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부터의 혁신’ 통해 공사 체질 개선
‘안심경영’ 통해 국민 안심사회 기반 닦아
유관기관 협력 ‘전기안전관리법’ 시행 앞장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박지현 한국전기안전공사 신임 사장은 지난 2월 25일 공사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반세기에 가까운 공사 역사에서 내부 인사가 수장의 자리에 오른 것은 박 사장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부사장을 끝으로 공사를 떠난 지 6년여 만에 ‘친정’에 돌아온 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공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안에서부터의 혁신을 통해 유연한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며, 공사 내부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현장 직원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업무 외의 일로 어려움과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직원들이 스스로 혁신방안을 찾고,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취임 100일을 맞은 박지현 사장을 만나 지난 3개월의 소회와 앞으로 공사의 비전 등 고견을 들어봤다.

박 사장은 취임 100일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리더의 책임감’이란 화두를 꺼냈다. 조직을 지휘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끝까지 지원하고, 지지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전기안전공사가 어떤 조직인지,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관행의 벽을 함께 허물어 나가겠다는 말도 전했다.

“현재 우리 공사 안팎에는 수많은 도전의 과제들이 있습니다. 전기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른 공사 역할의 변화를 비롯해 민간과 경쟁하고 있는 부분들을 내려놓음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 문제 등에 대한 해법들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특히 안전이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사의 공공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업무를 넘어 새롭게 수행해야 할 과제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요. 이에 따른 과중한 업무량 등 현장 직원들이 체감할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군 간 이해 갈등으로 인한 조직 전반의 사기 저하 등의 문제 또한 아프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사는 이러한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저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기안전공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드립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각 부서별 업무보고 등을 통해 50여 건에 이르는 혁신안을 발굴하고, 이들 사안에 대한 해법을 강구하는 중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사가 충분히 할 수 있거나 해야하는 일임에도 예산이나 제도 등의 한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를 통해 ‘담을 건 담고, 버릴 건 버리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이는 그가 강조하는 ‘안으로부터의 혁신’과 맞닿아 있다.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수립해 내려보내는 톱다운(Top-down) 형식이 아니라, 지역본부가 스스로 효율화 방안을 찾아내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공사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사업소장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책임있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지난 4월부터 ‘조직진단 TF’를 꾸려 한정된 인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일지 진단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일은 줄이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고요. 사업구역 조정 등의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수준의 개편 방안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역량이 있는 인재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성과를 거둔 이에게는 더 큰 보상을 안기는 ‘성과보상의 인사원칙’도 확고하게 관철해 나갈 생각입니다.”

박 사장은 “전기안전공사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국민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직원들에게는 자긍심을 안겨주는 기관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공성과 수익성이 균형있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공공기관은 수익이 지나치게 발생해도 문제지만 적자가 발생해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에요. 기존의 노동집약적·인력 중심의 업무수행 방식을 혁파해 원격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술혁신을 통한 지식정보화 기반의 효율적 업무 체계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양질의 일자리, 지역과의 상생, 한국판 그린뉴딜과 같은 사회적 공익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도 더욱 책임있는 역할을 다할 방침입니다. 거문고의 줄을 풀어 다시 고쳐 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각오로, 전기안전공사를 혁신이 일상화되는 조직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지난 4월 공사의 새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안심경영’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어려운 영어 단어나 포괄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복잡한 표현이 아니라 된장·고추장처럼 정감있고, 이해하기 쉬운 ‘안심(安心)’이란 말 한마디로 공사의 지향점을 충분히 드러내고자 했다는 전언이다.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가장 평범하고 우리 귀에 익숙한 ‘안심(安心)’이라는 말이야 말로 국민들에게 안전의 가치를 일깨우고, ‘안심사회 구현’이라는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공사의 새 열쇳말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사가 국민 곁에서 전기안전을 철저하게 지킨다면 당연히 국민들이 안심하고 전기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심경영이 선언이나 구호에 머무르지 않도록 공사 임직원 모두가 마음에 새겨, ‘국민 안심사회’의 기반을 닦는 일에 힘을 모아나가겠습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1일부터 발효된 전기안전관리법의 의미와 이에 따른 공사의 혁신 방안을 언급했다.

박 사장은 “그간 전기설비 안전과 관련해 마땅한 법적 규정이 없어 관리 감독에 어려움이 컸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독립법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기안전관리법의 의의를 설명했다. 국가 산업시설 보호와 국민 생활안전을 강화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함께 전했다.

“전기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공사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커졌습니다. 그동안 일반 주택만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 실시해 온 정기점검을 25년 이상된 노후 공동주택(아파트)까지 확대·실시하게 됐습니다. 전국에 약 210만호 가구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가 강화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하고요. 전기안전 관리체계가 고도화됐다는 점도 이번 법 시행에서 중요한 대목입니다. 특히 시민들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이나 숙박시설, 유치원, 구역전기사업자 설비 등에 대해서는 안전등급제가 도입·적용되는데요. 시설별 노후도와 관리상태 등을 반영해 A부터 E등급까지 5단계로 세분화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적합·부적합 여부만을 판단했기 때문에 각 시설의 세부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이 밖에도 정부, 협·단체 등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법이 원만하고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조직을 정비하고, 체질을 혁신해 나가는 한편 불합리하고 미비한 사항들은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끝으로 박 사장은 대외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새 시대를 연 전기안전공사의 행보에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는 말과 전기재해 예방을 위한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전기안전관리법의 온전한 시행은 물론이고 국민 안전과 전기산업의 발전은 전기계 협·단체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셈법을 따지거나 기다리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겠습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협력의 문을 넓혀 ‘전기안전공사와 손 잡으면 우리도 함께 발전한다’는 신뢰를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산업현장과 생활공간 곳곳에서 전기재해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방역이든 안전이든 예방과 실천보다 확실한 백신(대책)은 없습니다. 특히 안전은 의무이자 책임이에요. 안전에 수반되는 불편이나 비용을 ‘손해’로 여기지 않고 나와 내 가족, 우리 공동체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기안전공사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앞으로도 국민 안전은 물론이고 국가 균형발전과 상생 협력, 공정의 가치 회복을 위해 더욱 책임있는 역할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전기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지현 사장은...

▲1954년 생(전북 김제) ▲광운대학교 대학원 전자정보통신공학 석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사장·경영기획처장·안전정책처장·경기지역본부장 등 역임 ▲한국전력기술(주) 비상임 이사 ▲동탑산업훈장·국무총리 표창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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