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문가들, 전기요금 개편안 평가 토론회서 한목소리로 주장
연료비 연동제 도입돼도 정부의 자의적 개입은 해결해야 할 문제

정부가 지난해 12월 17일 개편을 단행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전기요금 체계가 요금인상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첫걸음이라는 게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 21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과제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유수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에 기후·환경 비용을 단계적으로 반영해 별도 분리 고지하고,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연동시키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사업자인 한전에게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원가를 요금에 반영해 재무적 리스크를 줄여주고, 소비자인 국민에게는 요금 변동 요인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합리적인 개편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전이 전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 56조원 중 연료비는 46조원으로 총괄원가의 약 82%를 차지한다. 때문에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연료비 변동에 따른 원가변동을 판매요금에 반영하는 게 불가능해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낮을 때는 한전에 수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연료비가 오를 때는 영업적자가 생기는 일이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개편안이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 주도로 요금을 결정하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적용 유보조항을 둔 것과 조정 상한 폭을 좁게 설정한 것을 두고는 앞으로도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가스와 열요금도 요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연료가격이 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당한 비용지불에 대한 인식변화를 통해 요금인상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 개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원혁 KDI 교수도 “제도 도입보다 중요한 게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유가 급등 등을 이유로 연료비연동제 적용을 유보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수금 보전 대책을 함께 제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료비 이외의 탄소비용 등 환경비용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비용 등도 반영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임 교수는 “현행 연료비연동제는 화석연료만을 적용 대상 연료로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저탄소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원구성의 변화가 지체될 수 있어 연료비 대신 발전단가 변동액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기후환경요금에 포함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배출권거래제(ETS) 이행비용,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비용 외에 저탄소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비용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도 “한전은 비용 발생 원천을 세분화해서 소비자에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고, 특히 친환경·에너지전환이라는 정부정책과 관련된 발생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정부와 한전은 총괄원가, 연료비 조정 등 요금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게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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