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일본 도쿄 남단 50km지점의 후지사와 SST(Sustainable Smart Town)를 다녀왔다. 1000세대가 입주하는 친환경 에너지자립 마을이다. ‘최첨단이지만 전통마을처럼 편안하게’라는 슬로건에 100년을 지속하고자 하는 이 자립마을의 철학이 담겨있다. 마을 내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자연스러운 태양광, 따뜻한 인간관계, 안전한 이웃, 전기 이동수단이 마을 공동체라는 편안함으로 그 속의 사람들을 품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료전지, 태양광, ESS, 전기차, IoT보안, 공유에너지를 갖춘 한옥마을인 셈이다.

하지만 후지사와에서는 IT, 연료전지, 태양광, EMS와 같은 첨단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의 지속가능하고 가치 있는 생활을 전면에 내세운다. 무엇을 위한 첨단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특히, 1000세대의 자립마을을 만들고 42인치 화면 두 개로 상황실을 운영하는 모습은 지속가능성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또 사업의 기간은 2008년에 시작하여 계획하는 데만 5년이 걸렸고 분양을 시작하고 조성까지는 10년이 걸린다. 이후 성장기 30년, 성숙기 30년, 진화기 30년을 거쳐 2108년에야 지속 가능한 자립마을이 완성된다. 친환경 문화를 생활 속에 받아 들이고 이를 세대에 걸쳐 전수하는 100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이 마을은 CO2는 70%, 물 소비는 30%를 줄이며 신재생에너지로 30% 이상을 조달하고 재난 시에 3일 동안 외부 도움 없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각 가정의 보안장치들은 집 내부뿐만 아니라 인도를 지나는 사람까지 연계하여 작동하고 조명이 반응하고 카메라가 따라 움직인다. 지붕은 태양광을 위한 최적의 각도로 설계되고 이는 공원 및 도로변 태양광과 마을단위로 모두 연계되어 가정에서 남거나 모자라는 양을 보충해 준다. 우리도 도입해 보고 싶어지는 인간을 품은 에너지 마을의 좋은 모델이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철학의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수요관리에서 국민DR과 중소형DR이다. 수요관리는 2014년 11월에 시장이 개설되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11월 등록분 기준으로는 원전 2.8기에 해당하는 2.8GW의 자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수요 감축량이 철강, 시멘트 등 대형 산업체에 편중되어 있고 10MW 이상의 대용량 산업체가 64%, 1MW 이상은 89.5%에 달하고 있어 산업체 편중이 심하다. 그 원인은 현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조건과 의무가 조업조정을 통해 참여하는 산업체에는 유리하고, 냉난방 등으로 참여하는 소용량 수용가의 참여는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수요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16년 11월부터 중소형DR 상품을 도입하고, 2018년부터는 일반 가정도 참여할 수 있는 국민DR 상품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소형DR은 계약전력 2MW 이하 산업용, 100kW를 초과하는 주택용과 일반용, 교육과 농업용의 모든 수용가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 자원들에는 등록조건인 RRMSE 기준을 없애거나 의무 감축시간을 기존의 4시간에서 1시간으로 낮추는 등의 시장참여 조건과 의무를 완화할 방침이다.

국민DR은 아파트와 같은 계약전력 100kW 이하의 주택이나 소형 점포와 같은 일반용을 대상으로 하며, 올해 연구과제를 시작하여 제도와 사업모델을 실증하고 2018년부터 시범적용하게 된다. 이 국민DR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에너지관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에너지IoT 시대의 기초를 만들어 준다. 에너지IoT 시대에는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와 전력기기들이 전력망의 상황과 전기요금에 유기적으로 반응하여 스마트한 전력소비를 할 수 있게 되는 단계다. 예로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전력기기들이 스스로 주변상황 정보와 내부 데이터를 마이닝과 딥러닝을 통해 분석가공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동작하게 된다. 보통 신기술의 등장에 대해 소비자들은 초기에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관심해지는 기술 피로도를 유발하는데, 이러한 개인의 행동패턴에 동기화된 딥러닝 에너지제품들은 사용자의 인지나 불편함의 감수 없이도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와 효율화를 달성하게 해 준다. 그러므로 국민DR은 가전업체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주는 시장과 부가서비스를 창출하며 사용자에게는 금전적 편익과 편리성을 제공하고 국가 전력망의 안정에도 기여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가진다 하겠다.

인간의 삶을 품은 따뜻한 에너지 자립마을과 생활 속에 스며드는 수요관리의 일상화가 이제는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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