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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판례 들여다보기) 약정해지권 행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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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B와 조경 등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선행공정이 지연되어 당초 예상한 기간에 작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장마철에 작업을 하면 식재한 수목에 하자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장비 및 인원투입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어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면 A가 큰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었습니다. A는 B에게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했으나, B는 아무 언급 없이 계약기간 변경을 촉구했습니다. A는 작업인원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고, 약정해지사유(공사의 정지기간이 전체공사 기간의 50/100 이상인 때)에 따라 해지권을 행사하고, 공사 이행을 위해 설계도서의 규격에 맞추어 원자재를 준비하면서 지출된 비용 등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습니다.
소송에서는 B의 손해배상책임 및 그 범위에 관한 판단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위 하도급계약에는 “피고 또는 원고는 제1항에 의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하 ‘손해배상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B의 잘못 없이 정지된 공사기간이 전체공사 기간의 50%를 넘게 되었을 때에도 B는 해지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범위 내에서 A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문제가 된 손해배상 규정과 관련하여, A가 약정해지권을 행사하면 B의 잘못과 무관하게 반드시 B가 A에게 손해를 배상하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할 특별한 사정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해제ㆍ해지사유를 단순히 법정해제ㆍ해지사유를 구체화한 것과 약정해제ㆍ해지사유(계약의 순조로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계약상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로 구분하고, 약정해제ㆍ해지 조항은 계약이행의 장애를 이유로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대방 잘못이 없어도 공사가 오래 정지되어 작업 조건 등이 중대하게 바뀌었으면 당사자는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약정해제ㆍ해지권이 행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까지 당연히 인정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계약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같으므로 상대방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을 때에는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법리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ㆍ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대법원의 논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한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졌는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논거로 원고와 피고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해제ㆍ해지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상대방의 귀책사유와 상관 없이 부담하기로 특별히 협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작성 : 2016년 05월 03일(화) 14:38
게시 : 2016년 05월 11일(수) 19:43


김태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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