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자주적인 지역인재 양성의 전초기지

산본공고 학생들이 직접 전기기기의 회로를 구성하고 실험하며 실무능력을 쌓아가고 있다.
산본공고 학생들이 직접 전기기기의 회로를 구성하고 실험하며 실무능력을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 공업고등학교도 살아남으려면 달라져야 합니다. 예전처럼 딱딱한 이론 수업과 틀에 박힌 실습으로는 학생들이 절대 취업에 성공할 수 없죠. 전과 같은 분위기였다면 선생님의 지도를 학생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교사는 물론 저부터 달라져야 취업률뿐만 아니라 면학 분위기, 학생과의 거리 등 학교의 모든 것이 바뀌는 시대가 온거죠. 저희 산본공고도 시대 분위기에 앞서가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윤석인 산본공업고등학교 교장<사진>의 책상은 여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책상과 다를게 없었다. 산본공고의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각종 사업과 교육프로그램 등이 담긴 서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교육부 관계자들과 학교 발전을 위한 회의를 하다 왔습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교육 방식으로는 학교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죠.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터주기 위해 지금도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각종 취업연계 활동을 만들어나가는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학생 맞춤 교육개혁에 앞장

산본공업고등학교는 1994년 3월 경기도의 인력 수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워진 학교다. 올해로 23년이 지난 만큼 역사가 깊진 않지만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낸 내공은 탄탄하다.

산본공고는 ‘깨끗한 사람’, ‘능력있는 사람’, ‘품위있는 사람’을 육성하겠다는 교훈 아래 지식기반 정보화시대에 맞는 전문 기술인 양성에 앞장서 왔다.

특히 산본공고는 2011년부터 정부의 선 취학 정책에 발맞춰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특성화고등학교로 선정,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기술자를 양성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특성화고 선정 이후 산본공고는 2013년 에너지분야 학과를 신에너지전기과, 그린자동차과, 금형디자인과, 에너지응용화학과, 친환경건축과로 개편해 산업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왔다.

또한 지난해 그린자동차과와 금형디자인과가 도제사업으로 선정됐고 올해는 신에너지전기과와 에너응용화학과가 추가 도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윤 교장은 “지역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지역 거점 학교에서 육성한다는 것은 학생의 정서적 안정이나 사회적 소속감 등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다른 학과도 도제 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본공고는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전공과 연관된 정보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ITQ외 9개 과정을 운영 중에 있고, 시퀀스 연구반 등 13개 동아리에서 전문교과 영역을 토의·심화시킬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실력을 다지는 방과후 교실로 우수기업체취업반 등 4개 과정, 마이스터를 향한 기능전공반 4개 과정 등 학생의 관심에 따라 진로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적 토대를 마련해 놨다.

산본공고의 교육 커리큘럼도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 1~2학년 교육과정에서는 전기에 관한 기초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전기회로와 전기기기, 디지털논리회로 등을 다룰 수 있도록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조화시켜 놨다. 3학년에 진학하면 실무과목인 자동화설비 실습과 전기응용, 각종 전기설비들의 설계·운용, 유지·관리 업무 등 언제든지 산업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기 기능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기업과의 취업 연계 프로그램‘활성화’

산본공고는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거점 학교라는 사명의식을 갖고 각종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군포일자리창출 자격증반’의 경우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인기가 높다.

군포일자리창출반은 지역인적자원개발을 통해 지역 내 고용창출을 도모하고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서도 낯설지 않도록 이른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셈이다.

산본공고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특화된 인적·물적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직업 능력 접수와 취업 기회 확라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자격증반 운영을 확대시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연계·협력하는 지역 학습 공동체 형성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3학년 취업 대상자를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는 직업능력 향상반도 운영 중이다.

이 반은 전공교과에 대한 자격증 취득 기회를 확대하고 컴퓨터 활용 능력을 극대화해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게 주 목적이다. 학생들은 1인당 2개 이상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정규 교육시간 이후 남아 교사들과 함께 열띤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지금도 전자캐드 자격증반 17명과 전기기기제어반 10명 등 27명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꿈과 미래를 걸고 취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성적’과 ‘취업’ 두 마리 토끼 잡아

산본공고 학생들의 노력으로 따낸 상과 취업 성공 신화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최근 성적만 살펴봤을 때 지난해 제43회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비롯해 울산광역시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냉동기술 금메달과 우수상, 올해 경기도 지방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개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싹쓸이하며 대기업과 우수 기업 등에서 학생들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거의 매해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대기업에 학생이 취업했고, 지역 유수 전기공사업체는 물론 반도체디스플레이장치 업체, 신재생에너지 업체, 전기설비 설계·제작 업체 등 전문성이 필요로 한 곳에서 산본공고 학생을 찾고 있다.

한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학생들이 기초 이론과 실습을 통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 현장 적응력이 뛰어나다”며 “실무 담당자들이 산본공고 학생들을 뽑아서 가르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며 만족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훈 다스 총괄부장(왼쪽)과 양철호 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영훈 다스 총괄부장(왼쪽)과 양철호 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역 인재가 꽃피는 곳, 다스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전기전자기기 제조업체 다스(대표 안희인)는 총 인원이 93명에 20여년간 명맥을 지켜온 지역 우수 업체로 손꼽힌다.

설립 초기 삼성전자의 휴대폰 충전기부터 일본의 산요(SANYO), 하이테크(HITEC)의 제품을 생산하는 등 내실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아 왔다.

특히 생산부터 코팅, 검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원스톱(One-Stop)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군포에 몇 안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양철호(20)군은 다스의 막내이면서도 씩씩하게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저는 진학보다는 취업을 먼저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과서보다는 현장에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 노력했죠. 3학년 때는 현장에서 필요한 전기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며 현장감각을 익혀나갔어요. 1학년 때부터 목표한 것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다보니 막상 사회에 발을 내딛었을 때도 큰 어려움이 없더라고요.”

양 군은 20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조용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조리있게 풀어갔다.

“제가 지금 맡고 있는 부분은 품질 검사 쪽이에요. 검사를 하다보면 학생 때 제가 직접 전기회로를 만들고 연결한 뒤 제대로 작동되는지 시험해보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물론 지금의 검사가 더 전문적이고 어렵긴 하지만 당시의 교육이나 실습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양 군은 지금 재직 중인 다스에서 전문 기술을 충분히 배운 후 경력과 지식을 쌓아 회사 CEO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이곳의 선배들도 다 저와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요. 모든 것이 경험을 쌓는 과정이자 또 다른 학교에 왔다는 생각으로 성실하면서도 묵묵하게 제 일을 해나간다면 언젠가 저도 회사를 경영하는 CEO가 될 수 있겠죠.”

윤석인 산본공업고등학교 교장
윤석인 산본공업고등학교 교장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