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값 덜 내리고, LPG값 오히려 올라
정유사 공급가격은 유류세 인하폭 이상 내려
주유소협회, 현물가 높게 형성 등 아직 충분조건 안돼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유류세 인하가 시작된지 3주가 지났는데도 주유소 판매가격이 인하 폭만큼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미 정유사 공급가격은 유류세 인하 폭 이상으로 내려간 상태다. 석유시장감시단은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특정 세력의 이익 편취 기회로 악용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일 14시 기준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676.28원, 경유 판매가격은 1501.76원, LPG(부탄) 판매가격은 1082.44원이다.
이는 유류세 인하 시작 전날인 11월 11일 대비 휘발유 가격은 133.72원, 경유 판매가격은 104.24원 내렸고 LPG 판매가격은 오히려 4.44원 올랐다. 모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만큼 하락하지 않았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인상 억제를 위해 지난 11월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 40원 인하를 실시하고 있다.
주유소와 충전소의 기존 재고 소진 기간이 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가 금방 반영되지는 않지만 3주가 지난 시점까지 반영이 안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원은 “3주면 주유소나 충전소의 기존 재고가 다 소진이 됐을 기간이기 때문에 현재 가격에는 유류세 인하 폭이 반영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유사 공급가격이 세 인하 폭 이상으로 내려간 만큼 주유소에서 인하 폭을 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사 평균 휘발유 공급가격은 11월 1주 1756.3원에서 11월 3주 1579.53원으로 176.77원 내렸고, 경유 공급가격은 1521.67원에서 1409.52원으로 112.15원 내렸다.
주유소업계는 아직도 유류세 인하 폭을 반영할 만한 충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재명 한국주유소협회 팀장은 “우리도 주유소 판매가격을 모니터링 하고 있어 아직 인하 폭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아본 결과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현물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고 알뜰주유소와 직영주유소가 먼저 유류세 인하 폭을 반영하면서 고객이 그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일부 주유소는 아직도 기존 재고를 소진하지 못한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유소가 취급하는 전체 물량 중에는 정유사와 약정을 하고 공급받는 물량이 있고, 정유사로부터 현물거래로 공급받는 물량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비율은 6:4에서 7:3가량이다.
보통 현물가격은 약정물량 가격과 알뜰주유소 공급물량 가격의 중간대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약정물량 가격이 유류세 인하로 크게 내려가면서 현물가격이 더 높게 형성된 것이다.
심 팀장은 “주유소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주유소가 일부러 가격을 안 내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가 물가 안정에 있는 만큼 일부 시장참여자가 이를 이익챙기기 기회로 악용하지 않도록 좀 더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서혜 연구원은 “알뜰주유소 경우에는 석유공사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반영이 어느 정도는 관리를 할 수 있는데 일반 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를 반영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강제하거나 제재를 할 수 없다”며 “오피넷 등을 통해 유류세 인하 반영 주유소를 소비자에 알려주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결국에는 주유소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유소업계도 정책 취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