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산업의 부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일상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어차피 따라가야 할 흐름이라면 한발 먼저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최근 취재 차 만난 한 중소 전력기자재 제조기업 임원의 얘기다. 그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사업방식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어 수백만원을 들여 온라인계약·화상상담 등이 가능한 비대면 사업 솔루션을 도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산업 부문이 아닌 전통산업 부문에서 이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장 위축과 해외사업의 지연으로 여력이 충분치 않지만 미래 산업 변화를 예측하고 기업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 흡사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사업방식을 떠올리게 하는 일부 중소제조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은 우리 전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재 코로나19 여파가 근 1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조제조기업들의 대응방식은 두 가지로 양분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나가고 있는 반면 여전히 기업의 상당수가 코로나19 종식 후 다시 기존의 사업방식이 복원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기다림은 달콤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국내에서 눈을 돌려 세계 산업계의 흐름을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보다 더 깊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해외 곳곳에서는 “비대면산업의 부상을 받아들여 전통산업의 재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 2020’에 연사로 참여한 Lamia Kamal-Chaoui OECD 기업가정신 센터 국장은 “코로나19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원격근무 및 온라인 소매업 등 새로운 디지털 솔루션 도입을 적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며 “변혁의 잠재성은 하이테크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전통산업에서도 중요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비대면산업의 부상은 전통산업의 몰락을 뜻하지 않는다. 다만 전통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사업방식의 ‘전통’을 고수하려 한다면 신성장동력 창출은 요원해질 게 분명하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중소제조기업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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