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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균 한국원자력산업기술연구조합 사무국장, “원전 中企 해외 진출 돕겠다”
사람이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 장비, 기술을 개발해야...
윤재현 기자    작성 : 2021년 02월 18일(목) 10:14    게시 : 2021년 02월 19일(금) 11:31
정희균 한국원자력산업기술연구조합(이사장 이우방) 사무국장은 시대를 앞서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시생, 컴퓨터 프로그래머, IT서적 작가, 벤처기업 설립자, 대기업 계열사 연구소장, 기술컨설팅 등 그의 경력은 다양했다.

공학전문가가 고위공무원이 되면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에 동아대 공대 재학시절 기술고시를 준비했다. 1980년대 기술고시 1차 과목에 ‘정보체계론’이 있었다. 고시 때문에 IT분야를 남들보다 빨리 접했던 정희균 사무국장은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학부생 시절에 벤처기업 (주)아키캐드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벤처기업이라는 말도 듣기 힘든 시절이었다.

회사이름으로 언론사에 기고했던 글이 운전면허시험용 도서로 유명한 크라운출판사의 눈에 띄어 ‘1991년 CAD 자동프로그래밍’, ‘3D 모델링 및 해석’, ‘C언어로 수치해석’ 등의 책을 출간했다. 책이 꽤 팔렸던 것 같다. 첫 출간 이후 출판사에서 추가 집필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1면에 만원, 권당 400면 분량이니 책 1권 집필하면 대략 400만원의 목돈으로 들어왔다. 당시 사립대 등록금이 50만원이니 적은 돈은 아니었다.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지금까지 출간했던 책은 7권에 달한다.

책 출간으로 목돈을 쥐었던 그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어학연수보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IT를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다. 어학연수는 장기 체류 비자를 받기 위한 수단이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남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아 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했으나 한 번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한 적도 있었다.

동아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울산 성진지오텍(현재 포스코플랜텍) 전정도 사장의 권유로 2009년부터 연구소장을 5년가량 맡았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발전, 화공, 조선 플랜트 등이 주요 사업이었으나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를 영입했다. 그는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해상풍력, 폐열발전, 중소형 해수담수, 사용후핵연료 용기, 고망간 LNG 탱크 등 국산화 연구개발을 했다.

그 후 성진지오텍은 요르단에서 연구용원자로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 때 원자력과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원자력기자재진흥협회 이사로 활동했으며 그것이 인연이 돼 한국원자력산업기술연구조합 사무국장을 201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다.

사무국장을 맡은 이후 2019년까지 그는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조합에 봉사했다. 지난해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원전 R&D사업 2건이 선정돼 조합 직원도 뽑고급여도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정 국장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고시공부 시절 어느 절에 가서 3천배 했던 것이라 말했다. 오전7시경부터 12시간 동안 절하면서 심리적 갈등과 육체적 고통을 엄청 겪으면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삶의 기준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주로 IT분야에 책을 집필하고 벤처기업을 운영했다. IT와 원자력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자력발전소는 설비 자체가 방대하고 관리도 방대한 업무다. 설계, 건설, 운영, 해체까지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안전하고 경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IT가 접목이 되어야 정보로서 가치를 가지게 되고 원자력산업에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IT기술을 활용하면 많은 사람이 할 것을 소수의 사람이 업무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시절 벤처특별법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벤처기업을 시작한 1990년에는 벤처라는 말도 없었고 당연히 벤처기업인증도 없었다. 벤처기업을 운영할 때는 집에다 돈을 갖다 주지 못했던 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앞서갔다는 생각이 든다.

▶조합이 위치한 부산시와 정부에게 요청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체 대상 원전인 고리1호기가 행정구역상 부산에 있다. 해체연구소도 부산 울산 경계에 들어서고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도 울산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부산시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관기관들이 힘들다. 부산시가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업무로 울산을 비롯한 타지자체보다 앞서갔으면 좋겠다

중소기업들이 모인 연구조합은 정부의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하기는 힘들다 특히 원전산업계는 탈원전으로 위축되어 있는데 가동 중인 원전은 안전하게 가동돼야 한다. 수입하는 제품을 국산화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한다.

▶ 국내 원전산업을 진단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산업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두산중공업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에 따라 모든 사업이 취소되면서 대규모 인력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또 국내 많은 원전 관련 중소기업들도 지난해 매출액이 에너지전환 정책 도입 전인 2016년에 비해 30-50% 감소하는 등 원전 중소기업들이 고사(枯死)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30-40년 걸렸지만, 무너지는 데는 몇 년도 안 걸린다.

▶ 원전산업 세계적인 분위기와 한국 원전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무엇이 있는가?

탈세계화와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보다는 자국 가치사슬을 강화해 안정적인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원전 핵심 부품, 기기, 설비 등 부문에서 국가별 국산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첨단제품은 투명하고 안정적 공급(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가능한 자국 또는 우호국으로 생산기지를 구축 또는 이전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미 확보한 우수한 원전 기술과 제조업이 무너지지 않고 자국에서 생산, 공급할 수 있도록 생태계 유지가 필요하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한국의 원전 건설, 운영노하우, 부품‧설비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원전시장으로 급속히 진출 할 수 있도록 기반마련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리1호기 원전해체가 2025년부터 본격 시작된다. 참여기업 및 종사자들의 사전 교육은 국내 원전부품의 수출산업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시급히 필요한 사업들이다.

국가 간 수출입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도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과 시장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들 원전 부품 산업체를 위한 홍보 및 거래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 자금, 정보 등에 미약해 해외 홍보 및 마케팅에 매우 어려워하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대비해 원전 기자재 온라인 홍보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 회원사를 비롯해서 원전산업에 속한 중소기업들에게 조합 사무국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원전 업계의 중소기업이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부의 R&D과제를 수행해야 하지만 경험도 기술이 부족하다. 조합에 가입해서 조합을 중심으로 생산기술연구원 기계연구원등 연구기관과 연계해 R&D과제를 수행하고 기술력을 향상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조합에 가입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중소기업은 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연구기관은 연구결과물을 상품화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데 조합이 그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람이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 장비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조합 회원사들이 잘될 수 있도록 기회와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탈원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소금이 되고자 한다. 중소기업들이 갖고 있는 기술을 해외에 널리 홍보하고 거래가 될 수 있도록 비대면 온라인 상시 교육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해주고 싶다. 부산시나 정부가 직접 개별 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특혜 시비 등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합은 산학연관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원전은 안전이 중요하고 교육이 중요하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회의를 자주했다. 그러나 비대면 회의도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산 지역 이외의 사람도 참석 가능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만 들을 수 있는 등 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비대면 회의는 나름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조합차원에서 비대면 교육을 만들어 원전해체를 중심으로 원자력관련 교육을 하고 싶다.

HE IS...

▲ 1964년생

▲ 동아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 석사), 한국해양대학교 물류시스템공학과 (박사)

▲ 선박공학연구소 위촉 연구원 (2000~2004), (주)포미트 공동대표 (2004~2007), 포스코플랜텍 연구소장 (2009~2015), 한국원자력산업기술연구조합(2015.12~현재)

▲ ORC 발전시스템의 안전장치 등 지적재산권 18건

▲ 알기쉬운 AutoLISP, C언어 수치해석 (크라운출판사) 등 저서 7건

▲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장(2012, 저탄소녹색성장기여)


윤재현 기자 mahler@electimes.com        윤재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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