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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인사이트]「건설기술진흥법 」 개정은 ‘적반하장’ 재검토가 필요하다
   작성 : 2021년 09월 17일(금) 16:43    게시 : 2021년 09월 17일(금) 16:43
지난 6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놓고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공사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정안이 시설 공사의 통합 발주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소방 공사 분야는 개정안이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총 28p로 이뤄진 개정안의 핵심은 ‘건설사업’ 및 ‘건설사업관리(CM)’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건설사업은 “시설물에 관한 계획·설계·구매조달·시공 또는 유지관리 등을 하는 사업(1장2조4호)”으로 규정하고, 건설사업관리는 “전문적 지식, 기술 및 도구 등을 활용해 발주자 업무를 지원·대행하는 것(1장2조4호의2)”으로 정리했다. 또 CM 시행 대상에는 새로운 형식의 시설물, 융·복합 건설기술 적용 등으로 인하여 특별한 지식, 기술 및 관리가 필요한 건설사업(제39조1항4호)을 추가했다.

현행 진흥법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4호에 따라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문화재 수리공사를 건설사업 분야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건설사업에 ‘시설물(전기·통신·소방 등)’을 포함하면서 CM 적용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 목적의 하나가 ‘CM 활성화’다.

건설 현장 내 CM 도입은 세계적 추세다. 공사비 절감, 공사 기간 단축 등 사업성 향상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CM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19년 국내 CM 시장 규모는 14조원으로, 같은 해 우리나라 건설 시장 규모(166조원)에 약 8.43%를 차지했다. ‘CM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전체 건설 사업의 35% ~ 40%를 CM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전기공사는 ‘사업성’만 따질 수 없는 분야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KEPCO)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기 화재는 총 8,155건으로, 이 가운데 51.2%(4,178건)가 주거 및 산업 시설에서 일어났다. 전체 사고의 절반이 사람이 늘 거주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사망자도 30여명 수준에 이른다.

건설 현장의 CM 도입만큼 세계적 추세가 ‘업무 세분화’다. 하나의 워크플로(workflow)로 구성됐던 업무·서비스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단계별로 촘촘히 나뉘고, 이는 다시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하나의 워크플로로 엮인다. 모든 산업·서비스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 스며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새로운 업무 트렌드다.

개정안은 이런 흐름을 완전히 역행한다. 한 업체가 시공 과정을 도맡는 ‘턴키(Turn-key) 시스템’은 통합 발주를 이유로 ‘가격 후려치기’가 이뤄져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발주 기관의 점검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과거 입찰 비리 논란에 휩싸였던 가든파이브 건설, 광주광역시 하수종말처리장 사업 등도 모두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들이었다.

법령 상충도 문제다. 현행 「전기공사업법」은 ‘전기공사관리’와 ‘시공 책임형 전기공사 관리’를 따로 규정한다. 반면, 개정안은 건설 사업의 범위를 시설물 관련 계획, 설계, 시공 등으로 넓혔다. 「전기공사업법」에 따르면 전기공사는 분리 발주가 필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 공사는 ‘패키지’처럼 분류돼 통합 발주될 수 있다. 두 법이 하나의 대상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전기공사의 분리발주 의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발의한 ‘스마트 건설 기술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 법안’이다. 스마트 건설 기술의 범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분리 발주 적용을 배제하는 등 불합리한 내용이 다수 담겨 업계 반발을 샀다. 결국 이 의원은 지적을 수용하고 두 달 만에 법안을 자진 철회했다.

툭하면 통합 발주 법안이 발의되는 배경에는 ‘발주처의 법안 이해도 부족’과 ‘행정 편의주의’가 있다. 「전기공사업법」에 규정된 통합 발주, 분리 발주 대상을 착각하거나 행정적 편의를 앞세워 통합 발주가 횡행하자 관례가 법을 앞서고, 급기야 법을 고치게 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전기공사업계는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전기공사협회 류재선 회장은 7월 7일 민주당 김윤덕 의원(국회 국토교통위), 홍정민 의원(산자위)을 만나 개정안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업계는 법안 재검토 요청과 함께 중소 전기공사업계를 보호·육성하는 분리 발주 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제대로 심사해 중소기업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분리 발주는 안전한 시공, 전문성 확대 외에도 ‘중소기업 보호·육성’이라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소기업을 디지털 경제의 주역으로 삼겠다”며 ‘중소기업 육성 종합 계획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통합 발주는 전기 공사 중소기업의 발전을 막고, 대기업 중심의 ‘일감 몰아주기’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에도 반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글_현소영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시공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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