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조합, 소방용 전선 관련 연구용역 중간보고서 발표
낮은 내열·내화 성능, 소방시설 신뢰성으로 이어져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지상층 내부에 날이 어두워지면서 불길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지상층 내부에 날이 어두워지면서 불길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이천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가 콘센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10년간 일어난 화재의 4건 중 1건이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이사장 홍성규)이 발표한 ‘국내외 소방용 전선의 내화·내열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 비교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 가운데 23%(9만8662건)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한 화재는 총 42만6521건이었으며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9%(약 20만9000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선조합은 뒤처진 국내 소방케이블의 내화·내열 기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 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 3월 24일 세명대학교와 연구용역을 체결했다.

전기적 발화요인은 ▲누전·지락(전기가 땅으로 흐르는 것) ▲접촉불량에 의한 단락(절연파괴로 과전류가 발생하는 것) ▲절연열화에 의한 단락 ▲과부하/과전류 ▲압착·손상에 의한 단락 ▲층간 단락 ▲트래킹에 의한 단락 ▲반단선 ▲미확인 단락으로 구분된다.

보고서는 전기시설과 화재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 또한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는 장면이 CCTV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보고서는 “10년 간 발화요인 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 다음으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잦다는 것은 소방시설을 작동하기 위한 전선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사람의 실수가 아닌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약 25%라는 것은 전기시설과 화재가 심각하게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의 인명 사망은 15%(448명)로 부주의 화재로 인한 사망(22%, 약 3300명) 다음으로 많았다.

또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의 부상자는 약 16%(3003명)로 부주의로 인한 화재(39%, 약 7320명)에 이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부주의 다음으로 많이 발생했지만 사망자와 부상자의 15%~16%가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며 “전기적 요인의 화재는 비교적 화재 발생과 화재의 최성기(flash over)에 이르는 시간이 길어 사람이 대피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소방전선의 내화·내열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방용 전선이 소방시설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시설 상호 간 연결돼 작동 명령을 내리고 정보를 전파하는 신경망(neural network)의 역할을 하는 만큼 화재 시 단락되거나 소실되면 소방시설이 무용지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형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고층·준초고층·초고층 건축물에서는 화재 시 소방시설의 비상전원, 비상방송설비, 제연설비 등의 작동시간을 40~60분 이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화재 속에서 이러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소방전선의 내화·내열 기능은 중요하다”며 “소방용 전선의 낮은 내열·내화 성능은 화재 초기에 오작동 또는 부작동이 발생해 소방시설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소방활동의 신뢰를 크게 불신케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