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탄소국경제도 등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가속화 움직임
속도 너무 빨라 국내 기업들 수출 차질 우려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미국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국제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제도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탄소중립 이슈가 에너지 문제를 넘어 통상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6일 대한전기협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박사는 “탄소중립은 그동안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로만 생각해왔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탄소배출량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며 “EU가 2023년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과 개별 상품에 대해서도 탄소발자국을 통해 품목별 규제를 강화하는 등 앞으로 탄소배출이 통상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EU는 현재 배터리 규제 현대화 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2024년 7월 1일부터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및 산업용·휴대용 배터리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 하고, 2027년 7월 1일부터는 탄소발자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제품 판매가 금지된다. 한국의 배터리 생산 기업도 이 규정을 따라야 수출할 수 있다.

이 박사는 “각국의 통상·산업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연계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탄소감축 기술과 경험이 있고,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에너지를 사용해 산업 활동을 하는가가 탄소배출량과 연결되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없이는 무역과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들어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선정한 2021년 글로벌 리스크에도 환경 관련 이슈가 다수 포함돼 있다.

25일부터 29일까지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2021년 다보스 어젠다 위크에서도 그린 이코노미로 일컬어지는 친환경 관련 산업의 확대가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유럽의 경우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데다 미국도 정권교체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이 같은 움직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나 개별기업 차원에서 아직 대응수준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그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는 해외의존도가 60% 정도로 매우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 배척될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은 자명해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나서 에너지다소비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린에너지를 직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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