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2021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생산에 상당한 손실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탄소세를 톤당 30달러를 부과하는 중위 시나리오를 기준(전경련은 이산화탄소 톤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를 부가하는 세 개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3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를 중위 시나리오 간주한다)으로 각 산업에는 발전에너지 8조8천억 원, 철강 4조1천억 원, 석유화학 2조1천억 원, 시멘트 1조4천억 원 등이 부과될 전망이다. 전경련은 철강 산업에서 탄소세를 내고도 영업이익이 흑자인 기업은 현대와 삼성 두 기업만이라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탄소세를 부과하면 발전에너지의 부담으로 전기세가 오를 수 있고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저하시켜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직속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고 탄소세를 통해 형성된 세금을 기후대응기금으로 사용하여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 정부의 논리보다는 산업계의 주장을 따르기가 쉽다. 비록 국민이 정부정책의 수혜자이더라도 국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수혜는 푼돈으로 간주하고 기업의 손실로부터 받게 되는 피해는 심각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품에 대한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판매자 등)은 탄소세의 부과로 발생하는 비용과 가격의 상승이라는 단기적인 손해에 집중하게 된다. 정부가 공적기금을 통한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제품의 소비자인 국민들은 온실가스 발생의 원인자인 기업이 손실보상을 위해 국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탄소세와 기후대응기금이 어떤 기능을 하는 지,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등에 대한 정책실행의 과정이 적극적으로 해명되어야 한다. 탄소세와 기후대응기금을 통합하는 정책의 성공 여부는 국민이 이 정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 시대의 제품들 대부분은 자연자원으로부터 채취되어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다. 그리고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즉, 제품의 생산과 소비는 자연히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며 궁극적으로 극단적 기후변화를 발생시킨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것은 부정적 외부효과이다.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킴으로써 기후의 극단적인 변화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범지구적 공동대응을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을 약속했다. 기업의 관점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외부비용이다. 이때 재화 한 단위 생산에 의해 배출된 일정한 양의 탄소를 제거하는 데에 지출되는 비용을 외부한계비용이라 한다. 탄소세는 기업의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하여 외부한계비용만큼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정부가 탄소배출 기업에 부과하는 부과금이다.

탄소세는 기업의 수익과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탄소세를 통해 기금을 조성하여 생산의 효율성, 에너지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저탄소 생산기술을 지원하고 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회 전체는 생산기술의 향상으로 한계비용 곡선의 기울기를 낮추게 된다. 생산비용의 절감은 재화의 생산을 늘리고 재화의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과세-기금 정책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는 적절한 과세수준을 정해야 하며 투명한 기금운용을 전제해야 한다. 정부가 탄소세를 과도하게 부과한 경우 기업의 제품 공급의지를 꺾을 수 있고, 탄소세를 과소하게 부과하면 기업의 탄소배출저감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기금을 잘못 운용하는 경우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가져와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자신의 세금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하여 한계비용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도덕적 해이의 유혹을 벗어나서 녹색사회를 향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탄소세-기후대응기금의 통합정책이 탄소제로 사회를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제레미 리프킨이 말한 ‘협력적 공유사회’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협력하여 정부와 기업의 실패를 극복하는 시스템을 공유하는 사회를 말한다. 협력적 공유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이익을 사유화하고 사회적 피해를 묵인하는 기업을 감시하고 정부의 불투명한 기금 운용을 막아내는 효율적 시스템을 공유해야 한다. 결국 탄소제로사회로의 전환은 협력적 공유사회의 주인인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하여 국민이 기업과 정부를 관리하고 감독함으로써 스스로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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