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26일→12월10일 연기
대선 앞두고 도화선 될 수 있어 논란 차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또 연기됐다. 당초 이달 5일에서 26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번에 다시 12월 10일로 연기됐다.

두 차례 연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최종 판결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있어 논란을 차단하고자 대선 이후로 판결을 미룬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충실히 임한다면서도 대화는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오는 12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소송의 최종 판결은 이달 5일로 예정됐으나 26일로 한 차례 연기됐고 또 다시 12월 10일로 연기됐다. ITC는 두 차례 연기 모두 사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최종 판결 연기에 대해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며 “더불어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위원회가 최종 판결을 1차로 21일 연기한데 이어 추가로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연기로 소송절차가 더 길어지게 되었다는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4월 LG화학의 제소로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양극재 레시피 및 주요 고객사 수주 등 핵심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2월 ITC는 중간판결인 예비판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결정했다. 인터넷 서버 등 증거 개시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훼손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 들인 것이다.

곧바로 SK이노베이션은 임시파일 자동삭제프로그램의 작동 등 문서점검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일뿐 고의적 훼손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LG화학이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는지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4월 예비판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ITC의 예비판정이 한번도 뒤집힌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LG화학의 승소가 유력하게 전망됐다.

업계에선 ITC가 두 차례나 연기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코로나19와 미국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다.

최근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일일 8만명을 돌파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ITC의 판결이 연이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총 50억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 중이며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를 통해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인 조지아주에서는 공장 건설 및 향후 운영 과정에서 수천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상당히 반가운 투자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근 SK그룹운 인텔 메모리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LG화학이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으로 배터리 수입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조지아주 공장 운영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LG화학의 승소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ITC는 행정법원이기 때문에 행정부 수반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결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상대후보인 바이든과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득표를 위해서라면 과감한 행동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ITC의 최종 판결은 괜한 정치적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을 차단하고자 대선 이후로 판결을 미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