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주택건설 줄어들자 자재업계 불황 호소
조명업계선 등기구·컨버터 업체 서로 시험비용전가 실소
4개사 경쟁하던 배선기구 입찰은 9개사까지 늘어, 건설사 횡포

최근 주택건설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조명, 배선기구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나 자재업체들이 그동안 지키던 관행조차 깨버리면서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주택건설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조명, 배선기구 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나 자재업체들이 그동안 지키던 관행조차 깨버리면서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명, 배선기구 등 아파트·주택 인테리어 마감재 시장의 불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건설 실적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친 결과다.

여기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건설사든, 자재업체든 그동안 지키던 관행조차 깨버리는 현실도 업계의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 비교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말까지 국내 주택건설 실적은 25만7294호로, 지난해 8월 기준 28만2944호에 비해 2만5650호 감소했다.

아파트는 18만8041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5897호에 비해 8.7%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은 6만9253호로 전년 동기(7만7047호) 대비 10.1% 줄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체 주택건설 실적의 절반을 넘는 수도권의 경우 13만5643호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16만534호)보다 크게 줄었다.

아파트는 9만6402호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 역시 3만9241호에 그치면서 12.3%나 줄어 전체 평균 감소 폭을 상회했다.

그나마 비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건설실적은 9만1639호로 지난해보다 1.7% 소폭 늘었고, 아파트 외 주택만 7.1% 감소했다.

아파트 등 주택건설 실적이 줄었다는 것은 토목, 건축시장뿐만 아니라 그 주택에 설치되는 조명, 배선기구 등 인테리어 마감재와 각종 전기설비 시장 자체가 모두 축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토교통부의 2020년 1~9월까지의 착공·분양·준공실적 역시 5년 평균 수치와 비교해 착공실적은 -7.2%, 분양실적은 -10.5%, 준공실적은 -6.2%를 각각 기록했다.

조명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착공 또는 분양을 하고, 모델하우스를 지었다면 조명 또는 배선기구 등 인테리어 마감재 업체를 선정했을 가능성이 80% 이상이며, 준공이 났다면 거래대금을 받고 정산을 모두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착공과 분양, 준공 등의 실적이 5년 평균 대비 감소했다는 것은 조명, 배선기구 등 인테리어 마감재 시장에도 그만큼 한파가 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어려워지자 관행 깨는 사업행태 이어져

건설시장이 냉각되고, 주택에 납품하는 조명, 배선기구 등 자재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지켜오던 시장의 룰도 깨지고 있다.

일단 LED조명의 경우 등기구 업체에 컨버터를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이 완제품 시험인증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이런 현상은 모 컨버터 기업이 영업차원에서 ‘우리 컨버터를 구매해주면 대신 완제품 인증비용을 부담하겠다’며 시장생태계를 흐린 이후 지금은 등기구 업체들이 노골적으로 건설사에서 요구하는 고효율 인증비용을 컨버터 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컨버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가 건설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서 컨버터를 우리 제품으로 바꾸기로 했다면 그 LED조명의 시험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고, 등기구 업체가 부담해야 할 시험비용을 컨버터 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면 불문율처럼 지키던 관행도 쉽게 깨버리는 현상은 배선기구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1군 건설사인 모 업체의 경우 그동안 평균 4개사를 대상으로 하던 배선기구 입찰에 9개 업체를 참여시켰다. 또 신규업체도 포함시켰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또 이익보다는 실적이 중요한 신규업체가 가세할수록 낙찰률은 떨어지고, 건설사 마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배선기구 업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구조라면 직원들을 뽑고, 연구개발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바보”라면서 “소비자를 위해 좋은 제품,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배선기구 입찰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시장구조가 과연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조명업계 관계자는 “하고 싶지는 않지만 손가락을 빨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바로 건설사 시장”이라면서 “건설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그동안 불문율로 지켜오던 관행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깨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업하기가 싫어진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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