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달리는 차량 탓…터널 내부는 소음·진동·공기·바람과의 싸움
강원지역 특성상 철탑·터널·변전소·군부대 많아
작업대 등 나와 동료의 안전 책임질 중요 장비…사전점검 필수

한국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 중부사업소 김인승 과장(오른쪽 아래)이 비행기재터널 안에서 조명시설 교체작업을 수행 중인 작업자들을 지켜보며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 중부사업소 김인승 과장(오른쪽 아래)이 비행기재터널 안에서 조명시설 교체작업을 수행 중인 작업자들을 지켜보며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

[강원 평창=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강원도 평창군으로 차를 달렸다. 오늘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정선읍을 잇는 비행기재터널 조명교체공사 현장의 기술지도가 있는 날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공사금액 1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이면서 공사기간 1개월 이상인 전기공사 현장은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기술지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서울에서 3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비행기재터널 앞에는 한국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 중부사업소 김인승 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에 영월군에서 기술지도를 하고 왔다는 김 과장은 동해·삼척·태백·영월·정선·평창 등 강원도 관내 9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다. 산을 넘는 고갯길이 많고 험한 강원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김 과장의 기술지도 업무는 하루에도 수백km를 이동해야 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이곳 비행기재터널 기술지도가 끝나면 그는 동해·삼척 구간의 철탑 피뢰침 공사 현장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곳에서 차로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다. 타이트한 일정과 먼 거리 탓에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김 과장의 말이다.

“강원도는 산악지형이 많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터널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 울진원전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올려보내기 위한 철탑 등 송전시설과 변전소도 많고요. 아시다시피 군부대도 강원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군사시설 관련 작업들은 허가를 받는 게 일이고, 철탑은 현장을 찾아가는 게 힘들죠.”

김 과장에게 오늘 현장과 기술지도 업무 등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며 터널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장에는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작업 개시를 준비하며 자재 수량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터널 입구 근처에서 김 과장이 현장 작업자들과 작업 전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터널 내 공사의 경우 작업 전에 수행하는 기술지도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김 과장은 이 곳에서의 기술지도와 안전 교육에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작업자 개개인별로 안전장구의 적합성과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 등을 확인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작업자들의 안전에 특히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작업대 하나에 의지해 높은 곳에 올라 작업해야 하는 터널 내 작업의 특성상 작업대 등 관련 장비들의 사전 점검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전달했다.

“다른 시설들과 달리 터널은 작업 여건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먼저 터널 내부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소음과 진동이 불규칙하게 반복됩니다. 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탁한 공기도 작업자들의 괴로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에요. 일단 호흡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요인은 ‘바람’이다. 이렇게 화창한 날 무슨 바람 걱정이냐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김 과장이 말을 이어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풍압(바람)입니다. 터널에서 무슨 바람이 부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덤프트럭 등 큰 차량이 빠르게 지나갈 때 순간적으로 공기 흐름을 바꾸면서 바람을 일으킵니다. 차량이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요. 작업대 위에 올라서 있는 작업자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위험한 게 없습니다.”

작업 전 교육을 마치고 터널 내부로 향했다. 안전을 위해 터널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부터 한 개 차선을 막고, 공사중 팻말을 붙여 두었지만 1차선을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을 보며 머리가 쭈뼛 섰다.

“국도에, 오르막길인데도 이 정도 속도로 차들이 지나갑니다. 내리막길에 있는 터널에서는 어마어마합니다.”

총연장 526m인 비행기재터널에는 총 800~1000개 남짓한 조명등이 들어간다. 이들 조명 전체 물량과 조명을 고정하기 위한 앵커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작업대 위에서 머물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탓에 업무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

“앞서 교육에서도 당부했지만, 터널 내 작업자들은 좁은 작업대 위에서 소음과 진동, 바람과 싸워야 합니다. 작업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책임질 가장 중요한 장비가 작업대 하나 뿐인 셈이죠. 나와 동료의 안전을 위해 기기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와 상태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 중부사업소 김인승 과장(오른쪽 세번째)이 비행기재터널 입구 근처에서 현장 작업자들에게 기술지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 중부사업소 김인승 과장(오른쪽 세번째)이 비행기재터널 입구 근처에서 현장 작업자들에게 기술지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