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사용후핵연료 등 문제 산적 탈원전은 올바른 정책, 국제공조 필요
2050년 탄소배출량 목표 달성 위해 모든 부처・기업 협력…전기차 확대
태양광 비중 높고 육상풍력 포화상태 해상풍력이 재생에너지 핵심 될 것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주한국타이페이대표부 부산사무처에서 만난 린천푸(林晨富) 대만 총영사의 첫인상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느낌이었다.

4성이 담긴 중국어는 한편의 노래를 듣는 듯했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전형적인 꽃미남 엘리트 관료였다.

애초 인터뷰 예정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통역을 통한 인터뷰라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저녁 일정이 잡혀있었던 린천푸 총영사에게 미안했다.

통역을 맡았던 임보인(林保仁) 영사의 한국어 실력은 출중했다. 발음은 어색했지만, 이해력과 전달력이 탁월했다. 인터뷰는 임보인 영사의 순발력 있는 통역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린천푸 총영사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한 정통 외교부 관료임에도 에너지 및 경제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보여줬다. 민감한 질문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의 고위 공무원과 달리 기자가 던지는 돌발 질문에도 명쾌하게 답변해 자신감이 넘치고 합리적이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 원전이 몇 곳이냐고 기자에게 질문하는 등 에너지 산업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원전 현황과 해체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공관은 부산에 있으며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상남북도,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대한민국의 절반을 담당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부산은 4번째 발령이지만 공관장으로 첫 부임이었고 한국 언론사로서는 본지가 첫 인터뷰였다.

▶ 대만은 발전비중이 석탄 48%, 천연가스 34%, 원자력 10%인데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

2016년 민진당 정부 취임 이후 에너지산업 혁신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만은 산업구조가 수출 위주인데다 섬나라라서 천연자원을 수입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석탄 배출이 많은 산업구조이며 2050년 탄소 배출량 목표는 2005년의 50%이다. 이를 위해 모든 부처에서 협력하고 있다.

대만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대만전기, 대만석화, 대만강철 등 대기업인데 이들은 대부분 국영기업이다. 그래서 정부의 목표에 최대한 협력한다. 이들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최대한 석탄 배출량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통부도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대만에는 오토바이가 많은데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지급해서 전기오토바이로 교체를 진행 중이다.

대만 정부의 목표는 우선 가능한 많은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다

화력발전에서는 석탄을 줄이고 천연가스를 늘려서 석탄의 50% 이상을 대체한다는 것이 목표다.

천연가스는 미세먼지 측면에서 석탄에 비해 낫지만, 탄소중립에는 재생에너지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원전을 늘릴 계획은 없다.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중간단계이며 최종 목적은 재생에너지이다.

▶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수소 중에서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대만은 유럽과 달리 한국처럼 태풍이 있다. 해상풍력의 전망은 어떠한가?

대만 정부의 목표는 2025년까지 태양광은 20GW, 해상풍력 5.7GW이다.

대만의 여건상 태양광은 건물 지붕 위가 적합하다. 토지 위에는 환경보호 등 걸림돌이 많다.

지금은 태양광 비중이 크고 해상풍력은 시작 단계라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육상풍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해상풍력이 태양광을 능가하는 재생에너지의 핵심이 될 것이다.

특히 대만 서쪽 해상은 바람의 질이 좋아 해상풍력에 적합하다. 가동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도 있는데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가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큰 피해가 있었다면 뉴스에 나왔을 것이다. 태풍이 불어도 하루 이틀이면 지나간다.

해상풍력은 발전량이 크기 때문에 외국의 대기업에 발주한다. 덴마크, 독일, 영국 등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대만에 진출했는데 부품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가 필요하면 보내주겠다.

▶ 2016년 민진당이 집권한 이후 2025년까지 탈원전을 정책으로 수립했다. 하지만 2018년 국민투표에서 59%의 국민이 원자력발전의 계속 사용을 지지하였음에도 현재도 대만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반응은 어떤가?

대만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으면 안 되는 이유는 3가지이다. 우선 지진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둘째는 건설 비용이 많이 든다. 셋째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문제다. 비용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원전이 수도권의 30KM 이내에 있다. 대만 총인구가 2350만여 명인데 이중 3분의 1이 넘는 900만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원전은 골칫거리이다. 많은 난관이 있을 수 있지만 탈원전은 무조건 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도 탈원전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의식이 전환된 듯하다. 올해 말에 국민투표를 또 시행한다. 지난 2018년의 투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대만 정부는 유엔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지한다. 문제는 대만 혼자서 탈원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탈원전은 올바른 정책이며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닌 국제공조가 필요한 문제다.

