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표당’ 리더 프레드 햄프턴 실화···할리우드에 부는 ‘블랙 파워’ 바람

▲21세 나이로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흑표당 리더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의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을 그린 실화 드라마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메인 포스터.
▲21세 나이로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흑표당 리더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의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을 그린 실화 드라마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메인 포스터.

[전기신문 추남=김영수] 할리우드에 ‘블랙 파워’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15일 오스카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제93회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에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전원 흑인으로 구성된 제작팀이 만든 영화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또 이번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극중 ‘블랙 메시아’ 프레드 햄프턴, ‘블랙 유다’ 윌리엄 오닐로 분한 다니엘 칼루야, 라키스 스탠필드가 각각 지명됐다. 특히 다니엘 칼루야는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남우조연상을 석권해 블랙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22일 개봉 전,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 대해 살펴보자.

◆블랙 메시아·블랙 유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21세 나이로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흑표당(Black Panther Party)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연방수사국(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의 배신 등을 그린 실화 드라마다.

이중 블랙 메시아 햄프턴은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혁명가는 죽일 수 있어도 혁명은 죽일 수 없다” 등 타고난 연설가이기도 한 햄프턴은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시카고의 첫 흑인 시장 해럴드 워싱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등이 탄생하는 데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겟 아웃’(2017) 다니엘 칼루야가 햄프턴으로 분했다. 칼루야는 탄탄한 캐릭터 구축을 위해 “밥을 먹으며 햄프턴의 예전 영상들을 보고, 촬영장에 갈 때 차 안에서는 (햄프턴의) 억양을 쓰기 시작했다. 억양 코치와 3개월간 연습했고, 목소리에 어느 정도 결을 주기 위해 담배를 피웠다”고 밝혀 그가 선보일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샤카 킹 감독은 블랙의 유다 오닐 캐릭터를 희생자로 보지 않았다. 영화감독의 시선에서 오닐은 자신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기회를 극대화하려고 하는 인물일 뿐이다. 영화에서 오닐은 점점 더 FBI에 의해 조종당하게 되지만 그가 가진 설득력, 자신이 쫓는 목표물의 신뢰 등을 십분 활용해 사기를 친다. 오닐 역은 ‘나이브스 아웃’(2019) 라키스 스탠필드가 맡았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무려 12년간 공방으로 이어진 암살사건 뒤에 가려진 FBI 첩보작전의 전말과 햄프턴의 유산 등을 다룬다. 실제로 1969년, 햄프턴은 FBI 사주를 받아 흑표당 당원으로 잠입한 오닐이 제공한 아파트 평면도를 보고 99발의 총알을 발포하며 들이닥친 경찰로부터 마치 약에 취한 듯 일어나지 못한 채 근접 거리에서 발사된 2발을 머리에 맞고 사망한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흑표당원 등 등장인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흑표당원 등 다양한 등장인물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먼저 부드러운 말투를 구사하면서도 굳건하고 꾸준한 믿음을 소유한 젊은 여성 데보라 존슨이 시선을 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햄프턴은 초인적인 삶에서 그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경험 등을 하게 되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그녀에 의한 것이다. 이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햄프턴의 신랄한 논거에 휴머니즘을 더한다.

한국전 참전 용사인 로이 미첼은 오닐을 조종하는 FBI 요원이다. 미시시피에서 ‘KKK단(Ku Klux Klan)’에 의해 살해된 인권 운동가의 죽음에 대해 수사한 경험이 있는 미첼은 흑표당도 겉모습만 다를 뿐 KKK와 같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법의 수호자로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고 믿지만 후버 국장이 개인적 신념을 버리고 도덕적 혼란에 빠지도록 만든다.

미첼이 정보국의 인간적인 면이라면, J. 에드가 후버 국장은 인간성의 완전한 부재를 대변한다. 그는 저항세력에 비해 얼마나 제국이 거대한지를 드러내는 ‘스타워즈’ 첫 장면과 같이 소개된다. 후버는 내면적으로 공포가 주는 힘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를 무기화하는 방법도 알았다. 이를 이용해 미국의 대중과 수천 명의 수하를 쥐락펴락한다.

이외에도 햄프턴 주위에는 지미 팔머, 제이크 윈터스, 바비 러시, 주디 하몬 등 변화에 앞장선 젊은 청년들이 있다. 팔머는 차곡차곡 쌓인 분노에 불타는 청년이다. 흑표당은 팔머로 하여금 그 분노를 생산적인 지역사회 조직화로 승화시킬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잠시 자제력을 잃은 탓에 자신은 물론 동지들의 삶까지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윈터스는 새벽 일찍 아이들에게 조식을 먹이는 등 다소 어려운 임무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수행하는 충실한 행동가다. 러시는 일리노이주 흑표당의 조용한 중심축으로, 햄프턴이 지부의 얼굴이자 정신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돕는다. 하몬은 여성들을 주요 직책에 올리는 등 흑표당 안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면모를 보이는 역할을 맡아 강렬하고 원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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