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으로 지친 체력, 코로나19 공격에 결국 녹다운”
상반기 반짝했던 조달시장, 하반기 갈수록 물량난에 허덕
제품가격 지속 하락, 1년 전에 비해 평균 15% 정도 하락
부가가치 높이기 위해 이종기기와 융합, 스마트조명·살균조명 등 관심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악몽이 지속되고 있다. 각국은 최근 백신 사용을 긴급 승인하고, 잇달아 접종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종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위기와 혼돈은 국내 산업계, 특히 조명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와 예산을 빨아드리면서 지난해 LED조명 분야 공공조달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고, 민수시장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자들의 지갑 문이 닫히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맞춰 살균, 공기정화 등에 효과가 있는 조명이 나오거나 ‘방콕 트렌드’에 맞춰 ‘캠테리어’에 어울릴만한 조명들이 출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조명업계의 5대 뉴스를 정리했다.

1. 코로나19가 덮친 조명업계

올 초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는 건설경기와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LED조명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우선 조달시장의 경우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2020년 LED조명 공공조달시장은 전년 대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를 만회하기 위한 상반기 예산조기집행과 함께 4·15 총선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1분기 LED조명 공공조달시장은 1607억5000만원(LED경관조명 포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33억5700만원에 비해 56%나 급증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대체로 저조한 1분기 조달시장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 특이할 만한 사례”라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경제활성화와 4·15 총선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2020년 1~6월까지 상반기 조달시장 규모는 3652억28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사정은 악화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하반기까지 지속되면서 지자체들은 자영업자, 자가격리자 등에 대한 생활비 지원 부담이 커졌다. 그 결과 SOC 예산이 그쪽으로 쏠리면서 조달시장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과 12월 LED조명 공공조달시장 실적은 예년 평균 대비 20% 이상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민수시장은 더욱 힘든 시절을 보냈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업체 매출이 평균 20~30% 이상, 많게는 50% 이상 감소했다.

민간 조명업체의 한 관계자는 “2020년은 정말 힘들었다”면서 “문제는 당장 올해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 같은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 지속되는 출혈경쟁···조명시장 경고등 켜져

계속되고 있는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인해 민간 LED조명업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조달시장 업체뿐만 아니라 민수시장 업체들은 ‘시장침체→업체 간 출혈경쟁→가격하락→마진율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최저임금 임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근로 관련 정책 변화도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키웠다.

그 결과 약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대표적인 민수시장 업체인 B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며, 또 다른 민수시장 업체인 P사는 최종 부도 처리되는 등 시장업체를 중심으로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민수시장 업체 관계자는 “민수시장 업체들은 조달업체들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생존력과 융통성이 뛰어난데, 이런 업체들이 부도처리 됐다는 것은 그만큼 조명시장이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조명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다는 점이다.

업체들의 재무여건을 호전시킬만한 이슈도 없고, 오히려 제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년 전에 비해 평균 15% 정도 제품가격이 하락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원가부담은 고정된 상태에서 제품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조명을 만드는 국내 제조업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경고다.

3. 확산되는 스마트조명, 조달시장 진입도 눈앞

스마트조명은 지난 2010년대 초반 일반 LED조명 보급이 본격 시작되기 이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끌었던 분야다. 당시만 해도 LED조명과 ICT기술을 융합, 개별제어와 그룹제어 등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효율화하고, 감성조명 기술까지 결합해서 사람의 상태, 심리 등에 따라 다양한 색온도, 밝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일반 LED조명이 보급되기 이전이라 당시에는 글로벌 조명기업들이 휴대폰 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조명을 소개하는 정도에 머물렀고, 시장 확대는 요원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그니파이(옛 필립스라이팅)의 휴(hue)다. 시그니파이가 주류 조명시장에 진입한 최초의 커넥티드(스마트) 조명이라고 자부하는 램프 타입의 휴(hue)는 휴대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600만 가지의 색상표현이 가능하며, 설정된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점·소등하는 타임세팅 기능 등을 활용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조명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조명 기술이 램프류뿐만 아니라 실내조명, 산업조명 분야에도 접목되면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스마트조명을 공공조달시장에 보급하기 위해 고시개정을 거쳐 2021년에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계속 수정작업을 하고 있고, 일부 제기된 소수의견에 대해서는 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4. 조명과 이종기기 간 융합 가속화

일반 LED조명과 이종기기 간 융합은 조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LED조명과 새로운 이종기술을 결합,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조명제품을 내놓을 경우 고가의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현다이엔지(대표 김성훈)의 공기청정기와 조명을 결합한 공기청정조명 ‘루젠’이다. 이 제품은 조명이 실내공간의 정중앙에 설치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내 정중앙에 있는 조명에 공기청정기를 결합하면 그 공간의 공기를 고르게 필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학교나 병원뿐만 아니라 관공서, 사무실 등 실내공간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또 에스씨엘(대표 윤호섭)은 공기청정기와 고품질 LED조명을 융합해 드레스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 레드 에어’를 선보였다. 유독성 자외선이 나오지 않는 LED 광원을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H13 헤파필터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다.

이 같은 공기청정조명은 실내조명 영역을 넘어 도로조명 분야까지 확대됐다.

테크엔(대표 이영섭)은 도로의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LED도로조명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공기청정기 내부 필터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미세먼지와 흡착물이 한 곳에 쌓이지 않고 넓게 분포돼 필터의 수명을 높였다.

이영섭 테크엔 대표는 “신제품은 필터를 교체할 때도 리모컨을 이용해 필터를 하강시킨 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며 “일반 공기청정기는 PM 2.5 필터를 기준으로 1년 정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테크엔의 공기청정기 조명등 필터는 2년 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틈새시장의 부상-UV C LED, 캠테리어 제품들 인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각광을 받았던 분야가 바로 LED를 이용한 살균 시장이다. 바이러스와 각종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살균 제품이 시장에 잇달아 출시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아이엘커누스(대표 최경천・사진)는 관계사인 아이엘사이언스(대표 송성근)와 함께 ‘미세먼지 측정 가로보안등’과 ‘IoT를 접목한 UVC LED 살균시스템’을 메이저 건설사들에 공급해 주목을 받았다.

‘미세먼지 측정 가로보안등’은 기존 가로보안등에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모듈을 탑재해 미세먼지 농도를 LED로 표시하고, 실시간으로 세대 내 월패드로 데이터를 전송해 실내 거주자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바이더엠(대표 윤가희)은 UV-C 살균조명 ‘더 제로 라이트(The ZERO LIGHT)’를 개발, 포스코건설의 모델하우스에 적용했다.

원형과 사각형 모양의 다운라이트 형태로 개발된 UV-C 살균조명은 승강기 내부의 버튼을 누리는 장소를 비롯해 공공화장실, 공동 실내 체육시설, 어린이집과 보육시설, 도서관 등 어린이 공간 등에 설치해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와 유해균을 제거할 수 있다.

바이더엠은 살균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4중 안전장치를 마련, 기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조명시장도 존재한다.

특히 늘어나는 재택근무, 회상회의에 맞춰 웹카메라에 비치는 자신의 집에 대한 퀄리티를 높이는 ‘캠테리어’ 제품들이 인기다. 이에 따라 설치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조명제품들이 인기몰이 중이다.

강용남 시그니파이 동북아 총괄 사장은 “시장은 한번 커지면 갑자기 줄지 않는다. 조명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은 앞으로도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조명산업 입장에서 지금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조명산업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 교류하고 상생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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