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GRIDWIZ 대표
김구환 GRIDWIZ 대표

국내 수요관리(DR) 시장개설 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 11월 기준으로 원전 3기 용량인 2.9GW의 자원을 운용 중이며 북미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오늘은 그동안 DR시장에 사업자로 참여하면서 경험한 오해와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DR 분야에서 흔히 ‘전기가 남으면 수요관리는 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력위기 상황에서 아낀전기는 발전한 전기와 동등한 효과를 가지므로 전기사업법에서 DR자원은 발전기와 지위가 동등하다. 즉 전력피크 시에 1kW를 절전하면 1kW를 발전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발전기의 추가 증설 없이 전력망의 피크를 관리할 수 있고 이는 경제성 면에서도 유리한 투자다. 또한 예비력이 높더라도 혹한/폭염 및 자연재해로 예상외의 상황에 대비하는데도 송배전이 필요없는 DR은 발전기보다 유용하다.

현재 운용되는 DR 프로그램은 1시간 내에 긴급절전 의무가 있는 신뢰성DR(피크감축)과 하루 전에 입찰을 통해 참여하는 경제성DR(요금절감)이 있다. 신뢰성DR은 급전 가능한 발전기인 LNG발전에 해당한다. LNG발전기는 항시 1시간 내로 기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비용으로 용량정산금(CP)을 연간 1kW 당 4만원 지급받는다. 따라서 동일한 CP를 1시간 내에 긴급절전할 수 있는 신뢰성DR 자원에도 지급하는 것은 정당하다. 경제성DR의 경우 DR자원이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하루전 전력거래시장에 입찰하지 않으면, 거래소는 해당 DR고객의 평소 사용량(CBL)에 준하여 수요를 예측하고 그 용량을 발전사로부터 미리 구매하게 되고, 당일에 초과구매하여 남는 전력(예비율)은 버려지게 된다. 즉 경제성DR은 버려질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에 줄 비용을 아끼겠다는 정보를 미리 제공한 DR고객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따라서 DR은 초기 투자비용이 없고 국민세금 없이 전력거래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로 거래되며 환경적/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예비율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발전기보다 좋은 경제성을 가진다.

두번째는 ‘수요관리는 봉이 김선달’라는 말이다. 이는 DR사업자의 업무에 대한 정보부족에 기인하는 오해다. DR사업자는 미터설치, 서버운영, 전문인력 유지, 리스크 관리, 고객발굴과 유지, 거래소에 실시간 정보제공 및 은행에 준하는 정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DR사업자가 고객별로 설치하는 5분단위 미터기는 고객에따라 백만원~수천만원이 소요된다. 그리고 많은 자원의 신뢰성 있는 관리를 위해서는 운영시스템이 필수적이고 서비스 개선을 위해 매년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최고수익을 위한 자원관리에도 경험 많은 인력의 운영노하우가 요구된다.

고객의 위약에 대한 리스크도 DR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1M 감축을 약정한 고객이 조업사정으로 10M를 더 사용하는 경우에 고객은 1M 분에 대한 정산금을 받지 않으면 되지만 DR사업자는 10M 전체를 떠 안아야 하며, 자원이 위약으로 거래정지 되는 경우에도 위약하지 않은 고객에는 고객분의 정산금(보통 80%)을 자체 비용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외에도 DR사업자는 고객 발굴과 지원에 인력과 비용을 지불하고 경쟁으로 갈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므로, 이제는 일정규모 이상의 자원을 운용하지 않으면 수익성 확보가 쉽지않은 현실이다.

세번째는 흔히들 ‘DR의 혜택이 큰 공장들에만 돌아간다’고 말한다. 이는 2015년 실적에서 참여용량의 92%가 산업용이고 10MW 이상 고객이 전체용량의 64%를 차지하는 점으로 보면 사실이다. 다만 참여고객 1,519개 중 산업용이 39%, 나머지는 상업/농업/주택/교육용으로 분포도는 좋다. 또한 산업부는 올 11월에 비산업용 고객에 추가혜택을 주는 중·소형DR을 시작하고 2018년에는 일반세대를 대상으로 국민DR을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비산업용 비중은 증가하게 된다.

이외에도 ‘전기차의 방전을 통한 DR참여’는 화두가 되고 있지만 V2G 차량과 양방향 충전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3년 내에는 시장화가 어렵다. ‘ESS를 통한 DR참여’는 전력피크 시점이 DR발령 시점과 겹치고 있어 ESS는 더 시급한 피크관리를 우선해야 하므로 DR참여 용량에 제한이 있다.

요약해 보면, 예비율이 높은 경우에도 DR 운용은 국가적으로 더 큰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DR사업자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참여고객은 비산업용이 증가하고 생활 속의 DR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DR도 전력산업에서 다양성을 제공하고 수요위주의 산업구도 재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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