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가 현대차의 자동차를 샀는데, 만약 타이어에 문제가 있으면 현대차에 연락을 하나요? 아니면 그 타이어 회사에 항의를 하나요? 맞습니다. 현대차에 연락을 해서 수리나 교환을 요구하죠. 고객만족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대차도 적극 대응을 할 겁니다. 그런데 똑같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명은 다릅니다. 만약 조명의 전원구동장치인 컨버터나 안정기에 문제가 생기면 완제품 업체는 뒤로 빠지고, 부품업체들이 해결을 합니다. 이런 관행이 지금의 싸구려 조명 부품이 판을 치는 시장을 만든 원인입니다.”

이 같은 한 조명업계 원로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면서 왜 조명업계에 싸구려 부품들로 가득 찬 저가 조명들이 넘쳐나는지 원인파악이 가능했다.

업체 간 치열한 출혈경쟁은 ‘가격하락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했고, 사실은 완제품 업체의 무책임 내지 무관심이 지금의 망가진 조명시장을 만든 주요인이었던 것이다.

만약 현대차는 타이어에서 계속 민원이 발생하면 협력업체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타이어 업체와 손을 잡거나 실추된 현대차 명예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구상권을 그 업체에 청구할 수도 있다.

때문에 현대차와 거래하는 타이어 업체는 기술개발과 공정관리를 통해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가격을 내리고 싶어도 제성능을 담보하려면 일정 수준의 가격유지는 불가피한 것이다.

결국 완제품 업체의 관리감독과 협력업체의 기술개발, 생산관리가 무분별한 가격하락과 저가 제품이 판을 치는 시장을 막는 해결책인 셈이다.

하지만 조명업계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모든 조명업체의 사례는 아니겠지만 저가 조명을 만드는 완성품 업체는 소비자가 사용하던 조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담을 컨버터 등 부품업체에 떠넘겼고, 업체는 쉬쉬하며 민원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때문에 조명완제품 업체는 일단 불만이 들어오면 굳이 좋은 부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냥 저렴하게 만들어 공급만 하면 자기 역할은 끝나고, 나머지는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업체의 몫이다.

업체 입장에서 부품사를 관리할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에 매출만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부품업체는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저질 부품을 사용하는 악순환이 연출된 것이다.

답은 나왔다. 조명완제품 업체는 소비자가 불량문제로 민원을 제기하지 않도록 본인의 책임 하에 부품업체를 관리하면서 제품 성능을 유지하면 된다. 그러면 부품가격은 자연스럽게 적정수준으로 현실화될 수밖에 없고, 완제품도 이를 반영해 시장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조명업체들이 그렇게 바라는 ‘적정가격 확보’, ‘수익성 개선’, ‘고용확대와 R&D 투자’, ‘품질개선’,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답은 있는데 현실화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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