대만은 탈원전해도 다른 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날 수 있지 않은가? 대만 이웃 국가인 중국, 일본, 한국도 탈원전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 현장을 방문했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 5월에는 대만에서 단기간에 2차례의 정전이 발생했다. 이에 차이잉원 총통의 사과 표명이 있었는데 그런데도 한 조사에 따르면 제4원전의 건설 재개를 지지하는 여론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만의 전기공사업체에서 즉시 수리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정전의 주요 원인은 발전량 부족이 아니라 송전, 배전의 문제였다. 그래서 제4원전 건설 재개는 설득력이 없다.

▶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있으며 U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TSMC는 대만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

TSMC는 고객의 신뢰도가 높으며 많은 회사가 협력하고 싶어 한다. 애리조나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큰 경쟁자는 삼성이다.

▶ 대만은 지난해 3.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보다 높다. (참고로, 지난해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3.3%였고, 한국은 –1.0%였다) 2025년이 되면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만이 경제성장률을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만 GDP는 세계 21위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4.6%로 전망된다. 해외로 빠져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대만으로 돌아오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가 부족한데 자동차 반도체 만드는 작은 회사들이 성장했다.

대만은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적인 방역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원인이다.

▶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며 코로나19와 관련 국제협력은 어떠했는가?

우선 국민이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따랐다. 외부 유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리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대립이 아니고 협력관계이다. 최근에는 국산 백신을 개발했는데 총통, 부총통 모두 대만 백신을 맞았다.

지난해 80개국에 5,400만 장의 마스크와 의료기기 등을 기증했다.

올해는 대만에서도 코로나19가 유행했는데 많은 나라에서 백신 등을 대만에 기증했다. 미국이 모더나 25만 회분을 기증했고 일본이 아스트라제네카를 5차례 총 390만 회분, 리투아니아 등 유럽 4개국도 아스트라제네카 수십만 회분을 기증했다.

대만 기업이나 자선단체들도 화이자 총 1500만 회분을 정부에 기증했다.

대만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은 7월에 허가받고 생산에 들어갔다. 대만 국민 접종 후 수교국에 기증할 계획이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 대만과 한국 사이에 협력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 한국은 소재 부품 산업 분야에서 대일의존도가 높다.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소재산업에 대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하면서 한국은 타격이 우려됐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이후 한국은 소재 부품 분야 국산화를 추진 중입니다. 대만 역시 소재 분야 대일의존도가 높은지?

대만과 한국은 산업구조가 다르다.

대만은 해외 글로벌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많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지 않고 긴밀한 협력관계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라인이 중단된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대만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다. 경쟁 분야도 있지만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 자유 민주국가끼리는 함께 행동해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대만을 알리고 싶다. 지금까지는 문화 무역 분야에 집중했지만 앞으로 과학기술과 에너지 분야도 협력 가능할 것이다.

He is....

▲1967년생

▲대만 타이중제일고등학교(1983~1986) ▲대만 동우(東吳)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1986~1990)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법학석사(1990~1993)

▲외교부 입부(29기)(1996) ▲영국 옥스퍼드대 허트포드칼리지 연수(1996.9~1997.7) ▲외교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사무관(1997.7~1999.7) ▲말레이시아 피낭주, 쿠알라룸푸르에서 APEC 고위관리회의(SOM) 및 정상회의에서 보좌관(1998) ▲주시드니 타이페이경제·문화사무처 부영사, 영사(1999.7~2005.1) ▲외교부 의전처 특권과 과장(2005.1~2008.1) ▲ 주유럽연합·벨기에 타이페이대표부 유럽의회연락부 1등서기관(2008.1~2013.7) ▲외교부 공공외교조정위원회 부참사관(2013,8~2015.7) ▲외교부 국제홍보국 부국장 (2015.8~2017.7) ▲주유럽연합·벨기에 타이페이대표부 유럽의회연락부 참사관 (2017~2021.3) ▲주한국타이페이대표부부산사무처 총영사(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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