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근무 중인 석탄화력 근로자 5만여명…10년 내 대부분 일자리 불안 겪어야
탈석탄 계획 강화되는데 여전히 발전노동자 일자리 대책 논의선상에 오르지도 못해
업계선 “정부 세계무대서 그럴싸한 목표 발표하려고 발전노동자 희생시킨 것” 목소리도

발전 5사 노조는 최근 탄중위와 두 번째 간담회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NDC 상향이 확정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는 발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이들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다.
발전 5사 노조는 최근 탄중위와 두 번째 간담회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NDC 상향이 확정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는 발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이들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다.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지난달 27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배출목표(NDC) 상향안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탈석탄 논의가 한층 가속화되는 상황이지만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기치로 내건 정부는 한 달여가 지나도록 여전히 발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실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발전5사 노동조합 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부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이행하겠다”는 약속 이행을 요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의해 2034년까지 50기 가량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불안정해진 발전노동자들의 일자리 대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발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발전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대거 잃게 된 상황에서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며 “직접적인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무슨 정의로운 전환을 외치나”라고 꼬집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가 26일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발표한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발전 5사 등 발전공기업 산하 석탄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전체 고용인원은 5만2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협력사와 자회사, 플랜트 산업 고용 인력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석탄화력 규모가 60여기인 것을 감안할 때 이 가운데 80% 정도가 10년 안팎으로 일자리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찌감치 에너지전환을 논의해 온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을 놓고 대책을 마련해 왔다.

석탄을 넘어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의로운 전환은 1970년대 미국 석유·화학·원자력 노조가 시작한 캠페인에서 유래됐고, 1999년 캐나다노조연맹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채택하면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됐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은 ▲화석연료 산업에서 벗어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의 사회적 참여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적지원 등 재고용과 보상을 담고 있으며, 특히 산업 개편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정부 및 이해관계자가 함께 대책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

이 같은 원칙에 맞춰 해외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국은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의로운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여전히 말만 앞서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에너지전환을 준비해 온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경우 급하게 정책을 내놓으려다 보니 숫자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전 5사 노조는 탄소중립위원회와 두 차례 간담회를 가졌지만, 이는 사실상 ‘업계 여론을 수렴했다’라는 절차적 당위성을 갖기 위한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지난 5월말 출범, 약 5개월만에 최종적으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한 상황에서 숫자를 내놓는 것만해도 벅차다 보니 기타 제반사항은 모두 외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다보니 발전노동자들이 두 차례 간담회에서 꾸준히 내놓은 요청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났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발전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탄중위 분과위원 내에라도 발전노동자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 NDC 상향안과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확정될 때까지 한 명의 발전노동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환경, 청소년, 종교까지 각계의 대표자가 참여했지만 정작 피해를 입는 발전노동자들은 소외당했다는 것.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마지막 간담회에서 탄중위 공정전환분과 관계자가 얘기한 것이 ‘시간이 너무 없다. 우선 발표부터 하고 발전노동자 문제는 이후에 다루기로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최종적으로 계획이 확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발전노동자 문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그럴싸하게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수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희생된 것”이라고 자조했다.

석탄을 넘어서 역시 이슈브리프를 통해 “영향지역 주민, 농민, 석탄산업 노동자 등 지역의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전환의 주체가 돼 정부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구조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지역주민, 농민, 석탄산업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하고 참여와 이해에 기반한 에너지전환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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