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업계 "4대강 악몽 답습하나 우려"
동서발전 음성 천연가스 공사도 아쉬움 남아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전기공사 산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실력을 뽐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의 공사 물량이 투입되고 있지만 입찰 참가 자격조차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던 지난 4대강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새만금솔라파워는 지난 15일 추정가격 4000억원 규모의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 345kV 송·변전설비 건설공사’와 추정가격 3400억원 규모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300MW 발전설비 제조·구매 설치’ 공사를 각각 입찰했다. 총사업비만 6조6000억원이 넘는 메가톤급 사업이자 정부 그린 뉴딜의 성공 발판인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내 수상태양광시설 건립 사업의 일환이다. 두 사업을 합해 추정가격만 7400억원이 넘어가는 대형 발전설비 공사지만 정작 주인공이 돼야 할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전기공사업체들은 하도급자로 전락할 처지다. 발주처인 새만금솔라파워가 사실상 일부 대형 종합건설사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발주처 측은 ‘새만금 수상태양광발전 345kV 송·변전설비 건설공사’의 입찰참가자격을 토목건축·전기(한전 송전 가공, 송전 지중, 변전 적격업체)·정보통신·전문소방 공사 면허를 모두 보유한 업체로 제한했다. 공사에서 전기공사가 차지하는 비중만 950억원이 넘지만 정작 전기공사업체들은 하도급을 받아서만 공사에 참여 가능한 구조다.

전기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의 참가 자격을 충족할 만한 기업은 종합건설사 중에서도 몇 안 된다”며 “대규모 공사인 만큼 전기공사는 전기공사업체들이 수행할 게 불 보듯 뻔한데 이래서는 하도급자밖에 더 되겠나”고 지적했다. 실제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결과 입찰참가적격자로 뽑힌 9개 기업은 하나같이 시공순위 상위권의 종합건설사들이었다.

또 다른 발주 공사인 ‘새만금 수상태양광 300MW 발전설비 제조·구매 설치’ 사업도 그들만의 잔치인 것은 마찬가지다. 공사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태양광 설비를 제조 및 설치하는 공사지만 정작 입찰은 종합건설업 면허 보유업체만 참가할 수 있다.

전기공사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토목 공사가 포함되는 대형 공사인 만큼 종합건설사의 참여는 불가피하겠지만 전기공사와 관련된 공사는 전기공사업체들을 대상으로 따로 발주했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동반성장 정신이 발주처의 행정편의 앞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게 매우 유감스럽다”며 “일각에서는 10년 전 4대강 사업의 재림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사지만 소수 종합건설사만 배를 불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심지어 토목공사가 주축이었던 4대강 공사와 달리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전기설비 구축이 주목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동서발전이 발주한 ‘음성 천연가스 발전소 송전선로 건설 공사’도 발주처의 행정편의가 더 많은 기업의 입찰 참여 기회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54kV 선로(4회선) 공사와 345kV 선로(2회선) 공사를 묶어 통합 발주했는데 결국 별개의 공사로 진행되리라 예상되는 만큼 공사를 쪼개서 발주했다면 보다 여러 기업이 참여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개 대형 기업에 책임을 맡기면 효율적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발주 단계에서 번거롭더라도 공사는 공사별로 나눠서 발주하는 게 결과적으로 공사 품질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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