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박스, 반대 입장 보내, 재계도 “투기 자본 먹잇감 된다” 주장
LG는 “주주가치 향상” 반박

LG 사옥. 제공:연합뉴스
LG 사옥. 제공:연합뉴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최근 소액 주주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재계에서는 투기 자본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 이사회에 계열 분리 반대 서한을 보냈다고 비즈니스와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이트박스는 서한에서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화이트박스는 “가장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로 평판이 나 있는 LG가 소액주주들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며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명백히 더 좋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LG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반하는 행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헤지펀드의 이 같은 행동에 재계에서는 우려대로 국내외 투기 자본의 기업 경영권 공격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정 상법은 사외이사 감사위원 분리선임 때 개별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LG 최대 주주인 구광모 회장이 지분 15.9%를 갖고 있지만, 감사위원 선출 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LG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가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갖고 있어 의결권이 감소해도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편이지만, 다른 기업들은 경영권 공격에 더욱 노출돼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또 소액 주주인 외국 펀드들이 연합할 가능성도 있어 최대 주주들의 방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LG그룹은 화이트박스의 계열분리 반대에 대해 “이번 분사로 그룹의 역량을 전자, 화학, 통신 등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 전략이 더 구체화하면 디스카운트 이슈가 개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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