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하 한국HRD협회 회장
엄준하 한국HRD협회 회장

작금의 인륜을 저버린 범죄행위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렇게 도덕적 규범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일까?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우리민족의 이타적 미덕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그 동안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도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도덕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우리 어른들 스스로 잘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은 어렸을 적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들은 조부모와 부모로 이어지는 가정 내 암묵적 멘토링과 가족문화로부터 도덕을 익혔다. 하지만 산업화와 이농현상으로 객지생활의 핵가족을 이루면서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 생활보다는 이기적 생활을, 예의와 도덕보다는 눈앞의 편리성을 추구했다. 어른들은 윤리규범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식한테 가르치는 방법을 잘 몰랐다.

지금의 부모들이 자란 청소년기는 자유와 자주를 갈구한 시대였다. 누구도 그들에게 자유를 누리는 것 만큼 민주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지켜야할 의무에 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당연한 도덕과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을 어른들은 너무도 소홀히 해 왔다.

예로부터 인간세상에 삶의 바른 지침이 되어준 것은 불교, 유교, 그리스도교 등으로 대표되는 종교였다. 이들 종교의 가르침은 인간 삶의 도덕이자 규범이었다. 불교는 남모르는 악행도 언젠가는 그 업보를 받게 된다고 가르치고, 유교는 사람이 곧 하늘이며 모두가 존귀하다고 가르친다. 그리스도교는 사후의 심판으로 지옥에의 처벌을 강조해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는 삶의 지침을 제시했다.

물론 최근에는 종교 스스로 그 권위를 상실해 인간교화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와 지방단체·학교에 강력한 인성교육 의무를 부여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와 덕목으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을 제시한다. 핵심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필요 지식과 의사소통·갈등해결 능력을 비롯한 핵심역량을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어른들이 도덕을 지키고 않고 사회규범을 무시하는 것은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기가 부족하고 인격 수양이 부족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인생(人生)이 있다. 날생(生)에 마음(心)을 보태면 인성(人性)이 되고, 개개인마다 인성의 수준이 나름의 인격(人格)으로 형성된다. 인격은 사람의 됨됨이며 품격이다. 인간으로서 가치관과 자존감, 타인에 대한 예의범절, 그리고 사회에 대한 역할이 총합되어 그 사람의 인격이 되고 사람은 그 인격에 의하여 사회로부터 대접을 받게 된다.

유교에서는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다섯 가지 도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우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을 우리 선조들은 5대 덕목으로 실천해 왔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본성 개발이다.

인간본성에서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어질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하고, 의(義)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부끄럽지 않게 항상 옳고 의로운 것을 말하며, 예(禮)는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양보하고 겸손하며 예의바른 것을 말하고, 지(知)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사리를 판단하는 지혜로움을 말하며, 신(信)은 믿음으로 거짓이 없는 진실함을 말한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뤄놓은 동방예의지국은 인의예지신이 살아있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이 시대 어른들의 몫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종교의 역할이다. 어른들이 먼저 살아가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가치관을 정립한 다음 인격을 수양하여 스스로 도덕과 사회규범을 지키는 것 이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을 만드는 길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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