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년 2년 연속 서울시 특성화고 취업률 1위

윤호근 송파공고 전기정보과장이 방과 후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윤호근 송파공고 전기정보과장이 방과 후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어서오세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고르는 중이라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취재를 위해 송파공업고등학교 교장실을 들어서자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들려온다. 이교식 송파공고 교장<사진>이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학교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이교식 교장이 직접 선곡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싶어서라고. 이교식 교장은 “교장이 교사를 신뢰하고, 교사가 학생을 신뢰하고, 학생이 교장을 신뢰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 대치동의 대명중학교에서 2년 6개월간 교장직을 하다가 2013년 송파공고로 자리를 옮긴 이교식 교장은 송파공고를 ‘명문 송파공고’라고 부른다. 교사들, 학생들에게도 항상 ‘명문’이라는 말을 붙이라고 당부한다.

이 교장은 “아직은 아닐지라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명문이라고 생각하고, 불러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취업, 군복무까지 한 번에 해결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송파공고는 1990년 11월 10일 설립인가를 받고 1991년 3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로 26년을 맞은 만큼 역사는 깊지 않지만 탄탄한 내실을 자랑한다.

특히 서울시, 국방부가 지정한 특성화고등학교로 전문성, 취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송파공고를 정보통신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송파공고는 산·학·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정보통신 거점학교로서 정보통신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국방부 군특성화고등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군특성화고는 국방부가 교육과학기술부·노동부·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만든 산·학·군 협력육성 교육 프로그램이다. 송파공고는 정보통신 분야, 유무선 네트워크, 레이더 등을 배우고 통신기기·선로·설비 관련 자격증을 따게 된다.

군특성화고의 장점은 학생들이 병역과 기술·학위·취업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입대를 해야 하는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졸업 후 군에 입대하면 원하는 병과에서 급여를 받고, 군 복무를 할 수 있고,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전문기술과 학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취득한 기술에 따라 정비와 통신 관련 부대에 배치되고, 기술 전문병으로 의무복무기간을 지낸 뒤 부사관(전문하사)으로 임관하게 된다.

덕분에 송파공고의 입학성적은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고, 취업률도 오름세다. 특히 2013년, 2014년 연속 서울시 국공립 특성화고 취업률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률은 67.2%를 기록했고 전기정보과는 70%를 웃돌았다. 취업률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교육도 주력하며 ‘기본에 충실한 인재’를 키우고 있다.

이교식 교장은 “잠깐 취업률이 올랐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기본에 충실하고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고, 또 교사들도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은 기본, 풍력・연료전지・지열까지 갖춰

현재 송파공고 전기정보과에는 16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전기정보과는 전기, 자동제어, 전력설비, IT기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력설비와 정보통신을 접목한 스마트그리드, 발전·배전·송전분야 등을 교육한다.

송파공고는 다양한 실습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다른 학교의 전기과 실습실에 있는 장비는 기본이고, 태양광발전 6kW, 연료전지발전 1kW, 풍력발전 300W,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학생들이 직접 신재생발전설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에는 3kW는 독립형으로 교내에서 냉난방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3kW는 발전사업하가를 받고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송파공고 전기정보과가 다양한 설비를 갖출 수 있었던 건 전기정보과 교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고가의 설비를 갖추려면 교내 운영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사업과 연계해 비용을 확보해야 하는데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우수한 인재를 기르려면 좋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윤호근 전기정보과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녹색기능인력 양성사업에 전기정보과가 5년 연속으로 선정되면서 지원받은 비용이 총 2억3000만원가량 되는데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 방과 후 교실 운영비, 외부 전문가 초빙, 학생 연수, 연료전지 구입 등으로 활용했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려면 그만큼 비용이 필요한데 녹색기능인력 양성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운영하는 취업준비반도 성공적

전기정보과 학생들은 1학년에 입학하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송파공고 학생들은 반드시 1인 2자격증을 따고 졸업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자격증을 많이 따는 학생은 6~7개를 따기도 한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기술직 공무원의 절반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로 선발하면서 이에 대비한 맞춤반도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뿐 아니라 공기업,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준비반은 방과 후로 운영되는데 학년 당 10명만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취업준비반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합심해 운영하며 시너지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은 방과 후는 물론 주말에도 자발적으로 특강을 하고, 학생들도 호응하고 있다. 학부모는 소정의 비용을 모아서 방과 후 취업준비반 학생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공무원에 총 8명의 학생이 합격했다.

윤호근 전기정보과장은 “정년이 2년 남은 선생님도 주말에 자발적으로 특강을 하시고, 학부모 분들도 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기정보과가 잘하니까 다른 과도 덩달아 수준이 향상되고 있어 학교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근 코모텍 대표(오른쪽)와 김창민 군.
김덕근 코모텍 대표(오른쪽)와 김창민 군.
◆취업 연계 모범사례, 코모텍에서 찾다

“송파공고 학생들 채용은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

전기모터 전문 기업 코모텍(대표 김덕근)은 1997년 설립돼 국내 정밀 모터 분야를 이끌고 있다. 기술력이 없어 일본에만 의존하던 국내 모터 산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지금은 일본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술력과 제품을 확보했다.

삼성전기에서 근무하던 김덕근 대표는 세계 최고 모터 전문회사를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코모텍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 몇 대로 17평 사무실에서 조그맣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연 매출 80억원, 직원 수는 50여명에 이른다. 하이테크 모터부터, 소형, 대형 모터까지 거의 모든 모터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주요 공급처는 산업용 로봇, 어뢰나 탱크 같은 방위산업, 엘리베이터 등이다. 삼성전자, LIG,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과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코모텍이 송파공고와 인연을 맺은 건 2008년부터다. 2008년부터 송파공고 졸업생을 채용했고, 그동안 채용한 학생만 20명에 달한다. 올해 코모텍에 입사한 김창민 군도 그중 하나다. 김창민 군은 지난해 3학년 2학기 현장실습을 코모텍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실시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른 일과 회사 분위기 때문에 최종 입사는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추천해준 곳이 바로 코모텍이었다.

김창민 군은 “먼저 입사한 동기가 3명 있는데 물었더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오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을 하더라”라며 “막상 와보니 중소기업인데도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작업 현장에서도 엄격하게 절차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현재 김창민 군은 모터 생산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앞으로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코모텍은 고졸 채용자도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관리직이나 연구소에 근무할 수 있고, 공장장 승진까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폴리텍대학과 연계해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김재국 코모텍 전무는 “송파공고 학생들을 채용하는 건 노동력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라며 “앞으로도 송파공고와 연계해 인력을 채용하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교식 송파공고 교장
이교식 송파공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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