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물자 관리로 국내 소재부품 위기…체계적 육성책 시급
“ 광센서, 첨단산업 ‘눈’ 역할로 타 분야와 접목
IT로 광전자산업 세계시장 선도 가능성 높아”

광산업은 지난 수년간 고질적인 제조업 부진과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밀려 이중고를 겪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며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국LED‧광전자학회는 학술대회를 열고 국내 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고부가가치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LED·광전자학회는 지난 2017년 LED·반도체조명학회와 한국광전자학회가 통합돼 출범했으며 현재 259명의 관련 석학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 광산업 분야 학회다. 지난해 10월 한국LED‧광전자학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한 백종협 한국광기술원 미래전략본부장을 만나 광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지난해 12월 학술대회가 끝났는데 눈여겨볼만한 아이디어는.

“기조강연이었던 ‘단일광자를 이용한 암호통신’을 비롯해 마이크로 LED, 차세대레이저, 비가시광 LED, 융합조명, 실리콘 포토닉스 등의 주제로 세션이 개최됐습니다. LED 기술은 그간의 조명 및 백라이트 기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자외선 파장과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적외선 파장 등에서 흥미로운 결과들이 발표됐습니다. 레이저 또한 기존의 광통신용 레이저보다는 산업용, 의료용 등 다변화된 분야의 응용기술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 융합조명 분야에서는 디지털 라이트테라피, 스마트조명 등 기존의 테마였던 효율보다는 인간의 생활에 중점을 둔 시스템조명 기술 위주의 발표가 있었고, 5G 시대 데이터센터용 초고속 광소자, 코로나 방역조명 등 시의성 있는 신기술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LED와 광전자 업계 동향은.

“LED 산업의 가장 큰 시장은 조명과 백라이트 시장인데 모두 알다시피 현재 가격과 기술면에서 중국에 압도당한 상태입니다. 지난 2011년 LED조명이 중기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것도 대기업의 투자 위축을 초래하며 산업 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LED 기술력은 여전히 수준급이기 때문에 신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LED 조명산업은 스마트 조명산업으로 진화중이며 최근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마이크로 LED와 자외선, 적외선 같은 특수파장 LED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외선의 경우 코로나 방역광원으로서 인기가 높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마이크로 LED의 경우는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계 ▲AR/VR ▲자율주행차, 체내이식용 치료광원 등 저전력 자발광 화소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광산업의 트렌드는 ‘저가 경쟁’과 ‘고부가가치화’ 중 어떤 것인가.

“산업에는 사이클이 있어서 신제품, 신기술이 등장하면 개발초기에는 부가가치가 높지만 일단 시장경쟁이 활성화 되면 저가경쟁으로 들어섭니다. LED나 디스플레이 같은 장치산업은 그 주기가 짧은 편이고 기술문턱이 높은 광학소재의 경우에는 독과점 형태로 오래 가는 편입니다. 광산업은 워낙 범위가 넓어서 그 두가지 면이 모두 존재하는데 광기술이 융합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이 트렌드가 좀 깨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LED는 조명산업과 디스플레이라는 거대 시장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자외선, 적외선과 같은 특수파장의 수요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고, 레이저의 경우에도 광통신 산업 이후 가공용 레이저, 센싱용 레이저, 의료용 레이저 등 수요시장이 다변화 되고 있습니다. 광센서의 경우에도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의료용 영상 ▲정밀계측용 센서 등 응용분야별로 맞춤형 기술이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LED조명 산업에서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지고 있나.

“LED 조명산업은 중국의 개입으로 가치 하락이 빠르게 일어나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LED 조명의 가장 큰 장점은 전기에너지 절감이지만, 지금은 LED의 효율도 거의 이론적인 수치에 접근했기 때문에 효율경쟁도 의미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LED 성능 발전이 어느정도 예견된 시점에서 LED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으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고부가가치화의 구체적 사례는.

