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목표를 발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탄소중립을 목표하는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가의 반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과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했다.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올해부터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진행되던 그린뉴딜에서도 큰 폭으로 나아간 것임에 분명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달성은 환경아젠다를 넘어 국제정치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EU는 작년말 2050년 탄소중립 대륙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곧 출범할 미국 바이든 정부의 첫 행정명령은 트럼프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 재가입과 환경규제 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탄소국경세(조정세)를 도입하여 해외 제조 물품에 대해서도 탄소가격을 부과할 것을 밝혔다. 중국(2060년)과 일본(2050년)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탄소중립 선언국에 합류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세계 탄소배출의 40%를 차지하는 G2마저 탄소중립에 합류하면서, 우리만 ‘기후악당’국가로 남을 수는 없게 되었다. 문 대통령이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 밝힌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선언에 발맞추어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실행계획 수립에 나섰다. 대통령주재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설치와 에너지전담 차관 신설, 분산형 전원 로드맵 수립계획이 발표되었다. 국회도 기존에 그린뉴딜 차원에서 준비해 온 ‘그린뉴딜 기본법’과 ‘녹색금융지원특별법’, ‘에너지전환기본법’등의 법안을 속속들이 마련 중이며, 탄소중립 목표에 걸맞는 법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을 위한 협의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후속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기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UN에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의 장기·저탄소 발전계획(LEDS)를 제출해야 한다. 올 들어 그린뉴딜 정책과 탄소중립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제출하는 감축목표 또한 이에 걸맞는 수준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은 온당한 지적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상향된 NDC를 2025년까지 수정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진행되어 온 감축목표 수립작업이 탄소중립 선언 이전부터 시작된 탓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목표를 당장 제출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선언 이후 탄소중립이 반영되지 않은 계획을 5년이나 방기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내년 P4G 이전, 늦어도 현 정부 내에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2030년 목표와 이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무대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가 P4G를 기후위기시대 대한민국이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2030 감축계획 제출은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감축목표 수립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 형성이다. 국제사회에서 ‘그린 딜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는 EU 집행위원회의 경우, 현 지도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에너지전환, 건물, 수송, 산업, 농업, 환경, 생태다양성 등 각 부문별 감축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부문별 감축계획 및 이행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

지난주에는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발표 이후 정부의 첫 본예산 편성인 2021년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업과 경제구조의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과감한 투자와 인센티브가 필요하기에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지만 야당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지붕형 태양광 설비 융자사업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증액하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그린뉴딜 예산을 반영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그린수소 R&D 예산이 통과된 점은 의미있는 성과라 하겠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앞에서 대한민국은 탄소중립이라는 길을 향해 어려운 첫걸음을 떼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질서를 향해 경쟁을 시작했다. 목표지점은 이미 명확하다. 탄소중립사회로의 문명의 대전환이다. 산업화를 따라잡은 속도에 대한민국의 현재가 있듯,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의 속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과감한 설정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김성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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