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지표, 해외사업·국내 주가 형성 등 전방위 ‘영향’
LS·효성·대한 등 전력산업계 기업 10여 곳 등급 받아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ESG 경영 도입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ESG 경영 도입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전력산업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신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하던 기업들이 ‘비재무적 성과지표’인 ESG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SG가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를 평가할 또 다른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들도 높은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전력산업계 상장사 상당수는 ESG 평가가 투자 유치는 물론 주가 형성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함에 따라 ESG 전담 팀(위원회)을 구성하는 등급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ESG 등급이 기업의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 기능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재무적 성과지표 ESG, 중장기 기업가치에 ‘직결’=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글자를 조합해 탄생한 단어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사회적 책임·투명한 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기업가치의 평가지표가 재무제표 등 정량적 지표에서 비재무적인 지표로 옮겨가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의 근저에는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대내외적인 기업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과정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ESG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ESG의 구성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환경(G) 부문은 기후변화, 탄소배출 등의 이슈로 압축된다. 기후변화 대응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결정 지을 요인으로 부상함에 따라 기업들도 탄소배출 저감 및 폐기물 관리, 에너지·자원 절약을 통한 환경성 확보를 요구 받게 됐다.

또 사회(S) 부문의 핵심 이슈는 인권, 데이터 보호, 다양성, 협력관계 강화 등이며 지배구조(G)는 환경·사회 가치를 구현토록 하는 투명한 기업 운영·윤리 경영 등의 요인을 주 평가 요소로 두고 있다.

근래에 들어 ESG 도입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대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대한상공회의소·삼정KPMG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ESG 경영을 잘하지 못한 기업들에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엑슨모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과 기후변화의 재무적 영향에 대한 공시가 미비했다는 이유로 이사 2명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여기에 더해, ESG 리스크 관리 미비가 이사회 독립성 결여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블랙록이 이 같이 환경 문제를 사유로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은 볼보 등 총 35곳에 달한다.

◆B2B도 예외 아니다…글로벌기업, 공급망 관리에 ESG 반영=ESG 경영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산업 공급망을 좌지우지 하는 글로벌기업이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기업들은 ESG 경영이 미흡한 공급사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며 공급망에 속한 B2B 기업들의 ESG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ESG 경영이 단순히 자사의 미래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돼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SG 경영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기업으로는 애플, 테슬라, 바스프 등이 거론된다.

애플은 2030년까지 협력사들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공급토록 한 ‘협력사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발표한 데 이어 공급망 내 모든 단계의 협력사에 대한 노동권, 인권, 건강, 환경보호 등의 행동수칙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또 테슬라의 경우 배터리 공급망 내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동 노동 착취가 벌어진 콩고의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은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화학기업 바스프는 ESG 관련 공급업체 행동강령을 제정하고 전 세계 협력사에 해당 국가의 언어로 이를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력산업계 주요 기업 ESG 도입 현황은=국내에서도 대기업군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본격화됨에 따라 전력산업계도 기민하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국내 상장사 950곳을 대상으로 ESG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을포함한 전력산업계 주요 기업 10여 곳 중 상당수가 등급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ESG의 평가 분야로 환경(E)은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 사회(S) ▲근로자 ▲협력사 및 경쟁사 ▲소비자 ▲지역사회, 지배구조(G) ▲주주권리보호, 이사회, 감사기구, 정보공개 등을 설정해 등급을 부여했다. 이 기준에 따른 최고등급은 ‘S’(탁월)로 ‘A+’(매우 우수)부터 ‘D’(매우 취약)까지 총 7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특히 등급별로 ESG 도입 평가 및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어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전력산업계 주요 기업 중 ESG 통합등급에서 ‘A’(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두산중공업, 대한전선 등 5곳이다. ‘B+’(양호) 등급은 가온전선, 비츠로셀, STX엔진 등 3곳, ‘B’(보통)은 LS전선아시아가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일진전기, 광명전기, 선도전기, 대원전선 등 4곳은 ‘C’(취약) 등급을 받았다.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를 투자 여부를 결정 짓는 주요 요인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사회책임투자지수(SRI)가 대표적인 예다. ESG 평가를 받은 종목들로 별도의 지수를 구성한 것으로 전력산업계 기업 중 일부는 종목에 포함돼 있다. 현재 운영되는 지수종목은 ▲KRX ESG Leaders 150 ▲KRX Governance Leaders 100 ▲KRX Eco Leaders 100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S) ▲KRX KOSPI 200 ESG 등 5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력산업계 기업들 ESG 도입 움직임 ‘분주’=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한 전력산업계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ESG 지표가 해외 사업 수주 과정에서 주요 평가요소로 작용하거나, 주가 형성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잦다 보니 별도의 대응팀을 꾸리는 등 전사적인 대응에 나서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ESG 통합등급에서 ‘A’를 받은 대한전선은 ESG 경영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통합등급 ‘B+’을 받은 이후 1년 만에 등급을 상향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ESG 조직 체계를 확립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ESG 경영을 강화해 온 노력이 결실을 보였다”며 “지난 5월 전선업계 최초로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립하고 ESG 리포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해왔으며, 앞으로도 업계 내 ESG 선도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통해 미래 친환경 사회 조성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또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ESG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C’ 등급을 받은 한 기업 관계자는 “ESG 등급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체 위원회 구성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ESG 경영을 위한 과제를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기업 상당수에서 ‘오너경영’이 이뤄지다보니 해외 수준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환경·사회 부문의 경우 정책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며 “향후 ESG 경영이 본격화되면 별도의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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