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골드블랙모터’와 ‘충전지’는 중학교 무렵, 그 무엇보다도 갖고 싶었던 것들이다.

당시 1998년, IMF 사태로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었던 때. 변변찮은 용돈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무렵이지만 만화영화 ‘달려라 부메랑’의 영향으로 미니카 열풍에 빠졌다.

당연히 세계대회를 준비할 정도로 전문적인 수준도 아니었고 미니카도 다들 주인공의 것만 골라 비슷했기에 경주의 결과는 항상 모터와 건전지의 성능에 달렸었다.

그중에도 미니카가 미쳐 날아다닌다는 골드블랙모터와 일반 건전지보다 세다는 충전지는 그야말로 꿈의 조합이었다. 모두 합쳐 대충 2~3만원 밖에 안되는 가격이었지만, 2000~3000원짜리 미니카도 겨우 마련하는 마당에 두 조합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강력했던 모터에 대한 기억은 그게 전부다.

그런데 60만원 넘는 게임기를 살지언정, 미니카는 줘도 안 가질 나이가 된 지금에 와서 모터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터와 연관된 솔루션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엔지니어링 대기업인 ABB는 세계 1위의 모터 및 드라이브 공급업체로 모터의 회전속도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주요 무기로 꼽는다. 또한 전기 추진시스템 ‘아지포드(Azipod®)는 북극을 항해할 쇄빙선에 투입되는데 추진 모터가 선체 바깥에 위치해 높은 기동성을 자랑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기술도 배에 들어간다. 슈나이더의 모터 보호 계전기(EOCR; Electronic Over Current Relay)는 삼성중공업 스마트쉽 솔루션의 한 축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모터의 고장 시점을 예지한다.

눈여겨볼 점은 두 회사의 모터 및 관련 솔루션들이 친환경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ABB의 인버터는 모터를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작동시켜 에너지 사용량을 감소시킨다.

또 아지포드는 친환경 에너지인 LNG를 수송하는 데 쓰이며, 자체적으로도 연료소비량을 최대 20% 줄인다.

슈나이더의 제품은 통신을 지원하는 유일한 EOCR로 통신선에 들어가는 자원을 줄일 수 있다.

뒤돌아보면 모터는 어디에나 사용되고 있다. 가정의 믹서기부터, 자동차, 공장, 또 미니카까지. 기업들의 노력으로 모터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고 친환경, 탈탄소로 가는 길이 조금은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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