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조교수
허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조교수

사람 좋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K팀장, 올해도 힘겨운 매출목표를 받아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에게는 고객을 만나고 일을 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왜냐하면 요즘 한 팀원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다. 그 팀원은 걸핏하면 지각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시한 업무를 맘에 들게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름 업무적으로 코칭을 하지만 그때뿐이다.

K팀장은 유쾌하고 유머감각이 있어 부드러운 분위기로 팀을 이끈다. 하지만 약이 되는 쓴 소리를 하는 것에 약하다. 얼핏 팀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매출압박에 늘 쫓기는 K팀장의 마음은 타 들어간다. K팀장은 리더로서 팀원들 앞에서 권위가 서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K팀장은 전형적인 착한 리더다. 그는 팀원의 잘못에 대해서 따끔하게 질책하거나 쓴 소리를 하는 것이 불편하다. 괜스레 팀원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다가 혹시나 서로 마음 상하느니 수고스럽더라도 본인이 더 일하고 말지라고 생각한다.

K팀장은 무른 리더이다보니 힘든 것일지 모른다. 팀원 입장에서 이왕이면 나쁜 보스보다 착한 리더가 좋겠지만, 어떤 팀원에게 묻는들 착하기만 한 리더가 결코 좋은 리더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K팀장과 같은 사례는 갓 팀장이 되었거나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유형의 관리자에게서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착한 리더는 좋은 리더가 아닐 수 있다.

리더십을 정의하자면, “리더 자신의 색깔에 맞는 좋은 영향력의 행사를 통해 소속 조직의 성과 및 목표를 달성하도록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능력”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리더십의 본질은 리더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구성원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면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직급이 올라갈수록 단순한 긍정적 영향력의 행사보다는 전략적 방향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리더십의 초점을 바꾸는 ‘리더십 전이(leadership transition)’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착하고 인기 있는 사람이 팀장이나 임원이 되기 힘들고 정작 리더가 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리더십 전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착한 리더는 팀원에게는 인기를 얻는 대신 그들의 성장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고, 사람 좋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평을 피할 수 없다. 착한 리더에서 좋은 리더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기를 얻고자 하기보다는 성과 및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관점을 옮겨야 한다. 그러려면 때로는 구성원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악역을 감당할 줄도 알아야 한다.

대리나 과장 정도의 팀원에게 악역을 맡겨 싫은 소리를 대신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궁여지책이다. 팀원들이 팀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관리자를 따르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갑자기 악역을 한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잭 웰치는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하나 꼽으라면 ‘절대적인 솔직함(Candor)’이라고 했다. 즉 리더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구성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피드백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지더라도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부하직원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기 위해서 잘못된 표현으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오히려 더 잔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앞서 K팀장의 사례에서처럼 지각이 잦은 팀원의 경우에는 지각을 하게 되면 당하게 되는 불이익을 정확하게 일러줘야 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부하직원과의 관계는 사적인 친분관계가 아니라 업무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 리더십 전략을 담은 <보스의 탄생>에서 린다 A. 힐 교수는 부하직원을 인간적으로 대하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동의 목표와 업무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많은 리더들이 호감을 사면 신뢰를 얻거나 존경 받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 하면서 직원들과 지나치게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결국 직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라고 한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때론 까칠하기도 하고 미움 받을 용기도 필요한 직급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IGM세계경영연구원 허두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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