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재생E 비중 60~70%?...안정적 전력 공급 위한 대책 마련 논의해야
태양광·풍력 확대 걸림돌 이격거리 규제 및 민원 해결 위해 제도적 지원 필요
ESS 시장 커진다는데 그 전에 중소기업 다 죽을 판…진흥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탄소중립시대에 대한 로드맵 수립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영국 글로스고에서 한층 강화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발표를 시작으로 2050년 탄소중립시대를 향한 큰 걸음을 걸어가게 된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2030년 NDC 상향안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시나리오를 최근 의결했다. 의결된 사항은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되고, 오는 11월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된 NDC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은 GDP 세계 12위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이 범국가적 탄소중립 행보에 힘을 보탠다는 점에서 뜻 깊다는 반응이다. 이를 통해 최근 글로벌 이슈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선진국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당장 탄소중립이라는 이슈를 두고 가장 큰 당사자로 손꼽히는 전환, 즉 전력·에너지 산업계는 먼저 풀어야 할 매듭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원전·탈석탄·탈LNG…안정적 전력공급 환경 논의해야=탄중위가 의결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모든 화력발전소를 전면 중단해 전환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A안과 LNG 발전을 일부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하는 B안으로 나뉜다.

시나리오 상 전원별 발전량을 살폈을 때 A안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70.8%(889.8TWh), B안은 60.9%(736TWh)에 달하게 된다. 전체 에너지 생산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맡긴다는 얘기다.

반면 A안에서 석탄과 LNG는 모두 0%, 원자력은 76.9TWh로 6.1%의 비중을 갖는다. B안에서도 LNG 비중은 5%(61TWh), 원자력은 7.2%(86.9TWh)에 그쳤다.

전력전문가들은 이 같은 계획을 두고 ‘모험’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지나치게 한 쪽에 편중된 에너지믹스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70%에 달하는 스웨덴의 경우 최근 북해의 급격한 풍량 감소로 인해 과거 폐지한 중유 발전소를 운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풍력발전 비중이 25%에 달하는 영국은 최근 풍력발전의 효율이 크게 낮아진데다, 타 발전원의 연료를 미리 수급해두지 못해 9월달 전기요금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가량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그린 에너지믹스를 구성할 경우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쓰는 데 익숙한 국민들에게 갑작스런 전력 위기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어서다.

단순히 많은 예산을 투입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수백조원 단위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보다 비용효율적인 방법에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헌 동독여자대학교 교수는 최근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 2050년 평균 전력수요를 140GW로 전제할 경우 태양광 30%, 원전 비중이 40%일때 12시간치의 전기를 저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은 661GWh(약 264조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아울러 태양광 비중을 50%로 늘리고 원전 비중을 10%로 제한할 경우 1157GWh(약 462조원)의 ESS 설비 용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가운데 발전업계 일각에서는 미래 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급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한국중부발전은 보령화력발전소에서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을 실증한 바 있다. 당장 경제성 문제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는 게 발전업계의 반응이다.

또 일각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완전 폐지보다는 최소 운영인력을 남긴 뒤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를 함으로써 전력수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무조건 폐지만 외치기보다는 전력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비상용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한 보상안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가능한가…국내 여건은?=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에서 제시하는 재생에너지 공급계획이 실현가능한 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성공적인 탄소중립시대 개막을 위해서는 우선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재생에너지 사업도 각종 제도와 민원에 발목잡혀서 제대로 추진이 안 되는 데 2050년까지 60~70%의 발전비중을 달성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많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2050년까지 총 480G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해야 할 것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 226곳 가운데 128곳에서 적용하고 있는 이격거리 규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간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주택·도로 등에서 적게는 100m 많게는 1km 이상 이격거리를 두도록 하는 규제는 국내 태양광 설비 확대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꼽힌다.

결국 태양광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해상풍력이다.

태양광과 달리 이격거리 규제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한번에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이 떠 있는 낮 시간에만 발전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설비와 비교해 운전시간도 훨씬 길기 때문에 바람만 잘 불어준다면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상풍력 역시 주민 민원과 여러 규제 탓에 시장 확대가 더딘 상황이다. 지난 2011년 10월 시작된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은 10년여에 걸친 민원해결과 인허가 과정을 거친 끝에 지난해에야 첫 삽을 떴다.

지난 2011년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 협약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시작한 서남해 해상풍력도 해상풍력 개발의 어려움을 대표하는 사례다. 이 사업 역시 2017년에야 실증단지를 착공하고 2019년 완공했다. 총 2.4GW 물량 가운데 60MW에 불과한 물량이 8년 만에 완공된 셈이다.

문제는 주민 민원과 제도적 한계다.

지역주민들의 경우 해상풍력이 자연경관을 해친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민들의 경우 조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최근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상 의무공급사들이 대부분 이용하고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바이오매스에 대한 환경단체와 국회의 지속적인 반대도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21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환경단체들이 손을 맞잡고 우리 정부의 목질계 바이오매스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탓에 바이오매스를 확대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발전업계에서 나온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빼면 원전도, 석탄화력도, LNG 복합화력도, 바이오매스까지 모든 분야에서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껍데기만 남은 ESS 시장…또 외국에 다 내줄 건가=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간헐성을 해소하기 위해 ESS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백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ESS 설비에 투자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ESS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ESS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산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 간 정부의 소극적인 ESS 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장 활성화는 커녕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ESS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수십차례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산업부의 ESS 정책이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두 차례 화재조사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배터리 충전율(SOC)을 옥외에 90%, 옥내 설비에 80%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정부의 안전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에서 ESS 설치 의무화에 의한 매출이 뚝 끊겼다. 산업부가 ESS 안전을 보증하지 않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서다.

복수의 업체를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ESS 관련 매출이 호황기였던 2018년 대비 10% 수준으로 하락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전 등 공공기관이 설치하는 ‘공공 ESS 사업’ 외에는 시장 진흥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2차 화재조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대책을 내놓은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구성된 배터리 분야를 제외하고, 거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주요 핵심설비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대다수 기업들이 사업 포기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것.

정부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발맞춰 ESS를 대폭 확보하려고 해도 이미 설비를 공급할 국내 기업들은 모두 무너지고, 외산 기업에 시장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S가 확대될거라는데 아직까지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체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ESS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지금 당장 나오는 것 없이 업체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면 나중에 직접 발주가 확대되거나 할 때 외산이 시장을 점령해버리는 상황이 될수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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