서적인 부분에도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인 능력’을 가르치기에 앞서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학교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14년 구림공고 제17대 교장으로 부임한 김정필 교장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배움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가르침보다 더 중요한 게 ‘인성교육’이지요.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인격적으로 바라보고,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다가 구림공고만의 특별한 인사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구림공고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사랑합니다’는 말로 인사를 건넨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굽히며 하는 이 인사법은 구림공고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고민 끝에 생각이 머무른 단어가 ‘사랑’이었어요. 가장 좋은 소통의 언어가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고 인사하는 데 조금 서운하고 미운 마음이 있더라도 서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이 밖에도 구림공고는 매주 화요일 다양한 체육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는 ‘90 스포츠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한참 혈기왕성한 시기인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스포츠맨십을 통한 협동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지난 2월 구림공고를 졸업하고 삼호산업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왼쪽부터)송국민, 유문현, 양동녘 군이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월 구림공고를 졸업하고 삼호산업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왼쪽부터)송국민, 유문현, 양동녘 군이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지역인재가 꽃피는 곳 '삼호산업'

전남 영암군에 자리한 삼호산업(대표 박정훈)은 대불산업단지 내 최대 규모의 선박제조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사내협력업체로, 전장·도장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기초질서 확립 ▲무재해 작업장 ▲최고의 품질 ▲생산성 극대화 등 4대 운영방침을 토대로 관련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 회사는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열정을 무기삼아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삼호산업은 현장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 하에 최선의 작업환경을 갖춘 무재해 작업장을 구축함으로써 각종 안전사고와 재해를 예방하는 데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OSHA 18001을 비롯한 여러 가지 노력들은 ‘안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호산업은 지난해와 올해 초에 구림공고 출신 학생들을 신입직원으로 선발했다.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최고의 자산이 될 ‘인재’를 지역에서 충원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송국민 군과 양동녘 군은 지난해 9월에, 유문현 군은 올해 1월에 각각 삼호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전장파트에서 업무를 배우고 있다는 이들은 선박 내 컴퓨터, 안테나를 비롯해 운항에 필요한 각종 장비에 들어가는 전선을 바인딩한 후 망간, 콤파운드하는 ‘포설’ 작업을 맡고 있다.

일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는 세 명 모두 ‘힘들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래도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는 한 친구의 말에 “이건 거짓말”이라며 옥신각신 모습이 영락없는 10대 소년들이다.

이날 구림공고 졸업생들과 동행한 김주경 삼호산업 과장은 “사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현장에 와서 실습으로만 해 본 일을 직접 몸으로 익힌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조선업은 그 자체로 힘든 작업들이 많기에 이 친구들이 느끼는 피로감이나 고된 정도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하지만 구림공고를 졸업한 세 친구 모두가 성실하게 배우고자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담당 팀장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정필 교장
김정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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