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복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장
권오복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장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글로벌 석유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석유수급에서부터 국제유가에 이르기까지 미국 이슈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하루 1억배럴인 세계 석유수요의 약 20%를 점하는 세계 최대 소비국이자 하루 1700만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1위 산유국이다. 2015년 이후 셰일 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증산을 통해 세계 석유생산 지형에 큰 변화를 초래했는가 하면 올해에는 유가 급락에 따른 셰일 생산기업들의 파산 신청 및 석유산업 투자 격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는 석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석유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미국 전체 석유·가스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연방 토지 및 해상에서의 신규 석유시추가 금지될 경우 석유 공급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미국 멕시코만에서의 신규 시추가 금지된다면 2025년까지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200만배럴 감소할 전망이다.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 백신 개발 등에 힘입은 석유수요 회복 상황과 맞물릴 경우 유가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코로나 방역 강화로 확산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봉쇄 조치로 석유수요가 일시 감소할 수는 있으나, 확진자 수가 통제 가능 범위에 들어온다면 실물 경기 및 석유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까지 시행된다면 금융 및 석유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후변화 이슈도 눈여겨볼 만하다. ‘2035년까지 미국 발전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을 zero’로 만들기 위해 2조달러를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확충할 전망이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 장려 정책들은 석유수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매우 제한적인 부분의 수요를 일부 대체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의 발전 및 국가 에너지 인프라도 혁신돼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는 주로 발전용으로 쓰이나, 석유는 수송 연료와 석유화학 원료 등의 다양한 쓰임새를 갖고 있어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재 관계에 있지 않다. 실제로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수요가 꾸준히 증가, 2040년 하루 1억9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를 둘러싼 외교정책도 관건이다. 이란에 대한 석유수출 금지 제재를 완화할 경우 하루 약 200만배럴의 이란 원유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 그동안 이란 수출 중단에 따른 이익은 사우디가 향유해 온 바 있는데, 미국-이란 간 관계 진전으로 인해 미국-사우디간 간 공조가 약화될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사우디가 증산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유가 상승 및 하락 요인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매 상황에서의 부각되는 이슈에 따라 유가의 변동성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 격감 상황에서 규제까지 강화된다면 그동안 사우디와 러시아 주도의 석유시장에서 공급 안정에 기여해왔던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의 석유수급 구조가 취약해지고 에너지 안보 위험도 또한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우려할 만하다. 그동안 꾸준히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을 늘려왔던 한국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경우 미국과 한국 모두 중동산 원유에 더 크게 의존할 확률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은 큰 폭의 사이클을 반복해온 국제유가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2008년 금융위기시 유가는 반년 사이에 배럴당 140달러에서 36달러로 폭락했다. 이후 4년 동안은 상승을 거듭해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고유가 시기에는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저유가 시기에는 축소했던 사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저유가 시기의 투자 축소는 다시 수년 후의 수급 불균형과 유가 강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축소와 규제 강화가 만나 미래의 어느 시점에선가 생성될 수 있는 ‘수퍼 싸이클’과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상황 변화에 흔들림 없는 석유 안보에 대한 꾸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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