"대표적인 사례가 감성조명, 스마트팜, 시스템조명 등이 있는데요. 그동안에는 비용문제와 더불어 주변 인프라가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면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도시의 발전과 에너지 정책의 변화 등으로 힘이 실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LED 성능의 발전으로 타산업과 기술적 융합이 가능해지면서 ▲전통산업인 농업, 축산업, 해양수산업 분야 뿐만 아니라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자율주행차), 선박, 항공기 등의 편의장치용 조명 ▲스마트시티와 연계된 IoT 조명 ▲제로에너지빌딩 조명 등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처럼 LED 조명은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의한 신규 수요가 생겨나면서 꾸준히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광전자산업이 응용되고 있는 분야는.

“광전자 기술은 기본적으로 빛을 다루는 산업에 모두 사용됩니다. 빛은 기본적으로 주변을 밝히는 기능뿐만 아니라 이미지 센싱, 거리계측, 신호전달, 치료, 가공 등 타산업에 융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런 기능을 잘 활용한 첨단 제품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많이 보입니다. 그 중에 핵심은 첨단산업의 ‘눈’ 역할을 하는 광센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광센서는 빛이 사물을 맞추고 되돌아오는 비행시간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해 3D 형상까지 인지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라이다와 3D 프린터의 형상 스캐너, 스마트폰 암호장치인 페이스 ID 등입니다. 이 기술은 로봇이나, 드론, 무인기, 스마트 제조 등에도 사용돼 신산업 창출 및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부상하고 있는 비대면, 비접촉 기술에서 광센서 기술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국내 광전자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지만 광전자 소재인 광반도체 산업은 후발 주자입니다. 광반도체 산업은 소량 다품종 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그동안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중소기업은 투자여력이 안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지원기관의 인프라에 의존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광반도체 제품 중 그나마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은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둔 조명용 LED입니다. 조명용 LED 기술의 발전은 유사한 소재를 사용하는 반도체 레이저의 기술발전을 가져왔고 전력 반도체, 자외선 LED, 적외선 LED 등으로 기술 파급효과가 점점 커졌습니다. 최근에는 타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광반도체는 후발국임에도 우수한 IT(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 제조산업 강국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융합기술을 통해서 광융합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면서 본격적으로 전략물자 관리에 들어가면 소재부품이 약한 우리나라의 광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숙제입니다. 현재는 광학렌즈와 광센서 및 태양전지 일부가 각국에서 전략물자로 관리되고 있는데 레이저 다이오드와 특수파장 광원, 광반도체 원료소스, 팹공정 장비 등이 전략물자로 관리된다면 광산업 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다행히 정부차원에서 소부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광융합 특화분야의 소재부품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발전 방안이 필요합니다.”

▶LED와 광전자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조건은.

“LED·광전자 기술은 광범위한 산업에 걸쳐 융합이 가능한 매개기술입니다. 기술집약적이고 소량 다품종 제품이 많은 편이라 작고 강한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빛을 활용한 광기술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비대면 산업이나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AI 산업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Big3(미래자동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산업에도 필수적으로 활용될 기술입니다. 이 분야는 산업의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이종학문의 융합이다 보니 여러 분야의 전문가 협력이 필요하고 융합형 인력양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광전자 산업은 소량 다품종 산업이긴 하지만, 전방산업과의 균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반도체 기반의 공정기술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지원 인프라는 굳이 기업마다 갖출 필요는 없고 공공사이드에서 파운드리 형태로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기반의 공정시설은 대부분 클린룸일텐데 작은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광 관련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지원센터를 구축했습니다. 대경권에 자동차와 레이저, 동남권에 해양, 전북지역에 농생명 융합 등 전국에 산재된 특화분야의 지원 인프라를 잘 활용해야겠습니다. 광주에 구축된 광융합기술 전문연구소와 전담기관을 통해서 우리나라 광산업 역량을 결집하고 융합 신산업 분야 표준, 인증 규격을 개발하고, 기업의 수출판로를 개척하는 등 사업화 지원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