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에 뒤처진 KS인증…기술력 향상에 발목

태양광 인버터.
태양광 인버터.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세계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통계 2021’에 중국은 지난해 풍력 72GW, 태양광 49GW 등 총 136GW 설비를 신규로 설치했다. 이는 지난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261GW)의 절반을 넘는 양이다.

시장 확대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제품 및 소재의 가격을 낮추는 바탕이 됐고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까지 더해지며 중국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리딩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국내 인버터 업계에서도 이미 중국 제품이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앞선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국내 인버터 산업의 평가와 발전저해 요소 등을 업계의 시각으로 살펴봤다.

◆‘시스템’과 ‘설비’…국제규격과 국내규격 타깃 달라

인버터 업계에서 산업발전에 악재로 꼽을 때 가장 우선 거론되는 것은 ‘인증’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시스템은 IEC 국제 표준 규격을 따른다. 그중 인버터에 해당하는 규격은 IEC 62109-1과 IEC 62109–2다.

인버터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는 IEC 62548이 있는데 ‘태양광 설비 시스템 전체에 대한 안전 권고’라고 할 수 있다.

이 IEC 62548의 부제는 ‘PV Array Requirement’로 ‘PV 어레이 전체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버터, 접속함, 모듈, 퓨즈 등 부품을 다루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중심에 놓기 때문에 각 부품의 규격과 상충하지 않는다.

전체 설비에 대한 리스트업 후 각각 설비의 대체품을 전부 포함 시킨 뒤 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모듈은 인버터의 영역을 인버터는 퓨즈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반면 국내규격은 인버터와 모듈, 접속함 등에 대해 각각의 설비기준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기준이 수정되면 다른 설비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모듈의 인증기준이 변경될 경우 인버터도 해당 기준에 맞춰 스펙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LS산전의 태양광 인버터(해당 제품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LS산전의 태양광 인버터(해당 제품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대체 부품, 비싸도 안전해도 사용 안 돼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단위로 기술력이 크게 높아진다.

발전단가를 석탄보다 낮추기 위해 모듈과 태양전지 및 인버터를 제외한 모든 주변장치(BOS; Balance of System)의 단가를 최소화려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버터 업계는 국내시장이 이와 같은 변화에 관대하지 않다고 꼬집는다.

제조사들은 부품을 사용할 때 몇 곳의 부품을 함께 검토한다. 단순히 단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수급의 문제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품사가 망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 부품도 생각해야 하는데 성능이 같거나 더욱 뛰어난 부품이라고 해도 인증 시 받은 부분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새로운 인증을 받아야 한다.

부품별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의 리스트를 인증 과정에서 함께 받아 테스트하고 이를 인정해 주는 해외사례와 다른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가지 부품의 재고 부족으로 당분간 수급이 어려워지면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수급이 가능해질 때까지 생산 못 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인증에 필요한 비용 또한 제품 하나당 수천만 원에 달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굳이 인증에 도전할 이유가 없어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 현재 해외에는 2000V, 3000V 시장이 이미 활성화된 상황인데 국내는 이제 겨우 1500V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인증 때문에 국내에 신기술 도입이 어려워지며 기술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격한 인증, 소비자에게 얼마나 좋나

인버터에 있어 KS규격은 대체로 IEC규격을 참조한다.

문제는 해당 규격의 맥락이 아닌 규격상의 ‘숫자’를 참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버터의 경우 IEC는 시스템을 논하지만 KS에서는 ‘설비 자체’에 관해 다루기 때문에 시작점부터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를 들어 ‘전자파적합성필증’의 경우 국내에서는 누설전류를 무조건 5mA 이하로 맞추도록 하고 있다.

5mA는 10kW이하의 제품이 아니라면 맞추기 어려운 부분인데 업계에서는 KS규격이 IEC규격의 ‘가정용 인버터 규격’에 따르며 생긴 부분이라고 말한다.

인버터는 전력변환 시스템의 고유한 특성에 따라 1MW, 3MW 등 용량이 커지면 누설전류도 커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규격상의 숫자만 가져오며 이러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IEC상의 가정용 인버터 규격에서는 가정용에 맞춰 작은 값이 설정된 건데 이를 전체 인버터에 적용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규격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5mA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굳이 달지 않아도 되는 장치를 달거나 있어야 하는 장치를 떼어야 하는 상황으로 어느 면이나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버터 업계는 발전소에 공급되는 인버터의 인증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발전소에 인버터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각 발전소에 공급될 때마다 발전소명과 적용제품을 써넣은 KS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완전히 같은 제품이지만 판매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버터가 아니라 TV를 판다고 가정한다면 가구마다 주소와 모델명을 기입한 인증서를 따로 발급하는 셈”이라며 “발급을 담당하는 인원이 따로 필요하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늘어나고 그 가격은 다시 제품에 포함돼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규격의 부재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직접 연관되는 한국에너지공단과 전기안전공사, 전력거래소가 요구하는 다양한 규격도 인버터 산업의 규제로 꼽힌다.

사업주는 각각의 시행기관에서 요구하는 모든 항목을 맞춰야 하지만 요구하는 규격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예로 태양광 인버터와 같은 분산형 발전 설비는 모니터링 및 제어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관마다 모니터링 설비를 다르게 요구하고 있어 현장에 따라 최대 3개의 모니터링을 갖추는 곳도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REMS라는 시스템을 사용함에 따라 국가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사업이나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REMS설비를 구매해야 한다. 반면 KPX나 한전에서는 모니터링을 위해 DER·AVM 설비 사용을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인버터 모니터링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모니터링 설비 외의 1-2개의 추가 모니터링을 사용해야 한다”며 “해당 사용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사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필수적으로 모든 설비를 구매해야만 하고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KS표준, 세계 인증과 발맞춰 나아가야

한국 인버터 시장은 해외 제조사가 진입하기 까다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해외 제조사 대부분은 IEC나 UL 인증 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KS인증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KS인증을 충족하기 위해 해외에서 제품성을 인정 받은 제품의 스펙을 변경하거나 다운그레이드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외 인버터 업계는 이러한 부분 때문에 국내 인버터가 성장하지 못하고 해외에서도 외면받고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KS인증으로는 수출 가능성이 애초에 0%에 가깝다”며 “KS에 맞춰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IEC 국제표준을 충족할 수 없기에 해외시장으로의 진출과 꾸준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150GW의 태양광이 설치됐는데 그중 한국의 설치량은 단 4GW에 그쳤다”며 “KS규격을 국제표준에 맞춰 바꾸지 않는다면 국내시장도 보호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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