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누적 설치용량 17GW...오후 4시 이후 태양광 발전량 급감
“여름 전력피크에 도움” vs “날씨 변동, 계통운영 어려움 ↑”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태양광 발전설비가 급증하면서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대가 오후 2~3시에서 오후 4~5시로 옮겨가고 계통운영에도 어려움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이사장 정동희)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설비용량은 2014년 1.05GW, 2015년 1.34GW, 2016년 1.61GW, 2017년 2.04GW, 2018년 2.62GW, 2019년 3.41GW, 2020년 4.65GW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17GW 정도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PPA(10.9GW)와 자가용(BTM) 설비(4.1GW)의 경우 올해 5월 기준 15.13GW 수준이고 나머지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을 거래하는 발전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몇 년 새 태양광이 크게 늘어나고 낮시간대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대(오후 2~3시) 전력수요는 과거에 비해 줄었다.

반면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는 오후 4시부터는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면서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대도 냉방수요가 한창 많은 낮 시간대가 아니라 오후 5시 이후로 옮겨갔다. 태양광이 크게 늘기 전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대였던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전력수요를 태양광이 감당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최근 전력피크 시간이 오후 5시로 늦춰졌는데 이는 각 가정에 달린 소규모 태양광이 실제 전력피크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전력 소비를 줄여줬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가 한여름 전력피크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력피크 시간대가 오후 5시 이후로 옮겨가면서 이때 태양광의 피크기여도는 5%도 채 안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날씨에 따라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변하면서 전력계통에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에 밀집된 국내 태양광 보급 특성도 계통의 부담을 배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의 40% 이상은 호남지역에 집중돼 있어 이 지역 기상여건에 따라 전국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전국 전력수요의 약 40%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 폭염이 발생해 전력수요가 급증하거나 반대로 폭우로 전력수요가 예상을 밑돌게 되면 수급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 19일 서울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국지성 폭우로 전력수요 증가폭이 예측하지 못하게 줄어 수요예측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출 시간에 순부하가 급격히 떨어지고 일몰 시간에는 순부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덕 커브(Duck Curve)’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실질전력수요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순간에 신속하게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백업발전이 빠르게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설비를 크게 늘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덕 커브에 대응해 가스발전을 늘리고 타 지역의 전력을 사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전력을 빌려 쓸 수 있는 주변국이 없고 가스발전설비도 충분치 않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제주 지역의 플러스DR 등 주간 시간의 전력수요 창출 방법을 관계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덕 커브에 대응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전략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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