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의 역사만큼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 인재육성의 산실

서울공고 전기전자과 학생들이 교내 실습실에서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공고 전기전자과 학생들이 교내 실습실에서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공업고등학교는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설립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99년 5월 관립상공학교로 설립돼 117년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서울공업고등학교의 이름을 얻은 건 1951년이고, 1939년 현재 위치인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으로 교사를 이전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듯 본관 건물은 2002년 5월 31일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다.

서울공고는 웬만한 대학교 못지 않은 규모와 학생 수를 확보하고 있다. 건물만 13동, 학교 면적은 900평에 달한다. 총 11개 학과, 59개 학급을 운영 중이고 현재 다니는 학생 수는 1500여명이다. 그동안 배출한 학생만 6만여명에 이른다. 고등학교로는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데 규모만 큰 게 아니라 내실도 탄탄하다. 2003년에는 대통령 기관표창장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학교평가 2개 영역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교육청 지원형 특성화고로 지정(뿌리기술, 스마트기술, 그린기술, 11개 학과로 개편) 되기도 했다.

◆높은 취업률, 신입생 입학성적도 동반 상승

전기전자과는 11개 학과 중 가장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4년전만해도 전기과, 전자과가 나눠져 있었지만 학교 특성화 차원에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전기전자과로 합쳐졌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절반은 전기, 나머지 반은 전자 계열이다. 전기전자과 소속 교사도 전기, 전자 각 5명으로 구성됐다.

전기전자과의 취업률은 평균 70~80%를 유지하고 있다. 한해 졸업생이 150명 내외인데 120여명은 취업에 성공하고 있는 것.

양한석 서울공고 교장은 “대학 진학, 군입대 등을 제외하면 취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거의 다 취업을 하는 셈”이라며 “취업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라 원하는 곳에 가느냐 못가느냐가 학생들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전자과의 취업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신입생 입학성적도 동반 상승 중이다. 신입생 입학성적 백분율은 2011년 45%에서 2012년 39%, 2013년 37%까지 올랐고 2014년, 2015년은 26%를 기록했다.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유명한 마이스터고의 백분율이 20% 내외인데 이와 비교해도 별반 밀리지 않는 수치다. 전기전자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수한 학생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전자과 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전기, 승강기, 전자기기, 전자계산기, 전자캐드, 정보처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이 이뤄진다. 이를 바탕으로 졸업 후에는 공기업, 공무원, 발전·송배전, 자동화설비, 정보통신기술 기업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명이 서울시 공무원에 합격했고, 삼성전자, 삼성SDI, 한국수자원공사, 서울메트로 등 대기업을 비롯해 남강엘리베이터, CNM로보틱스, 이랜드건설, 마이크로디지털 등의 강소기업에 대거 취업했다.

이동주 서울공고 전기전자과장은 “학생들이 병역특례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병무청, 산업인력관리공단, 교육청과 함께 전기계열·전자계열 취업맞춤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는 서울시 교육청 전기직 기술공무원 지원자가 많아져 공무원 시험 준비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취업률보다는 성장가능성 위주의 취업지도

서울공고 전기전자과 교사들은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데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졸업 후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는지, 회사의 성장성은 있는지, 재교육의 기회는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핀다. 학생들이 3학년 2학기 파견실습을 나가기 전 어려차례 상담을 실시해 신중하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양한석 교장은 “학생들을 기업에 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은 학생들을 선발해 재교육을 시켜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데 그런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공고의 저력은 실습 위주의 수업 방식으로부터 나온다. 실습 기자재 확보율이 70%에 달하고, 필요한 기자재는 그때그때 확충한다. 이론공부가 2시간이라면 실습은 2~3시간 수준으로 그만큼 실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덕분에 현장에서 서울공고 출신은 실력을 제대로 갖추고 끈기가 있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다.

실습을 통해 실력을 갖춘 학생은 별도로 선발 해방과 후 영재반을 운영하고 있다. 영재반 운영비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 받는다. 덕분에 2010년 런던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고, 매년 열리는 전국대회에서는 입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졸업한 선배들의 후배사랑도 남다르다. 영재반 출신 선배들은 기능반 운영비용이 부족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있고, 동문기업에서는 서울공고 학생들을 특채로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철 아이스파이프 부사장(왼쪽)과 이병찬 군이 활짝 웃고 있다.
이상철 아이스파이프 부사장(왼쪽)과 이병찬 군이 활짝 웃고 있다.
◆취업 연계 모범사례, 아이스파이프에서 찾다

“기술력 보고 매력 느껴,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LED 램프를 제조·판매하는 아이스파이프(대표 이석호)는 방열에 적용하는 히트싱크를 접목해 주목 받는 기업이다. 아이스파이프만의 방열기술을 적용해 LED램프의 가격을 대폭 낮췄고, 품질, 안전성은 높였다. 이상철 아이스파이프 부사장은 “신기술을 적용해 가격 경쟁에서 어떤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좋은 품질과 가격경쟁력 덕분에 미국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파이프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공고 출신 학생 2명을 신입직원으로 선발했다. 서울공고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학생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육성하기 위한 결정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서울공고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아이스파이프에 정식으로 입사한 이병찬 군은 지난해 8월부터 아이스파이프로 현장실습을 나와 근무를 했다. 지난 수개월간의 경험을 통해 아이스파이프의 가능성과 기술력을 믿고 입사를 결정했다.

이병찬 군은 지난해 여름 취업설명회에서 처음으로 아이스파이프를 접했다. 당시 아이스파이프의 방열기술을 적용한 히트싱크를 보고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품질 LED에서 발생하는 플리커 현상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마음을 굳혔다. 3학년 2학기에 하는 현장실습을 아이스파이프에서 시작했다.

이병찬 군은 “수개월간 근무해보니 근무시간, 업무강도 대비 저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만족스럽다”며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아이스파이프 얘기를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아이스파이프 입장에서도 이병찬 군의 실력에 만족하고 있다. 이론에만 치우쳐 현장에서 헤매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지행 아이스파이프 생산지원부 차장은 “정석으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정확도 못지 않게 속도도 중요하다”며 “병찬이는 학교에서 실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판단해 작업속도가 빠른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스파이프는 이병찬 군이 원한다면 앞으로 외부기관과 연계한 교육을 지원할 방침이다. 전문성을 키워 회사에 기여할 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교육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가르치고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걸 가르치기 보다는 본인이 완벽히 터득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는 것.

이상철 부사장은 “이병찬 군과 같은 학생을 잘 키우는 게 회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매년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한석 서울공고 교장
양한석 서울공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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