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근로시간 변동 없는 기업에는 악용소지도 있어

박삼용 전기공사공제조합 자문 노무사
박삼용 전기공사공제조합 자문 노무사

주 52시간제가 2018년 전격 도입되고 2021년 7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전 사업장에 시행이 되는 상황에서 사업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 연평균 근로시간이 OECD국가 연평균 근로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통한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줄어든 근로시간에 신규고용을 늘여 고용창출 증대 효과도 노리겠다는 것이 주 52시간제의 도입취지인 듯 한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창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도입 취지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근로자들의 임금도 줄어들게 되고 금전적인 부분이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더 퇴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시간에 대해 신규고용을 늘리는 것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여러 가지 여건상 실현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아직까지도 신규고용 계획 등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그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손 놓고 그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기존의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계절적 요인 또는 주문량에 따라 근로시간의 변동이 큰 일부 기업에서는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주요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3개월의 단위 기간 동안 특정한 주에 최대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며 3개월의 단위 기간을 평균해 1주 근로시간 52시간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는 최대 64시간까지 근무를 시키다가 업무량이 적은 시기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정해 놓고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났다는 의미는 그만큼 근로시간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다. 즉 3개월 단위기간으로는 1주 52시간이라는 법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기업도 그 기간을 6개월로 늘리게 되면 법 기준에 맞게 근로시간을 맞출 수 있는 운용의 폭이 대폭 넓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계절적 요인 또는 주문량에 따라 업무량의 변동 폭이 큰 업체가 아닌 1년 내내 근무시간이 거의 고정적인 기업들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의 확대는 ‘강건너 불구경’ 같은 의미에 불과할 수 있다. 즉 이들기업에게는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였다고 해서 주 52시간제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즉, 이번 개정 법률이 시행되더라도 특정한 일부 기업들만 그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나머지 기업들은 아직도 법 위반의 가능성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탄력적근로시간제는 근로조건, 특히 임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격일제 근무나 교대제 근무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이 늘어나면서도 임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탄력적근로시간제 도입 전에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에는 연장근로가 돼 50%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탄력적근로시간제 도입으로 1일 12시간 1주 52시간까지 근무시키더라도 연장근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격일제나 교대제의 경우에도 예컨대 월 근로시간 150시간을 근무시키고 월 200만원을 지급하던 기업이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월 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변경하면서 월 200만원을 지급하여 실질임금을 저하시켜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것이다.

즉, 계절적 요인 또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의 변동이 전혀 없는, 근로시간이 1년 내내 고정적인 기업(공기업 포함)들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51조 제4항에서 ‘탄력적근로시간제로 근로자를 근로시킬 경우에는 기존의 임금수준이 낮아지지 아니하도록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벌칙조항이 없다. 따라서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저하되어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 보니 사실상 선언적 조항에 그치고 있다. 이는 입법적으로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결국,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특정한 일부 기업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1년 내내 근무시간에 변동이 없는 기업이나 원청에 절대적으로 종속된 중소기업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적용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탄력적근로시간제롤 도입하는 경우에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저하에 대한 법적 보호책 등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이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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