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입력폼
에너지갈등 풀어낸 제주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를 가다
“마을형편 피고 관광객도 늘어…주민참여·이익공유 주효”
국내 최초 부지 선정 공모 통한 주민참여형 풍력단지
부지 대여로 연 3억 발전기금 받고 발전소 등서도 지원
축산가구 걱정 있었지만 대승적으로 협력…유치 성공
제주=오철 기자    작성 : 2020년 11월 23일(월) 14:45    게시 : 2020년 11월 24일(화) 10:08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 입구.
예로부터 제주도는 초가지붕에 누름줄을 얹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분다. 중산간의 드넓은 초원과 바다는 풍력발전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풍력발전단지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경관 훼손, 소음 등의 문제를 이유로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늘어 갔다. 에너지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 풍력발전 보급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정부의 고민은 더 크다.

이런 와중에 부지 선정 공모를 통해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상생하는 풍력발전사업이 다시금 주목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내 최초 부지 선정 공모를 통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사업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를 다녀왔다.

◆주민 뜻 모아 부지 선정 공모...풍력단지 유치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로 이동하는 차안. 창문 밖으로 야외 결혼사진을 찍는 커플이 보인다. 가시리는 예전부터 웨딩사진 촬영지로 유명했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갈대가 중산간 지역의 광활한 초원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거기에 멀리 배경으로 보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풍력발전단지에 도착.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크기에 놀라고 3만여 평의 광활한 부지에 압도당했다.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기는 1.5MW 3기(한진산업), 750kW 6기(유니슨, 효성) 등 총 13기로 구성된 15MW 규모의 발전단지다. 약 50~80m 높이에서 3.5 m/s에서 25m/s 바람 돌아가는 길이 25~38m 정도의 거대한 블레이드(날개)를 통해 연간 3만4164MWh를 생산, 9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 중이다. 거기에 PCS 3MW, BAT 9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구축돼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돕고 있으며 연간 1만 5715tCO2 가량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가시리 국산화 풍력단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부지를 공모를 통해 선정한 발전단지라는 것이다. 정부는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정책에 부응과 국산화 풍력발전기 성능 검증, 국내 제조사 트랙 레코드 확보를 통해 수출 전진기지로서 역할 수행 등을 다양한 목적을 채워 줄 풍력단지 부지를 찾고 있었다.

이에 가시리 주민들은 마을 번영과 온실가스 감축 등의 이유로 가시리 공동목장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모했고 가시리 풍력단지를 기관, 제작사, 주민 등 단체 간 협력을 통해 다자간 윈-윈 전략 실천 대표단지로 조성했다. 여기에는 국비 약 250억원, 도비 181억원 등 440억원이 투입됐으며 REC 발급은 국비 비율 57%에 따라 국가 REC로 발급받고 있다.

가시리 목동조합은 주민참여방식으로 발전소 터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연간 3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외에도 SK DND가 운영 중인 풍력발전소에서도 마을 발전기금을 받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들어오는 수익도 있다. 목동조합이나 마을에 들어오는 지원금은 장학금, 노인 지원 등 마을 발전기금으로 주민 복지 향상에 쓰이고 있다.

임경은 제주에너지공사 대리는 “가시리 풍력단지가 10여 년 전 추진한 사업이라 현재와 비교하면 용량이 작은 수준이지만 다양한 발전기로 구성했다는 점과 주민의 협력으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풍력·태양광 발전사에서 마을지원금 지원...마을 생기 찾아
태양광발전소와 함께 조성된 가시리풍력발전소 전경.

“쉽게 얘기해서 마을 형편이 폈어요”

에너지전환 우수사례를 듣기 위해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 정윤수 가시리장은 “풍력단지가 들어오고 나서 마을에 돈과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십 수명 기자에 둘러싸여 긴장할 법도 한데 정 이장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넘쳤다. 풍요로운 가시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했다.

매년 마을로 들어오는 마을 발전기금 규모를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가시리 마을은 오래전부터 감귤, 만감류, 콩, 무, 더덕 등 밭작물을 키우고 일부 농가에서는 축산과 함께 복합 영농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주된 수익은 감귤 농사지만 그 이익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풍력발전단지 조성 후 제주에너지공사와 SK DND에서 각각 마을과 목장조합으로 마을 발전기금을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 도에서도 지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 금액과 태양광발전 지원금만 연간 1억원 정도가 된다.

마을 발전기금을 개인에게 지급하고 있지는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가시리에 사는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분배를 하면 기준이 모호해서 분쟁요소가 되기 때문에 대신 마을 복지 사업에 사용했다. 마을 장학사업, 청년회, 부녀회, 노인 지원, 동아리에 지원하고 매년 열리는 연말 축제에 지원금으로 사용했다. 또 오름·등반로 정비, 주민 복지, 편의시설, 벤치 설치 등에 활용했다.

가시리 마을에 풍력발전단지가 지어지기까지 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의 바람, 조선시대 1등말을 키우던 갑마(甲馬)장 대지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지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축산가구 등은 반대를 했다. 하지만 마을 발전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의 대의적인 이유를 이해했고 뜻을 모아 풍력단지를 유치할 수 있었다.

정윤수 가시리장이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조성 시 주민 협력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정윤수 이장은 “풍력발전기가 생기면 전자파나 소음으로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걱정했었다”며 “하지만 풍력발전기가 들어오고 시간이 흐르니 소들도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발전기 밑에서 놀고 자기도 했다. 자연 유산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을 찍고자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더 늘었다. 멋진 경관으로 이미 관광객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었지만 풍력발전단지 조성 후 ‘사진 맛집’으로 더 유명해졌다. 특히 유채꽃과 갈대밭이 장관을 이룬 봄과 가을에는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정 이장도 “가시리에는 유채꽃, 갈대, 오름 외에도 조랑말 체험공원, 자연사랑 미술관, 가시리 축제, 행기머체(지하 용암돌) 등 관광 거리가 다양하다”며 “특히 풍력발전기가 들어온 후로 초원에 걸친 날개와 노을을 감상하러 많은 관광객이 찾아주고 있다. 제주도 안에서도 사진 명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가을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갈대밭과 가시리풍력발전소.

이외에도 정 이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생기는 에너지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주민참여를 확대해야 하고 그러려면 발전기 일부를 마을에 준다든지 수익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오철 기자 ohch@electimes.com        제주=오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전력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
Planner
2021년 1월
12
3456789
101112
13
14
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