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김석환 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가정에는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데,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벽에 있는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콘센트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전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콘센트가 뭔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콘센트라는 말이 영어라고 생각하고 있고, 영어에는 이런 말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콘센트라고 부르는 물건은 영어로는 ’outlet' 또는 ‘receptacle'이라고 부른다. 콘센트라는 말은 일본 사람들이 ‘concentric plug’이라는 말을 줄여서 부른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핀셋’은 과학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되는 물건이다. 핀셋이라는 말은 영어에서 온 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핀셋은 영어로는 ‘tweezer'라고 부른다. 두 단어는 비슷하지도 않다. 핀셋이라는 말은 영어가 아니라 불어의 ’pincette'에서 온 말이다.

이 단어의 불어식 발음은 ‘팡세트’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핀셋이라고 부른다. 영어를 쓰는 사람도 못 알아듣고 불어를 쓰는 사람도 못 알아듣는 국적 불명의 말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역시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말인 듯 하다.

우리는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에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말에 그 뜻의 단어가 있는데도 사용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사용하는 외래어 중에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외국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변형한 말이 많이 있다.

우리가 비닐 하우스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로 ‘green house’이고 온실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자동차의 방향을 제어하는 장치를 우리는 핸들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영어 표현으로는 ‘steering wheel’이라고 한다. 우리는 희극 배우를 개그맨이라고 부르지만 영어에는 개그맨이라는 말이 없고 ‘코미디언’이라고 부른다.

내친김에 몇 가지 더 살펴보자. 핸드폰은 영어로는 ‘cell phone’ 또는 ‘cellular phone’이라고 한다. 신체적 접촉이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는 스킨십이라는 단어는 영어에는 없는 단어이다. 굳이 찾는다면 ‘touch’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응원할 때 많이 외치는 ‘파이팅’도 영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 방법이다.

비율을 1/100 단위로 나타내는 것을 백분율이라고 하는데 단위는 퍼센트이다. 그런데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퍼센트’가 아닌 ‘프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백분율을 영어로 퍼센티지(percentage)라고 하는데 이것을 프로티지라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는 듯 하다.

잘못된 외래어 표현은 고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영어로 말할 때는 속칭 ‘콩글리시’를 사용하면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영어식 표현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우리끼리 통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에 무어 그리 큰 문제가 있을까? 갑자기 콘센트를 아웃렛이라고 부르고 핀셋을 트위저라고 불러야 될 이유가 있는가? 자동차의 방향 조절 하는 손잡이를 ’핸들‘이라고 불러서 문제될 게 있는가?

외래어보다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리말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떤 말이든 끝에 “~지 말입니다.”를 붙이면 재미있어진다. 많은 사람이 보는 인기 있는 드라마 때문에 사용하게 된 말인데, 방송이든 술자리든 SNS든 많은 사람이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재미로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을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에 가면 점원이 희한한 존댓말로 설명을 해 준다. “가격은 3만원이십니다. 보시고 계시는 것은 전시품이시고 새 물건은 창고에 있으십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물건을 존경하게 되었는지, 우리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르다는 것은 같지 않다는 말이고 틀리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들이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다’는 ‘크다’의 반대말이고 ‘적다’는 ‘많다’의 반대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외래어의 정확한 사용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의 정확한 사용은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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