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세계 경제가 발작적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극복 기미가 보이면서 수요가 견인하는 기분 좋은(?)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던 찰나에 EU의 천연가스 수요 폭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시작되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인데 자체 석탄생산 위기까지 더해져서 전국적 단전사태라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세계 경제는 비용(공급)이 밀어붙이는 나쁜(?) 인플레이션을 넘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시키는 주된 요인은 유가 폭등이었다. 우리 경제 또한 유가상승에 더해 최근 급상승한 환율로 인해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물론 유럽과 중국의 고통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지만)

EU발 에너지 위기는 풍력발전량의 급감이 촉발점(triger)인데 이는 풍력발전의 간헐성이라는 이미 잘 알려진 속성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와 에너지 전문가들에겐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높은 이상의 구현을 위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 그리고 시간테이블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해진 것이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직업이 과학자인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회의’(think again, 다시 생각하기)가 필수이며,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바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뜸을 들이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일수록 이게 어렵다. 권력의 편에 섰다고 생각하다면 더욱 더 어렵다. 이미 나름의 성공 체험을 통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확증편향이 형성되었거나 ‘성공의 덫(함정)’에 빠져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애덤 그랜트의 지적처럼 ‘과학자(진정한 의미의)’라면 늘 ‘다시 생각하기’를 해야만 한다.

인류는 이와 같은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문명의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스마트폰’, 즉 아이폰의 탄생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다르다. 스티브 잡스는 2004년에 아이팟에 휴대전화와 컴퓨터 기능을 넣자고 제안하는 애플의 엔지니어들의 제안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가장 큰 이유는 휴대전화는 통신사의 생태계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었다. 하지만 6개월 동안의 질긴 토론 끝에 스티브 잡스는 그 분야에 충분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그로부터 3년 후 아이폰이 탄생되었다. 아이폰은 인류의 문명사를 바꾸게 되었고 ‘포노사피엔스’의 시대을 열게 하였다. 스티브 잡스가 위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시 생각하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대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목적과 당위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는 집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행 수단과 경로 그리고 방법 등에 대해서는 강경파와 온건파(이런 분류가 적절한지는 의문이지만)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술·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요소 등을 함께 고려하여 실현가능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만들려는 노력은 커녕 반목과 갈등 속에서 서로 비난과 삿대질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강경파가 스스로 자기 등에 권력을 지고 있다고 교만해진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섰다고 생각할 때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있다. 이제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 더 이상 이념과 진영논리의 ‘틀’(상자)안에서 갇혀있어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과 자기 그룹의 ‘생각’에 대해 스스로 회의(think again) 해보며 상대 그룹이 왜 그런 이유와 명분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경청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의지적으로 ‘다시 생각하기’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양측 모두가 구체적인 목표와 실현 방안들에 대해 공동의 책임감으로 가슴을 열고 함께 논의하고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변화없이 진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자기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다.” (버나드 쇼)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빠르게 지식이 늘어나고 있고 변화의 가속도가 크다. 우리 모두는 보다 더 신속하게 자기가 가진 믿음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내 마음을 바꿀 필요는 없는 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다시 생각하기’를 해야 한다.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을 열고 경청해봐야 한다. 나 스스로 어떤 ‘덫’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해봐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영향력 있는 전문가라면, 진보적인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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